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트레이드 성사?' 첼시 떠나는 포체티노는 바이에른으로, 바이에른 떠나는 투헬은 첼시로?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과 토마스 투헬 감독이 서로 옷을 바꿔 입을까.
첼시는 22일(한국시각)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포체티노 감독과 상호 합의에 따라 계약을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포체티노 감독을 보좌했던 헤수스 페레스, 미구엘 다고스티노, 토니 히메네스, 세바스티아노 포체티노 등 코치 사단도 모두 첼시를 떠난다. 포체티노 감독은 "첼시 역사의 일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준 구단 관계자에게 감사를 표한다. 첼시가 앞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유럽클럽대항전에서 전진하는 위치에 계속 머물길 바란다"고 했다. 로렌스 스튜어트 폴 원스탠리 첼시 디렉터는 "구단의 모든 구성원을 대표해 포체티노 감독이 이번 시즌 보여준 모습에 감사를 전한다. 포체티노 감독은 언제든지 환영 받으며 스탬포드 브릿지로 돌아올 수 있다. 미래에 좋은 일이 가득하길 기원한다"고 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토트넘에서 손흥민을 성장시킨 스승으로 한국 팬들에게도 매우 친숙한 감독이다. 토트넘을 무관에서 탈출시키지는 못했지만 구단을 한 차원 성장시키면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토트넘을 떠난 이후의 행보는 실망스럽다. 파리 생제르맹(PSG) 지휘봉을 잡았지만 선수단 장악에 실패하면서 오랫동안 감독 생활을 이어가지 못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잠시 야인 생활을 하다가 지난 여름에 첼시로 부임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첼시에서 포체티노 감독은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지 못했다. 첼시가 엄청난 이적료를 투자해 선수들을 영입해줬지만 부상과 전술 문제로 인해서 한때 리그 중하위권까지 성적이 추락했다. 다행히 콜 팔머의 맹활약과 시즌 막판 첼시의 상승세로 6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포체티노 감독이 유럽대항전 진출권만 가져오면 첼시에서의 미래가 안전할 것이라는 예상이 대다수였지만 모두가 놀랄 만한 결정이 내려졌다.
첼시의 지휘봉을 잡을 유력 후보로 투헬 감독이 거론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포체티노 감독이 첼시를 떠난 날 스카이스포츠 독일 기자 플로리안 플레텐베르크는 '포체티노 감독이 첼시를 떠나면서 후임 감독으로 첼시를 맡았었던 투헬 감독이 후보에 올랐다'고 전했다. 이어 '투헬이 이번 주를 기다리고 있다. 포체티노 감독이 첼시를 떠났다'며 '첼시로의 복귀는 투헬의 구체적인 옵션이다. 그는 첼시에서의 미션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가벼운 대화가 오갔다'고 밝혔다.
투헬 감독은 첼시와 좋은 인연이 있다. 투헬 감독은 지난 2021년 1월 경질된 프랭크 램파드 감독의 후임으로 부임해 첼시를 맡았다. 첫 시즌 리그에선 4위로 유럽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확보했고, FA컵 준우승을 차지했다. 정점은 유럽챔피언스리그였다. 승승장구한 투헬 감독은 결승에서 맨시티를 제압하고 아무도 예상 못한 기적같은 우승을 이끌었다. 이후 투헬 감독은 EPL 우승에 도전했지만, 2021~2022시즌 3위에 머물렀다. 리그컵과 FA컵은 모두 준우승을 차지했다. 2022~2023시즌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물러나고 토드 보엘리 구단주가 부임하며, 묘한 기류가 흘렀고, 투헬 감독은 전격 경질됐다.
투헬 감독은 잠깐의 휴식 뒤 바이에른 지휘봉을 잡고, 부임 첫 해 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올 시즌 중도 작별했다. 바이에른은 지난 2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바이에른과 투헬은 이번 여름 관계를 종료한다'라며 투헬과 올 시즌까지만 함께 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바이에른은 '구단은 투헬 감독과 원래 2025년 6월 30일까지 유지될 예정이었던 관계를 2024년 6월 30일에 종료하기로 상호 결정했다. 이는 얀 크리스티안 드레센 CEO와 투헬의 건설적인 논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투헬은 공개된 발표 내용에서 "이번 시즌이 끝나면 협력 관계를 종료하기로 합의했다. 그때까지 스태프들과 최대한의 성공을 위해 모든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당연한 결과였다. 바이에른은 올 시즌 김민재와 해리 케인을 영입하며 전력을 업그레이드 시켰지만,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DFB포칼은 일찌감치 하부리그 팀에 패해 짐을 쌌고, 11시즌 연속으로 우승을 차지하던 리그 마저 놓쳤다. 레버쿠젠에 밀리며 12연패에 실패했다. 마지막 자존심인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에도 오르지 못했다. 투헬 감독은 시즌 내내 선수들과 갈등을 빚었고, 이해 못할 선수 기용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유임 가능성도 나왔지만, 결국 헤어지기로 했다.
하지만 유럽 정상에 오른 지도자를 향해 러브콜이 쏟아졌고, 첼시행이 거론됐다. 투헬 감독이 잉글랜드 무대 복귀를 원하고 있고, 실제 첼시 뿐만 아니라 맨유도 투헬 감독을 원하고 있다.
재밌는 것은 포체티노 감독이 야인이 되며 바이에른 감독 후보로 떠올랐다. 바이에른은 2월부터 새로운 감독을 찾아 나섰다. 세계 최고의 클럽인만큼, 감독들이 줄을 설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른 그림이었다. 1순위였던 사비 알론소 감독은 레버쿠젠 잔류를 택했다. 로베르토 데 제르비 브라이턴 감독과는 제대로 협상도 해보지 못했다.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이 1년만에 컴백할 수 있다고 했지만, 그는 전격적으로 독일 대표팀과 계약 연장을 택했다. 또 다른 후보였던 훌렌 로페테기 감독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우선순위로 하고 있고, 막판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랄프 랑닉 전 맨유 감독 역시 팬들의 반대가 겹치며 무산되는 분위기다.
이어 바이에른은 슈테판 쿤츠 전 튀르키예 대표팀 감독, 훌렌 로페테기 전 울버햄턴 감독, 에릭 텐 하흐 맨유 감독 등과 연결됐지만, 역시 뜻을 이루지 못하는 분위기다. 상황은 쉽지 않다. 디어슬레틱은 명장들이 바이에른을 거부하는 이유를 우나이 에메리 감독 사례에서 찾았다. 애스턴빌라를 유럽챔피언스리그 진출권으로 만들어낸 에메리 감독도 바이에른의 러브콜을 받았다. 디어슬레틱에 따르면 에메리 감독은 일찌감치 바이에른의 제안을 거절했는데, 그 이유로 바이에른 일부 임원들이 자신의 견해와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있었다. 울리 회네스 명예 회장 등은 나겔스만, 투헬 등에 대해 거침없이 비판을 가한 바 있다. 여기에 바이에른은 감독에게 전권을 주는 것에 대해 꺼린다.
그럼에도 감독 찾기는 계속되고 있다. 최근 들어 강등된 번리의 뱅상 콤파니 감독이 유력 후보로 떠오르는 가운데, 포체티노 감독도 거론되고 있다. 만약 투헬이 첼시로, 포체티노가 바이에른으로 간다면 재밌는 그림이 만들어질 수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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