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맞는 동료? 컬처핏으로 탐지하라 [전지적 헤드헌터 시점]

2024. 5. 22.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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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컬처핏(Culture Fit)이 화두다. 지원자와 조직문화가 잘 맞는지 의미하는 컬처핏은 기업 채용의 새로운 방향키가 됐다. 높은 스펙과 역량을 갖춘 최고의 인재보다 오랫동안 기업에 융화되어 일할 수 있는 최적의 인재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컬처핏이 맞지 않은 입사자의 부적응과 잦은 퇴사 등의 인사 문제가 증가하고 있는 점도 한몫한다. 채용의 질과 조직 안정성에까지 영향을 주는 컬처핏, 어떻게 챙겨야 할까?

컬처핏을 맞추려면 ‘컬처’부터 정의하라 

한 스타트업의 기술 총괄 채용건을 의뢰받은 적이 있다. 당시 물망에 올랐던 후보자가 있었는데, 과학고 출신에 전 직장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역임했을 만큼 역량이 출중했다. 하지만 직설적인 소통을 선호했던 그의 성향은 온화한 조직 분위기 내 친절한 소통 문화가 잠재해있던 기업과 ‘핏’이 맞지 않았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해당 후보자를 채용하던 당시 기업에서는 컬처핏을 깊이 있게 살펴보지 않았다. 평소 조직원들이 꾸려온 소통 분위기를 정확히 정의내리지 않은 탓에 컬처핏을 맞춰볼 시간을 갖지 않았다. 필자는 후보자의 성향을 파악해 우려되는 점을 알렸으나, 역량에 더 많은 초점을 둔 기업은 결국 그를 선택했다. 안타깝게도 그는 소통 문제로 조직에 지속적인 불화를 일으키다 1년을 넘기지 못하고 퇴사했다. 채용 전 기업문화를 제대로 정립하지 않아 발생한 실패 사례다.

이처럼 어떤 인재가 필요한지 결정하려면 회사가 어떤 조직인지부터 정립해야 한다. 고유한 조직문화가 없다면 채용의 방향성조차 잃어버리기 쉽고, 겨우 구한 인재마저 정착하지 못하고 빠르게 이탈하기 마련이다.

조직에 대한 정의는 기업 철학, 일하는 문화, 의사소통 방식 등 다양하게 고려하는 것이 좋다. 또한 구성원들과 함께 수립하면 내부 결속력도 챙길 수 있다. 

단계별 대화로 후보자를 면밀히 파악하라 

기업 고유의 조직문화를 정립했다면, 그 기조를 반드시 채용과정에 녹여야 한다. 일련의 채용단계에서 후보자와 조직의 결을 가장 쉽게 맞춰볼 수 있는 시간은 ‘면접’이다. 보통 기업에서는 1차 서류 통과 후 팀 또는 임원 면접을 진행하나, 컬처핏을 더 깊이 알아보려면 후보자와 여러 번 대화를 나눠보는 것이 좋다. 또한 면접 시엔 컬쳐핏을 전문적으로 검증할 인사(HR) 담당자가 동행하길 권하며, 지원자와 함께 일할 실무진이 참여하면 팀과의 조화까지 상세히 알아볼 수 있다.

헤드헌터는 기업에 후보자를 제안하기 전 프리 인터뷰를 통해 알맞은 인재인지 검증한다. 이 과정을 통해 맞지 않은 후보자를 미리 선별해 채용 실패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리 인터뷰와 비슷하게 후보자와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방법으로는 ‘커피챗(Coffee Chat)’이 있다. 외국계 기업과 스타트업에서 자주 활용되는 격식 없는 형태의 미팅으로, 기업과 이 조직에 관심 있는 이가 실제 만남을 통해 서로 정보를 부담 없이 묻고 답할 수 있다.

한 부동산 스타트업에서는 시니어 개발자 1명을 채용하기 위해 인터뷰만 3개월간 진행했다. 더 놀라운 건 CTO가 1차 면접 전부터 제안받은 후보자 4명과 1대1 커피챗 시간을 가졌다는 점이다. 신중함을 기하기 위해서였다. 임원 면접까지 통과된 후보자가 1명 남았을 때도 컬처핏을 확인하기 위해 추가 인터뷰를 진행했고, 소통 역량의 부족으로 최종 탈락하게 됐다. 이처럼 채용 실패를 막고자 한다면 여건이 허락하는 한 지원자들과의 소통 기회를 늘려 신중하게 선택할 필요가 있다.

후보자를 다각도로 검증할 면접 방안을 고안하라  

개인의 성향이 조직에 녹아드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협업 능력과 같이 실무 면접과 인·적성 검사만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역량을 검증하고 싶다면 단체 기반의 면접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한 예로 서로 다른 포지션에 지원한 3명의 후보자를 모아 토론 PT를 진행한 제조사가 있었다. 한 프로젝트에 연관된 다양한 이해 관계자와 유연한 소통을 할 수 있는지 확인하려고 각기 다른 직무의 후보자를 모은 것이었다. PT에서 나눈 토론은 현재 기업에서 수행하는 사업과 업계 동향, 국내외 정세 등을 주제로 구성되었고, 실시간으로 면접 현장을 녹화해 추후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토론 PT를 통해 기업은 업무에 대한 후보자들의 적극성을 다각도로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PT 현장에서 후보자들이 보여준 대화 과정을 관찰하며,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와 소통 역량을 꼼꼼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채용에 쏟은 수고는 컸으나 기업에는 확실한 인재를 영입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기업이 커질수록 컬처핏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성향도, 배경도 다른 구성원이 같은 방향을 보며 나아가기 어려울수록 더욱 중요하다. 이럴 때 한순간에 틀어지기 쉬운 기업의 결집력을 지키는 것이 바로 컬처핏이다. 업무 생산성부터 조직 분위기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요소인 만큼 컬처핏이란 체로 기업에 가장 잘 맞는 인재를 걸러낼 수 있기를 바란다.

조건우 리멤버 헤드헌팅 서비스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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