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가장 진보된 스포츠 세단, 파나메라 터보 E-하이브리드
2024. 5. 22. 07:30
-정제된 디자인, 높아진 감성 품질 인상적
-지능화된 전동화 파워트레인 및 액티브 라이드
포르쉐 파나메라는 줄곧 스포츠 세단의 기준점 역할을 했다. 신선하면서도 파격적인 변화를 추구하며 트렌드를 이끌었고 후발주자들의 거센 공격에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중이다. 이러한 비결은 단연 혁신 기술에서 나온다. 자동차의 개념과 수준을 한 차원 높여주며 신세계로 초대하는데 3세대 완전변경으로 돌아온 신형 파나메라 역시 이러한 흐름을 이어받았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7일 독일 슈투트가르트 근처 블랙포레스트 지역에서 파나메라 최상위 라인업, 터보 E-하이브리드를 직접 시승했다. 놀라운 파워트레인과 섀시컨트롤을 바탕으로 절정에 오른 완성도를 살펴볼 수 있었고 깊은 감동과 여운으로 남은 시간이었다.
▲디자인&상품성
신형 파나메라는 기존의 큰 디자인 틀을 유지하면서 섬세한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그래서인지 멀리서 보면 큰 차이를 느끼기 힘들지만 구석구석 살펴보면 신형다운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헤드램프다. 크기가 커졌고 각을 살려 인상이 명확해졌다. 3만2,000개의 LED 픽셀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최적의 야간 시야를 확보한다. 범퍼에는 차체 컬러 면적을 넓히면서 통일감을 부여했고 신선한 느낌을 전달한다. 공기흡입구 크기도 커졌으며 두 줄의 심리스 형태 방향지시등도 멋을 더한다.
옆은 늘씬한 차체가 특징이다. 실제로 길이는 5m를 훌쩍 뛰어넘고 너비도 1.9m에 달한다. 반대로 높이는 1.4m로 낮아 스포츠 세단의 이미지를 키운다. 앞-뒤바퀴 사이 거리를 뜻하는 휠베이스 역시 2.9m를 넘기면서 플래그십 세단 수준의 넉넉함을 갖췄다. 긴 보닛과 완만하게 올라가는 A필러, 유연하게 흐르는 루프를 지나 펜더를 강조한 C필러의 모습까지 매끈하고 깔끔하다. 살이 얇은 21인치 센터락 휠과 두툼한 브레이크 캘리퍼, 커다란 디스크 조합은 차의 존재감을 알게 해준다. 이 외에 앞바퀴 뒤에 놓인 세로형 에어덕트는 보는 각도에 따라 숨어있는 것 같은 착각도 불러일으킨다.
뒤는 가로로 길게 이어진 테일램프가 시선을 끈다. 기존과 비슷한 맥락이지만 주변을 유광 블랙으로 감싸고 중앙에 위치한 포르쉐 로고까지 하나로 묶어 훨씬 모던해 보인다. 여기에 한껏 부풀린 뒤테는 와이드한 램프와 조화를 이뤄 포르쉐 정체성을 강조한다. 쿼드 배기구 역시 과하지 않으며 전체적인 비율에 도움을 준다. 반면 범퍼는 차분하다. 양 끝을 입체적으로 다듬은 흔적 외에는 큰 특징은 없다.
실내는 수평과 수직 구조를 적절히 섞어 최적의 안정감을 구현했다. 이와 함께 풀-디지털 요소를 적용해 편의성을 부쩍 끌어올렸다. 먼저, 12.6인치 커브드 계기판은 다양한 구성을 제공하며 일목요연하게 정보를 표시해 직관성이 크게 올라갔다.
센터페시아 중앙에는 선명한 화질을 자랑하는 터치 패널이 위치해있고 조수석에서도 조작 가능한 화면을 별도로 달았다. 안전을 고려해 운전석에서는 검은 패널처럼 안 보이며 시선을 조수석으로 돌릴 경우에만 화려한 그래픽의 향연이 펼쳐진다. 10인치가 넘는 크기를 바탕으로 동영상을 비롯해 각종 서드파티 앱도 다룰 수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센터 터널의 변화도 인상적이다. 공조장치 버튼이 간소화 됐는데 조작감이 매우 우수해 자꾸만 눌러보게 된다. 뒤에는 수납함으로 꾸며진 휴대폰 무선 충전패드가 있으며 컵홀더도 가로로 큼직하게 뚫려있다. 여기에 제법 깊은 콘솔박스는 이전과 비교해 활용도가 무척 올라갈 듯하다. 버튼의 재배치도 마음에 든다. 계기판 레이아웃을 선택하는 토글 스위치와 주행 프로그램을 변경할 수 있는 모드 스위치는 스티어링 휠에 배치되며 기어 셀렉터 레버가 바로 옆에 위치한다.
정교한 소재와 폭 넓은 범위의 투 톤 컬러 디자인은 입맛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여기에 장식 요소를 더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질 좋은 가죽과 정교한 마감은 기본이며 모든 신형 파나메라는 시트 폼 소재를 개선해 이전보다 높아진 탄력성과 함께 편안함을 제공한다. 고급 사운드 시스템과 무드등, 크로노 그래프, 공기 정화 시스템까지 오감을 사로잡기 위한 포르쉐의 노력과 결과물은 대단하다.
시승차는 2+2 구조의 4인승 스포츠 세단이다. 그만큼 2열은 독립 시트로 구성돼 있다. 신형에는 파나메라를 상징하는 센터 디스플레이와 수납함 등이 위치한다. 새로워진 방식의 터치를 비롯해 송풍구 등이 신형다운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면적이 넓은 도어 수납과 컵홀더는 장거리 여정에도 불편함이 없을 듯하다. 해치 형태로 활짝 열리는 트렁크는 면적이 상당하고 깊이도 제법 깊다. 일반적인 세단의 적재공간과 비교하면 큰 차이를 보이며 광활하고 넓다.
▲성능
신형 파나메라 터보 E-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의 핵심은 근본적으로 개선된 4.0ℓ V8 터보 엔진과 전기모터, 배터리 조합으로 움직인다. 역에 지능화된 8단 PDK 변속기가 맞물려 총 680마력의 시스템 출력을 내고 최대토크는 94.9㎏∙m에 이른다. 이를 바탕으로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h까지 가속하는데 단 3.2초가 소요되며 최고속도는 315㎞/h다. 또 25.9㎾h로 늘어난 배터리 용량을 통해 복합 WLTP 사이클 기준 최대 91㎞ 또는 도심 주행 시 83-93㎞의 순수 전기 주행이 가능하다. 최적의 충전 조건에서 새로운 11㎾ 온보드 AC 충전기는 충전 시간을 2시간39분 이내로 줄인다.
시동을 켜고 주행을 이어나가는 순간은 매우 차분하다. 미끄러지듯이 전진하고 부드러운 엔진 회전 질감을 바탕으로 손 쉽게 속도를 올린다. 저속에서는 전기모터의 차분한 반응이 일품이며 일상 주행에서는 운전에 대한 부담도 없다. 또 노멀 모드에서는 스로틀을 활짝 열어도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강력한 숫자만 보고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을 듯하다.
주행 모드는 제법 다양하다. 크게는 E-파워와 하이브리드,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로 나뉜다. E-파워는 순수 전기의 힘을 적극 빌려 움직이는 모드이고 하이브리드는 전기모터와 배터리, 엔진이 최적의 상황에서 유기적으로 성능을 낸다. 하이브리드의 경우 다시 하이브리드 오토와 E-홀드, E-차지로 나뉜다. 배터리를 얼마만큼 효과적으로 사용할 것인지 입맛에 맞게 조정하면 된다. 스포츠와 스포츠 플러스는 터보 E-하이브리드의 진가를 경험할 수 있는 마법 모드다.
스포츠로 돌리자 차는 엔진회전수를 약 1,000RPM 가까이 껑충 올리며 본격적으로 달릴 준비를 마친다. 이후 가속페달을 밟자 거침없이 달려나간다. 나긋나긋했던 성격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매서운 스포츠카로 변모한다. 주변 사물이 3배속으로 흘러가고 수백미터 앞에 놓인 차가 순식간에 눈 앞에 다가온다. 몸은 시트 안으로 깊게 파묻히고 시야도 좁아진다.
흥분을 부추기는 건 스포츠 플러스다. 엔진회전수가 다시 700RPM 이상 오르며 좀처럼 3000RPM 밑으로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스포츠 모드에서 경험했던 모든 순간이 순한맛으로 느껴진다. 손과 등에 땀이 나기 시작하고 도파민의 양은 늘어난다. 이와 함께 엄청난 집중과 함께 입가에는 미소를 띄운다. 엄청난 가속을 몸으로 받아내는 느낌이 짜릿하다. 여러모로 잊지 못할 생경한 경험이다.
여기에는 매력적인 사운드도 한 몫 한다. RPM 구간별로 서로 다른 음색을 만들어 내는데 스티어링 휠 뒤에 달린 패들시프트로 연주하면 환상적인 교향곡 하나가 완성된다. 날카롭거나 거친 고주파 사운드는 아니다. 오히려 굵고 걸걸한 소리가 실내에 울려 퍼지는데 중독성이 상당하다. 엔진음과 배기음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며 매우 고급스럽게 다가올 정도다. 하루 종일 들어도 귀가 피곤하지 않을 듯한 노래다.
파나메라의 혁신 기술은 파워트레인 너머에 있는 주행 완성도에 있다. 대표적으로 섀시 컨트롤이다.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PASM)는 기존의 3챔버 에어서스펜션을 2챔버 2벨브타입으로 바꿨다. 챔버를 하나 줄여 컴팩트하게 가져가면서도 2밸브 테크놀로지를 통해 직관적인 응답성을 키운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각각의 벨브가 댐퍼 컨트롤을 리바운드와 컴프레션 스테이지로 나눠 반응하고 지능화된 소프트웨어 처리 장치가 실시간 노면을 파악해 최상의 승차감과 스포티한 성향을 보여준다.
궁극적으로 탑승자는 주행 모드별 극명하게 나뉘는 서스펜션 반응을 경험할 수 있다. 노멀 모드에서는 플래그십 세단 수준의 승차감을 구현하고 반대로 스포츠 플러스에서는 경량 스포츠카와 같은 탄탄한 감각이 극대화된다. 한 차에서 양 극단의 섀시 컨트롤 성격을 체험할 수 있는 셈이다.
포르쉐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액티브 라이드 서스펜션 시스템을 선보였다. 2 밸브 테크놀로지와 함께 전기 유압식 펌프에 각각 연결된 새로운 액티브 쇽업소버를 기반으로 한다. 쉽게 말해 급격한 차의 움직임(G값)을 파악하고 미리 최적의 수평을 맞추는 방식이다. 그 어떤 서스펜션 콘셉트보다 탁월한 성능을 제공하며 안락한 주행 특성과 역동성 사이의 전례 없는 범위를 제공한다.
실제로 빠르게 코너를 들어가고 나오는 순간에서 액티브 라이드는 놀라운 실력을 드러냈다. 보통 적당한 롤을 허용하면서 몸이 쏠리기 마련인데 이러한 현상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물리력을 무시하는 차의 거동을 보며 헛웃음만 나왔다. 어떻게 구현했을 지 상상이 전혀 되지 않을 정도의 훌륭한 기술 발전이다.
심지어 액티브 라이드는 좌우의 반응과 함께 상하 운동까지 담당한다. 즉 급제동이나 급가속 시에도 차체를 항상 수평으로 유지한다. 부드러운 승차감은 물론, 요철로 인한 충격을 거의 완벽하게 흡수하고 역동적인 주행 상황에서도 휠 하중을 균형적으로 배분하며 노면과 완벽히 연결한다. 플래그십의 역할도 소화하면서 포르쉐가 가진 정체성까지 모두 잡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며 소비자는 보다 다양해진 선택지를 두고 취향에 맞게 차를 고를 수 있게 됐다.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다시 E-파워 모드로 바꿨다. 차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히 숨을 죽이고 전기차 빙의를 한다. 완충 시 순수 전기로만 달릴 수 있는 거리는 100㎞에 육박했다. 실제 교통 흐름에 맞춰 주행을 해보니 90㎞ 수준이었다. 출퇴근 시에는 환경을 생각해 기름 한 방울 사용하지 않으면서 경제적 이점까지 챙길 수 있는 포르쉐 터보가 생긴 셈이다. 스마트 에코 소비자의 본분을 충실히 수행하며 뿌듯함이 밀려올 듯하다.
▲총평
신형 파나메라는 선명해진 외모와 섬세함으로 물든 기능, 강력해진 성능과 비현실적인 주행 감각이 교집합을 이루며 최적의 균형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자동차 기술 발전 정점에 서 있는 스포츠 세단이며 우리가 왜 포르쉐에 열광하는지 알게 한다. V8 4.0 터보와 전기모터는 한 몸처럼 움직이고 100㎞를 순수 전기차로 위장해 갈 수 있으며 상하좌우 어떠한 움직임에도 평정심을 유지한다. 이처럼 새 파나메라는 명실상부 드림카 리스트 맨 위에 놓을 자격이 충분하다.
한편, 파나메라 터보 E-하이브리드의 판매 가격은 부가세를 포함해 3억 910만 원이다.
슈투트가르트=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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