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염색·치유밥상 ‘체험 홀릭’ … 청정 열목어마을서 ‘찌든 심신’ 씻어요[농촌愛올래]

전세원 기자 2024. 5. 22. 09:0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농촌愛올래 - 2024년 농촌관광 사업
(1) 홍천 ‘홍천愛홀릭’
붉나무 잎 염색, 스카프 만들고
수육·곰취 등으로 허기 달랜 뒤
싱잉볼테라피 통해 평온함 찾기
휴양림선 국내 3대 약수도 맛봐
체험·관광·식사 결합 오감만족
고랭지 김장·동키마을 방문 등
30여개 다양한 프로그램 갖춰
지난 13일 강원 홍천군 내면 명개리의 열목어마을회관에서 한 농촌 체험객이 다양한 색깔의 낙엽을 직접 물들인 스카프를 펼쳐 보이고 있다. 백동현 기자

홍천=전세원 기자 jsw@munhwa.com

‘열목어가 사는 청정마을’로 이름난 강원 홍천군의 열목어마을로,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려는 전국 각지의 관광객들이 속속 몰려들고 있다. 백두대간이 지나는 길목인 오대산 자락의 해발 700m ‘구룡령로’에 자리한 열목어마을은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을 비롯해 수려한 자연풍광으로 몸과 마음이 지친 관광객들을 달래주고 있었다.

18도 안팎의 선선한 봄바람이 불던 지난 13일, 홍천군 내면 명개리에 있는 열목어마을회관에선 30명 안팎의 관광객들이 스카프용 울실크 원단을 물들이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날 관광객들은 타닌 성분이 들어 있어 천연 매염제로 널리 쓰이는 붉나무잎과 장미 잎사귀 등을 울실크 원단 위에다 수놓았고, 또 다른 원단을 포개 놓은 뒤 비닐로 덮었다. 이어 비닐로 덮은 원단을 스테인리스 봉으로 밀면서 칭칭 감은 뒤 랩으로 감싸 찜통에 넣고, 1시간가량 푹 쪘다. 찜통에서 건진 원단에서 나뭇잎을 떼어내 맹물로 헹군 다음, 바람에 자연건조시키니 알록달록한 명품 스카프가 탄생했다. 건조 직전에 락 염료를 입히는 부분염색을 통해 더욱 풍성한 색감을 뽐낼 수도 있다고도 한다.

스카프를 만드는 동안 곳곳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이날 열목어마을에서 만난 양은정(여·32) 씨는 빨랫줄에 널어놓은 스카프를 보면서 “인공적인 합성염료 없이 홍천에서 나는 나뭇잎 등으로 오묘한 색감이 원단에 배어 나오는 과정이 정말로 신기하다”면서 “도시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진귀한 추억을 만들 수 있었고, 무엇보다 내가 만든 스카프가 아름다워 뿌듯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광객 김영식(54) 씨는 “난생 처음 해본 염색이라 모든 과정이 신비롭고, 백화점에서 파는 명품과 비교해도 자태가 손색이 없다”면서 “예로부터 홍천은 황사 바람이 들어오지 못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청정지역인 만큼 많은 분이 홍천에서 세상 모든 근심을 잊고 휴식을 취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에코염색’을 끝낸 관광객들은 수육과 함께 눈개승마·곰취·명이나물·취나물·명이된장국·부추장떡 등을 곁들인 ‘치유밥상’으로 허기를 달랬다. 이어 ‘싱잉볼테라피’를 통해 마음의 평온함을 얻는 시간을 가졌다. 싱잉볼은 백수정으로 만든 그릇인데 쇠와 고무 등으로 만든 스틱으로 때리거나 그릇 주변을 마찰해주면 진동이 생성된다. 홍천군으로 귀농한 뒤 열목어마을에서 치유프로그램 강사로 활동하는 이정임(여·47) 씨는 “눈코 뜰새 없이 바쁜 현대인들이 싱잉볼테라피를 받으면 듣는 사람의 뇌파를 떨어뜨려 몸을 이완시키고 면역력을 높일 수 있다”면서 “각종 소음공해로부터 벗어난 홍천군에서는 누구나 자연의 소리에 집중하며 ‘진정한 쉼’을 경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원 홍천군 내면 명개리를 찾은 관광객들이 싱잉볼을 들고 스틱을 이용해 소리를 내고 있다. 백동현 기자

이날 열목어마을에서 열린 에코염색을 포함한 ‘치유프로그램’은 농촌여행 프로그램인 ‘홍천애(愛)홀릭’ 중 하나다. 홍천애홀릭은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촌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농촌관광공모사업(농촌애올래)의 일환으로 홍천 일대 관광자원에 체험·관광·식사·숙박을 결합한 체류형 여행프로그램이다. 사단법인 홍천농촌지역관광사업단(홍천농촌문화터미널)이 주관하는 홍천애홀릭은 지난 2022년 농촌애올래에 처음 참여한 뒤로 치유 콘셉트에 맞춰 다채로운 체험형 관광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역활동가 양성을 통한 여행 전문인력을 발굴하면서 농촌체험관광의 수준을 몇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홍천애홀릭은 고랭지배추로 김치를 담그는 ‘바회마을 김장축제’와 동물과 교감하는 ‘동키마을 농촌체험’ 등 30여 개가 넘는 관광프로그램을 갖춘 덕분에 홍천을 찾는 여행객들의 오감을 사로잡고 있다.

이날 관광객들은 ‘삼봉자연휴양림’에서 ‘숲길 힐링 트레킹’을 끝으로 치유여행을 마무리했다.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삼봉약수는 개인약수(강원 인제군)와 오색약수(강원 양양군) 등과 함께 국내에서 딱 3곳만 지정된 천연기념물 약수 중 하나로, 가칠봉·옹복산·사삼봉의 정기를 받아 삼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특히 삼봉약수는 쇳내 나는 철분 등이 섞여 오묘한 감칠맛을 자아내는데 위장병과 신장병에 탁월하다고 정평이 나 있다. ‘숲 해설가’ 강희원 씨의 맛깔나는 설명을 들으며 삼봉자연휴양림 일대를 한 바퀴 걷다 보면 시공간이 멈춰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관광객 김희라(여·40) 씨는 “홍천은 자연이 빚어낸 관광자원이 워낙 풍부한 지역이라서 지루할 틈 없이 둘러볼 곳들이 많고, 오대산 자락의 정취를 즐기다 보면 나도 모르게 시끄럽고 산만한 도시로부터 차단된 나를 발견하게 된다”면서 “맛있는 음식과 신기한 체험관광을 하고 싶은 분들께 홍천애홀릭을 꼭 추천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물·공기를 팔자’ 발상의 전환… 힐링 1번지로 자리매김”

■ 열목어마을 임정분 운영위원장

“천혜의 자연환경을 보전하려는 주민들의 노력으로 가꿔나가는 열목어마을은 ‘청정치유마을’이자 ‘귀촌 1번지’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강원 홍천군 내면 명개리에 있는 열목어마을회관에서 임정분(여·55·사진) 열목어마을 체험마을 운영위원장은 이같이 열목어마을을 소개했다. 멸종위기종인 열목어의 서식지인 명개리 일대는 지난 1994년 강원도기념물 제67호로 지정됐고, 이후 이곳 주민들은 환경보전을 위한 각종 규제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열목어마을에는 축사와 숙박 등 상업시설이 없고, 실거주 목적으로 하는 주택도 지방자치단체 내 문화재 위원 등의 허가를 받아야 지을 수 있다. 쓰레기 소각은 당연히 불가능하고, 생활·농자재 쓰레기는 1주일에 한 번 마을회관 내 지정장소를 통해서만 배출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임 위원장은 “농업 외에는 마을 주민들의 영리활동이 어렵지만 우리는 ‘물과 공기를 팔자’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도시인들이 일상에서 벗어나 오롯이 쉴 수 있는 ‘치유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면서 “‘숲밧줄놀이’ 등을 즐기러 오는 관광객들도 많아지고 있고, 맑은 공기 속에서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귀촌하는 도시인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란 임 위원장은 열목어마을 주민들 사이에선 ‘살림꾼’으로 불리고 있다. 본업인 배추 농사를 지으면서도 마을 주민들의 관광 소득을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임 위원장은 지난 2007∼2010년과 2014∼2016년에 마을 이장을 역임하면서 강원도의 ‘새농어촌건설운동’과 농림축산식품부의 ‘녹색농촌체험마을’ 등 각종 지원사업을 통해 마을회관의 건립을 주도하기도 했다.

임 위원장은 “힘들어서 마을 업무를 내려놓고 잠시 쉬었으나 매출이 크게 줄었고, 주민들의 간곡한 부탁을 받아 사명감으로 올해 3월 초부터 다시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최소 10년간 임 위원장은 마을의 살림살이를 도맡을 계획이다. 임 위원장은 “열목어마을에서 누릴 수 있는 ‘에코염색’ 등 홍천애홀릭을 이용하는 관광객들이 크게 늘어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닌 홍천군의 매력이 널리 알려지고, 마을 주민들의 소득에도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