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부담스럽게 베풀면서 무리한 부탁도 하는 직장 동료[마음상담소]

2024. 5. 22. 09:0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직장 동료 중에 일주일에 한 번씩은 빵을 구워오고, 자주 간식거리를 사다 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렇게까지 계속 베푸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괜찮다고 해도 원래 자기가 사람들에게 베푸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며, 또 본인이 준 것을 먹지 않으면 서운해합니다.

그 동료는 평소 다른 직원들에게 본인이 외로움을 많이 타서 직장 사람들을 가족처럼 생각한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사랑을 하든 욕을 하든 받아줄 사람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지요.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마음상담소
▶▶ 독자 고민
게티이미지뱅크

직장 동료 중에 일주일에 한 번씩은 빵을 구워오고, 자주 간식거리를 사다 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렇게까지 계속 베푸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괜찮다고 해도 원래 자기가 사람들에게 베푸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며, 또 본인이 준 것을 먹지 않으면 서운해합니다.

그 동료는 평소 다른 직원들에게 본인이 외로움을 많이 타서 직장 사람들을 가족처럼 생각한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업무에 관련돼 무리한 부탁을 하면서 “얼마나 친하게 생각하는지 알지 않느냐” “평소에 잘하지 않느냐” 이런 얘기를 합니다. 막상 다른 사람들이 업무에 대해서 물어볼 때나 서로 맡기 싫은 일에 대해서는 전혀 나서지 않고 자기 것을 먼저 챙기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런 동료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A :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베풂에는 응할 필요가 없어

▶▶ 솔루션

우리가 살면서 하는 많은 행위에는 대상이 필요합니다. 사랑을 하든 욕을 하든 받아줄 사람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지요. 그래서 사람은 개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관계를 맺을 때 의미가 있기에 인간(人間)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 사람이 어떤 행위를 할 때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 상대방의 인격에 대해선 고려하지 않은 채 사물이나 도구처럼 대하게 되는 현상을 우리는 대상화(objectification)라고 합니다. 성적 대상화의 맥락에서 많이 쓰는 단어지만, 사실은 직장, 가족, 친구 등 다양한 상황에서 대상화가 일어납니다. 상대방의 자기결정권을 무시하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로 보는 상황이 모두 해당됩니다.

직장 동료의 행동으로 미뤄 볼 때, 타인이 배고플 수도 있을 것이라는 공감이나, 상대방이 고마움을 느낄 것이라는 예측에서 그런 행위를 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자기가 그런 행위를 하고 싶고, 그저 이를 뒷받침해줄 대상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거기에 동조해줄 필요는 없습니다. 드물게는 강박 성향을 지닌 거식증의 경우 타인에게 먹이는 것만 좋아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행동의 기저에는 어린 시절에 핍박을 받았거나 통제감이 결여되는 상황 등이 깔려 있겠지만, 내가 피해를 본 입장에서 직장 동료의 심리를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너무 마음을 쓸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단호한 거절을 연습하는 것입니다. 그 사람이 원하는 방식의 호의에 응했다가는 향후 언제든 원망을 듣기 십상입니다.

통제당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감정적으로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게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기애 성향이 높은 사람들은 관계가 깊어질수록 상대방을 어떻게 사용할까 생각할 뿐입니다. 우리가 살면서 ‘저 사람 제발 정신건강의학과에 가거나 상담 좀 받았으면’ 하는 사람을 많이 마주칠 것입니다. 그렇다고 그들을 모두 이해하거나 진심 어린 변화의 기회로 이끌기는 어렵습니다. 최대한 사무적이고 중립적인 태도로 차분한 거리 두기를 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하주원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