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클리닉] 심장, 폐까지 압박하는 척추측만증...치료범위 줄여 후유증 최소화

이순용 2024. 5. 22.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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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현승재 교수(척추측만증 클리닉)
척추가 10도 이상 틀어져 등과 허리가 휘어져 어깨 높이가 비대칭적으로 변해
연간 9만 5천명 진료, 이 중 40% 정도가 10대며 그중 여아가 80% 이상 차지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척추측만증이란 척추가 10도 이상 틀어져 등과 허리가 휘어지고 어깨 높이가 비대칭적이며 한쪽으로 갈비뼈나 가슴이 돌출되는 증상을 보이는 질환이다. 2021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척추측만증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연간 약 9만5000명으로, 이 중 40% 정도의 환자가 10대며 여기서 80% 이상이 여아다.

청소년 척추측만증은 성장에 방해가 될 뿐만 아니라, 심할 경우 심장, 폐, 목, 골반 등 다양한 장기 및 관절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별다른 통증이 느껴지지 않아 방치한다면, 측만 정도가 점점 심해져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대부분 성장기에 이유없이 발병

척추는 골반, 늑골, 날개뼈나 어깨 등 여러 관절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있어 척추가 틀어지면 전신의 불균형으로 이어진다. 허리와 골반이 틀어지고, 좌우 어깨 높이가 달라지면서 가슴 한쪽이 돌출되는 증상이 나타는 것이 대표적이다. 변형이 심할 경우 주위 장기를 압박하거나 기능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문제는 척추측만증 대부분은 성장기에 특별한 질환 없이 발병되는, 이른바 특발성이 85% 이상의 비율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반척추 등 선천적인 척추 기형이나 신경근육병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있지만 비율이 높지는 않다.

측만각 커질수록 치료 어려워져

이렇게 척추측만증이 진행되며 측만각이 커질수록 치료 난이도가 상승한다. 척추측만증 치료는 보존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로 나눌 수 있다. 먼저 보존적 치료는 척추 측만각이 40도 미만일 때 운동치료를 하거나 보조기를 사용한다. 이후 청소년의 골격 성장이 끝난 시점에서 측만각을 확인하고 정기적으로 추적 관찰하며 경과를 확인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반면, 척추가 40~50도 이상으로 틀어진 경우에는 자연치료가 어렵고 시간 경과에 따라 측만 정도가 심해지기 때문에 교정수술이 필요하다. 변형된 척추 마디에 나사를 삽입하고 각 나사에 금속봉을 이어 척추가 고정되도록 하는 방식으로, 3시간에서 6시간 소요되는 큰 수술이다.

수술적 치료는 환자의 부담이 크고, 척추유연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 또한 고정되지 않은 남은 척추 마디만 사용하기 때문에 추간판(디스크)의 퇴행성 변성이 빨라질 수 있다. 따라서 수술하는 척추 범위를 줄인다면 수술 부담은 줄고 일상생활을 영위하기에 매우 유리한 조건이 된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현승재 교수는 “수술범위를 가능하다면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수술로 고정된 뼈는 더 이상 자라지 않고, 움직임이 제한되기 때문에 성장판이 열린 정도나 초경 시기 등을 고려해 수술을 미루며 최대한 척추가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줘야 한다. 때문에 성장기 아이들의 경우 보조기 등을 사용하다가, 성장이 멈추거나 성장 속도가 느려진 이후에 수술하는 방식으로 치료하는 경우도 많다.

척추펴는데만 집중했던 과거 치료법 벗어나

결국 척추측만증 진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변형각이 심해지기 전 조기진단을 하는 것이다. 특히 청소년은 빠르게 성장하기 때문에 병원을 오는 시기가 매우 중요하다. 조기진단을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병원에 방문해 검사를 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이때는 가정에서 자녀의 등을 주기적으로 쓰다듬으며 확인하는 것을 추천한다.

아이가 긴장을 풀고 바로 선 상태에서 허리를 숙이게 한 다음에 등을 쓰다듬으면 양쪽 갈비뼈의 모양을 느낄 수 있는데, 이때 척추측만증이면 한쪽 갈비뼈가 돌출돼 있거나, 척추의 위치가 중심에서 크게 벗어나 있는 것이 육안으로 보인다. 한 달에 한 번씩만 해도 아주 유용한 진단법이다. 이외에도 아이의 어깨 높이가 대칭인지, 한쪽으로 갈비뼈나 가슴이 돌출되지는 않았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부모가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인다면 얼마든지 조기에 찾아낼 수 있다.

현승재 교수는 “과거 척추측만증은 단순히 척추를 완전히 펴는 데 집중했다. 이에 따라 수술로 고정하는 범위가 커 척추의 가동성이 크게 제한된 상태로 오랜 기간 지내야 했으며, 후유증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척추 고정을 최소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개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현승재 교수 연구팀에서는 1~2 마디를 덜 고정할 수 있는 진단법을 고안해 국제 SCI 학술지에 발표했고, 외국에서도 배우러 올 정도로 국제적인 치료법으로서 각광받고 있다. 허리뼈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관절이 총 5마디인 것을 고려하면, 치료 범위를 1~2마디 줄이는 것은 과거에 비해 정말로 획기적인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현승재 교수는 “치료 과정을 두려워하지 말고 측만증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현승재 교수(척추측만증 클리닉)가 허리가 휘어져 생활이 곤란했던 척추측만증 환자의 허리를 펴기 위한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이순용 (sy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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