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 ‘바람’이 막았다…항구도시 에스비에르의 변신

이성현 2024. 5. 22.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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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광주][앵커]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산업이 전남의 최대 현안인 지방소멸을 막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해상풍력의 배후 항만이 되면서 지역 경제가 살아난 덴마크의 한 항구도시가 좋은 참고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에너지 전환의 길을 덴마크에서 찾아보는 기획보도 두 번째 순서, 현지에서 이성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덴마크 남서부 해안에 있는 항구도시 에스비에르.

드넓은 항만 부지에 길이가 100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구조물들이 줄지어 섰습니다.

풍력발전기의 몸통인 '타워'와 날에 해당하는 '블레이드'를 선박에 싣는 작업도 한창입니다.

각각의 대형 구조물은 항만에서 사전 조립한 뒤, 해상 풍력 단지로 운반해 하나의 발전기가 됩니다.

해상풍력 배후항만인 이곳 에스비에르 항구에서 만들어진 해상풍력 구조물들은 인근의 독일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수출되고 있습니다.

수산업 중심지였지만 갈수록 일자리가 줄며 쇠퇴기를 맞이한 에스비에르.

2000년대 들어 덴마크에 해상풍력단지가 빠른 속도로 조성되며 변화의 계기가 찾아왔습니다.

풍력단지의 건설과 물류를 지원하는 '배후 항만'으로 자리매김한 겁니다.

지금까지 진행한 해상풍력 프로젝트 규모가 원전 24기와 맞먹는 24기가와트에 이르고, 5년 뒤 작업 예약까지 꽉 찼습니다.

[예스퍼 뱅크/에스비에르 항만청 최고운영책임자 : "에스비에르의 회사들은 10~20년 전보다 훨씬 더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로 전망이 밝은 회사들 덕분에 앞으로도 사람들이 도시에 머무를 것입니다."]

대학과 연구기관 등 산업 생태계가 갖춰지면서 젊은 층 유입도 늘었습니다.

[타냐 크리스티안슨/에스비에르 주민/32살 : "제가 어릴 때부터 에스비에르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젊은 사람들을 위한 여가 활동 공간이 많아져서 기쁩니다."]

전남 목포신항과 해남 화원산단에도 풍력발전소 부품을 생산하고 조립하는 해상풍력 배후단지 조성이 추진 중입니다.

특히 세계 최대 풍력발전 터빈 기업이 목포신항에 공장을 짓기로 하면서 기대감이 큰 상황.

과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입니다.

[김영록/전남지사 : "앞으로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지역까지 해상풍력의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전진 기지가 마련될 수 있습니다."]

지방소멸의 위기를 바람으로 막은 덴마크 에스비에르.

전남의 해상풍력 배후단지 역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수출 전진 기지로 도약해 젊은이들이 돌아오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KBS 뉴스 이성현입니다.

촬영기자:이성현/화면제공:에스비에르 항만청

이성현 기자 (honesteye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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