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블랑, 전세계 신예 작가 후원해 문화 예술 발전 기여[류서영의 명품 이야기]

2024. 5. 2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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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서영의 명품 이야기=몽블랑④

2002년 앤드루 카네기 에디션(사진①) 사진 출처=montblanc-schreibartikel.de
엘리자베스 1세 에디션(사진②) 사진 출처 : www. montblanc-schreibartikel.de


만년필로 유명한 명품 브랜드는 몽블랑뿐만 아니라 파커카스텔, 이탈리아 브랜드인 몬테그라파를 손꼽을 수 있다. 독일 파커카스텔은 9대째 가족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독일 브랜드인 몽블랑 만년필은 스위스 제네바에 본사를 둔 럭셔리 그룹인 리치몬트그룹에 인수되면서 더 유명해졌다. 리치몬트그룹은 까르띠에, 바쉐론, 콘스탄틴, 반 클리프 아펠, 피아제, 알프레드 던힐, 보메 메르시에 등 다수의 명품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몽블랑은 새로운 필기구를 디자인하는 데 매우 창조적이며 작가 에디션과 문화예술 후원자 에디션을 출시하고 있다.

함부르크에 위치한 몽블랑 문화재단은 1922년 설립돼 떠오르는 신예 작가들이 전시회, 비엔날레, 아트페스티벌 등을 위한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출시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한다. 특정 지역이나 국가에 한하지 않고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를 대상으로 하며 회화, 조각, 사진, 영상 등 거의 모든 현대 예술영역을 아우른다. 몽블랑의 후원을 받아 탄생한 작품들은 추후 몽블랑 아트 컬렉션의 일부가 된다.

이 때문에 몽블랑 문화재단 소속의 큐레이터들은 재단과 연관성 있는 주제를 선정해 아티스트들을 추천한다고 한다. 몽블랑이 27년간 170명이 넘는 아티스트의 프로젝트를 후원하고 210여 점의 새로운 예술작품을 탄생시킨 것은 예술사적 관점에서도 의미가 있는 일이다. 몽블랑의 아트 컬렉션에는 독일의 개념 미술가 토마스 데만트, 스위스의 추상 미술가 존 암레더, 이탈리아 조각가 모니카 본비치니, 미국의 컨템퍼러리 디자이너 톰 삭스, 중국의 회화 작가 팡리쥔 등 많은 작가들의 작품이 있다.

 

 ‘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상’ 만들어

2016 페기 구겐하임 에디션(사진③) 출처 : www. ebay.com
2019년 하드리아누스 에디션(사진④) 사진 출처=https://penfabrik.com


몽블랑은 문화예술 진흥을 꾀하는 아티스트를 직접 후원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역사 속에서 시대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예술이 탄생하고, 천재적인 아티스트들이 문화유산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그 시대마다 문화와 예술을 사랑한 후원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몽블랑 또한 후원자를 위한 상(賞)인 ‘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상(The Montblanc de la Cuiture Art Patronage Award)’을 만들었다.

매년 몽블랑 문화재단 주관 아래 각국에서 추천받은 후보자를 중심으로 문화재단 위원들과 이사장의 논의를 거쳐 최종 수상자를 선정한다. 예술 교육 프로그램, 커뮤니티 아트센터, 문화유산 프로젝트 등 다양한 형태의 예술 활동을 후원하는 이들의 업적을 기리는 의미로 1만5000유로의 상금을 수여한다. 또한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매년 선보이는 문화예술 후원자 펜(The Patron of Art Edition)은 문화예술 후원자의 공로를 치하하고 후원자의 이름으로 만년필을 출시하고 있다.

1992년 몽블랑은 이탈리아 르네상스 문화예술 운동의 구심적 역할을 했던 정치가 로렌초 데 메디치를 문화예술 후원자로 선정했다. 메디치가 추구했던 문화예술 양식을 모티브로 ‘로렌초 데 메디치 에디션’을 제작했다. 1992년 이래로 매년 발표되는 모든 문화예술 후원자 에디션은 1995년 이후 두 가지 리미티드 버전으로 출시되었는데, 이는 바로 몽블랑의 산 높이에서 이름을 따온 4810 한정판, 아시아 지역에서 행운의 숫자로 간주되는 8을 기념하는 888 한정판이다.

2002년 문화예술 후원자 에디션은 철강왕으로 유명한 앤드루 카네기다(사진①). 그가 생전에 열광적으로 지지했던 아르누보 스타일을 한정판 만년필에 디자인했다. 4810형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클립이다. 여신이 날개를 펴듯 우아한 여성을 형상화한 클립과 섬세한 세공으로 주변을 가공하여 마치 나비가 날개를 펴는 듯한 모습이다. 배럴과 캡은 모두 블랙 컬러의 레진을 사용했고, 그위로 925 스털링 실버로 섬세하게 세공했다.
 
2010년 문화예술 후원자 에디션은 엘리자베스 1세다(사진②). 엘리자베스 1세는 현재까지 영국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통치자로 인정받고 있으며 그녀의 영민한 통치력 덕분에 세계를 주도하는 강대국으로 성장했다. 영국의 르네상스 역시 엘리자베스 여왕의 후원에 힘입어 절정에 달했다. 세계 최고의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 크리스토퍼 말로, 시인 에드워드 스펜서, 화가 니컬러스 힐리어드, 작곡가 윌리엄 버드 등 걸출한 거장들을 배출했다.

 

 ‘나는 알지만 말하지 않는다’ 새겨져

한정판 디자인은 엘리자베스 1세의 왕실 의복을 본떠 옷칠을 해 만들었다. 캡과 보디에는 튜더 왕조의 장미와 영국왕의 십자가가 새겨져 있고, 클립의 장식을 위해 에메랄드로 카보숑 장식을 했다. 캡 링에는 엘리자베스 1세 정부의 최고 원칙인 ‘Video et Taceo(나는 알지만 말하지 않는다)’가 새겨져 있다. 18K 골드 펜촉에는 왕실의 왕관이 인그레이빙돼 있다. 

2016년 후원자 에디션은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컬렉터이자 전시자인 페기 구겐하임이다(사진③). 그녀는 새로운 예술가를 발굴하고 당대 예술을 보호하는 데 헌신했다. 1920년대 파리에서 마르셀 뒤샹을 만나 아방가르드 예술을 처음 접한 뒤 젊은 추상주의 및 초현실주의 예술가들을 후원하면서 그의 작품들을 유럽과 미국에 선보였다. 구겐하임 미술관의 목수였던 잭슨 폴락은 그녀의 후원으로 창작 활동을 할 수 있었다. 한정판 만년필의 디자인은 구겐하임의 젊은 시절 유행했던 아르데코 양식이다. 클립과 캡의 직선적인 디자인은 아르데코 양식과 연관이 있다. 18K 골드닙에는 구겐하임이 평생 소중하게 키운 14마리의 라사압소 개들의 발자국을 인그레이빙했다.

2019년에는 스코틀랜드에서 사하라까지, 대서양에서 유프라테스까지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3개 대륙을 아우르는 광대한 로마제국을 통치한 인물인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에디션 주인공이다(사진④). 그는 방대한 제국 전체를 돌아보면서 인프라를 구축하고 문화예술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으며 새로운 건물을 짓고 오래된 건물들을 복구하도록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가 통치한 21년 동안 로마는 평화로웠다.

하드리아누스 에디션 디자인은 전통적인 로마 건물의 전형적인 모자이크 바닥장식을 플래티넘 캡에 핸드 인그레이빙 패턴으로 디자인했다. 배럴에는 영묘인 공작새로 장식했고 18K 골드닙은 하드리아누스 피닉스로 인그레이빙돼 있다. 이외에도 2011년 가이우스 마이케나스, 2012년 요세프 2세, 2013년 루도비코 스포르차, 2015년 루치아노 파바로티, 2017년 시피오네 보르게세, 2018년 루트비히 2세, 2020년 목테주마 1세, 2021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2022년 빅토리아&알버트 에디션이 출시됐다. 

자료참고; 브랜드 다큐멘터리 매거진 B  MONT BLANC 
몽블랑 홈페이지 


류서영 여주대 패션산업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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