졌지만 '개딸'을 얻은 추미애...'이재명 팬덤' 업고 몸값 더 키우나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 추미애 국회의원 당선인이 낙선한 데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추 당선인을 지지하는 당원들이 경선 결과에 항의하며 대거 탈당 신청서를 내고 있다. 추 당선인에 대한 관심과 지지가 높아지고 민주당이 탈당 만류를 위해 당원 권한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낙선한 추 당선인의 당내 영향력이 오히려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까지 민주당에 접수된 권리당원 탈당계가 1만건을 훌쩍 넘은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은 초기에 접수한 1000여명의 탈당계만을 승인하고 이후 접수분은 심사를 보류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벌고 있다. 탈당 세력의 중심은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이다. 경선 직후 의원·당선인 개개인에게 항의성 문자를 남기던 이들은 탈당계 제출이라는 보다 적극적인 방법을 통해 자신들의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진화에 나섰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19일 대전에서 열린 '당원과 함께-민주당이 합니다' 콘퍼런스에서 "당을 혼내기 위함이라면 (탈당 말고) 당비를 끊으라"고 했다. 이 대표의 메시지에도 진정되지 않자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우원식 의원이 직접 개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윤석열 정권과 싸워달라는 민심과 당심을 받들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이후 우 당선인은 윤석열 대통령이 채상병 특검법(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자 곧바로 차기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겠단 입장을 내놨다.
급기야 추미애 당선인 본인도 등판했다. 추 당선인은 지난 21일 저녁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이성윤 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의 '그것은 쿠데타였다' 북콘서트에 참석해 여의도에 계신 분들(민주당 의원·당선인들)은 그만큼 절실하고 절박하지 않은 게 문제"라며 경선 결과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저도 이렇게 남아 있지 않으냐. 그러니 민주당을 탈당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당 안팎에서는 민주당의 차기 국회의장 후보 경선이 국민·당원의 요구를 반영하지 않은 채 국회의원·당선인들의 인기 투표나 다름없게 진행된 선거였단 비판이 대두된다. 이에 대한 반감이 이번 탈당러시의 원동력이 되고 동시에 추 당선인을 향한 지지로 이어지면서 낙선한 추 당선인의 영향력이 오히려 커질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이번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한 민주당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국회의장 경선에서 표를 행사한 민주당 의원·당선인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고 문재인 전 대통령에 비판적 발언을 한 추 당선인을 향한 거부감이 컸다"며 "반면 국민·당원들은 법무부 장관 재임 시절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대립하던 추 당선인을 떠올리며 지지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원 권한이 점차 확대될 조짐이어서 추 당선인의 당내 영향력과 차기 국회에서의 존재감 역시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은 당원들의 대규모 탈당계 제출에 "당원들의 권한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지난 주말 광주·대전을 차례로 찾은 이재명 대표는 "권리당원 인사 반영 비율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당직자 출신인 권향엽·김태선·이기헌·정을호 당선인은 지난 20일 성명을 내고 "국회의장과 원내대표 경선에도 당원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민주당의 움직임이 추 당선인에게 당장의 득으로 작용할 순 있으나 중장기적으론 오히려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봤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 당원 권한이 확대된다는 것은 이재명 대표의 당내 입지가 한층 더 강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추 당선인 역시 당장은 개딸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지만 만약 이 대표와 갈등이 노출된다면 생각보다 여론이 빠르게 등 돌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도현 기자 ok_k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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