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폐지줍기·청소로 모은 전재산 기부하고 떠난 홍계향 할머니
12억 상당 주택, 저소득층 위해 내놔
연고자 없어 성남시가 마지막 배웅길
노점상 등을 운영하면서 모은 전 재산을 기부한 홍계향 할머니(90)가 별세했다.
경기 성남시는 “홍 할머니가 19일 병환으로 세상을 떠났는데 연고자가 없어 시가 주관해 장례를 치르며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며 “할머니가 살던 4층 규모 다세대주택(2014년 기부 약정·현재 시세 12억원 상당)은 생전 밝힌 뜻에 따라 지역 저소득층을 위해 소중히 쓰일 것”이라고 22일 밝혔다.
1934년 부산에서 태어난 홍 할머니는 21살에 결혼한 뒤 서울로 상경해 김·미역 노점상, 폐지 줍기 등을 하며 어렵게 생계를 이어오다 49살 때인 1983년 성남에 정착했다. 지하철 청소, 공장 노동자 등으로 일하며 돈을 벌었다.
홍 할머니는 반평생 모은 돈으로 중원구 성남동 소재 4층 규모 주택을 마련했다. 홍 할머니는 세상을 뜨기 전까지 이 주택에서 살았다. 홍 할머니는 10년 전인 2014년 6월 이 주택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후에 성남지역 저소득 계층을 위해 쓰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성남시는 홍 할머니의 뜻에 따라 당시 유산기부 공증 절차를 진행했다. 홍 할머니는 ‘행복한 유산 기부 성남시 1호’로 경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에도 “성남은 제2의 고향”이라며 지역사회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꾸준히 했고, 2006년에는 서울대학교병원에 ‘사후 장기 기증’도 약속했다.
그러다 지난해 9월 낙상사고로 왼쪽 다리뼈가 골절돼 수술 후 재활치료를 받아왔고 올해 2월엔 오른쪽 다리뼈마저 골절돼 숨을 거두기 전까지 병원에서 생활했다.
지난 21일 고인의 빈소를 찾아 추모한 신상진 성남시장은 “두 달 전 할머니를 찾아뵙고 빠른 회복을 기원했는데 안타깝다”며 “기부한 유산은 고인의 바람대로 소중히 쓰겠다”라고 했다.
홍 할머니의 발인식은 이날 오전 성남시의료원 장례식장에서 열렸다. 홍 할머니는 화장 뒤 성남시립 추모원에 안치된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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