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최고 명장으로 떠오른 과르디올라, 그가 밝힌 불멸의 4연패 비결은? [최규섭의 청축탁축(清蹴濁蹴)]

우충원 2024. 5. 22.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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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것은 ‘정신력’이다(It is the mentality).”

단 한마디였다. ‘축구 본향’ 잉글랜드 최초의 역사적 4연패의 비결은 담백했다. 전략과 전술 그리고 통솔력 등 돋보이려는 화려한 수식어는 찾아볼 수 없었다. 흔들리지 않는 ‘맨체스터 시티 절대 왕조’를 구축한 펩 과르디올라(53) 감독의 위대성이 다시금 진하게 배어나는 일구였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그 누구도 밟지 못했던 지평을 새로 열며 세계 으뜸의 명장으로 자리매김한 감독다운 일성이었다.

“우리 클럽 구성원 모두가 가진 공통 인자다. 모두가 ‘더 스카이 블루즈(The Sky Blues: 맨체스터 시티 별칭)’를 이끌고 있다. 물론, 한마음 한뜻으로 우러나는 그러한 사고방식이 정상으로 가는 원동력이 됐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회장, CEO, 스포츠 디렉터, 산하 유소년팀 스태프, 의사, 물리치료사 등 클럽의 모든 구성원을 열거하며 그들이 맨체스티 시티가 금자탑을 세우는 데 저마다 한몫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 사람은 거론하지 않았다. 그것도 가장 중요한 핵심 인물을. 다름 아닌 그 자신이었다. 겸양의 미덕이 돋보이는 과르디올라 감독의 진정한 인간성을 뚜렷하게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팀이 고비에 처했을 때, 정점에 도달할 수 있도록 반복적으로 영감을 주며 이끈 존재인데도 말이다.

EPL 전문가 모두가 인정하듯 과르디올라 감독은 ‘완벽주의자’다. 끊임없이 높은 기준을 요구하며 선수들이 부합할 때까지 인내하며 ‘닦달의 끈’을 늦추지 않는다. 패권을 다투는 상대가 전력을 쏟아 거두는 상당한 수확에도 불구하고 맨체스터 시티가 매번 등정을 이룬 바탕엔, 과르디올라 감독의 전술적 조명이 버티고 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EPL 골든 부트를 2시즌(2022-2023~2023-2024) 연속 품에 안은 엘링 홀란의 말은 이를 뒷받침한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매일 많은 것을 요구한다.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선수에게 큰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힘든 일이긴 해도, 과르디올라 감독이 해낸 업적에 동행했다는 건 자랑스럽기 그지없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까다롭지만 사랑스러운 남자다. 무척 존경하고 사랑한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과르디올라 감독은 ‘전술의 천재’로 일컬어진다. 후방 플레이와 볼 플레이 골키퍼의 등장은 과르디올라 감독의 경기 접근 방식이 남긴 유산이다. 첫 번째 EPL 우승의 승전고를 울린 2017-2018시즌, 페이비언 델프를 인버티드 풀백(Inverted Fullback)으로 배치해 미드필더 통제를 도운 전술은 요즘 내남없이 운용할 정도다. 또한, 바르셀로나 시절의 ‘펄스 나인(False 9)’을 부활시켜 전술의 다양성을 꾀한 점도 돋보인다. 이처럼 과르디올라 감독의 맞춤형 전술적 조정은 자신이 지휘하는 선수들에겐 긴장감을 안겼을뿐더러 상대로 하여금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심케 했을 만큼 위압감을 안기며 맹위를 떨쳤다.


‘맨체스터 시티 왕조’ 넘보던 도전자들을 두렵게 한 시즌 후반부 괴력 질주

과르디올라 감독은 잉글랜드 프로축구 135년 역사를 새로 썼다. 4시즌(2020-2021~2023-2024) 연속 우승! 아무도 오르지 못했던 곳에서, 금자탑을 쌓으며 천하를 굽어보는 ‘지존’에 등극했다. 1992년 낡은 껍질을 깨뜨리고 첫걸음을 내디딘 이래 지구촌 최고의 무대로 떠오른 EPL에서, ‘명장의 대명사’였던 서(Sir)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도 이루지 못한 업적이다. 외연을 넓혀 1888년 출범한 풋볼리그 디비전 1까지 거슬러 올라가도, 찾을 수 없는 눈부신 발자취다.

당연히 찬사받을 만한 위업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밝혔듯, 우승의 열망을 불태우며 ‘할 수 있다’는 자기최면을 바탕으로 하나로 어우러진 게 4연패라는 대위업을 이룰 수 있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2013-2014시즌, 맨체스터 시티가 우승할 때 멤버였던 마이카 리처즈의 분석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맨체스터 시티는 나아가고 또 나아가려는 정신력으로 뭉쳐 있다. ‘4연패를 이루자’, ‘역사를 만들자’고 과르디올라 감독이 끊임없이 상기시키면 그게 시나브로 스며듦을 엿볼 수 있다.”

이 같은 사고방식은 고비에 처하거나 위기에 몰렸을 때 훌륭한 처방전으로 작용했다. 시즌 후반부, 맨체스터 시티는 괴력을 발휘하곤 했다. 최근 몇 시즌, 맨체스터 시티 왕조 붕괴를 노렸던 도전자들에게 불길했던 지점은 후반부로 접어드는 시기였다. 한 번 상승세를 타면 멈출 줄 모르는 ‘질주 본능’을 뽐내는 ‘과르디올라의 아이들’이 발휘한 뒷심에, 막판까지 우승을 다투던 도전자들은 주눅 들거나 제풀에 나가떨어지기 일쑤였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정상에서 풍년가를 부른 시즌 후반부 성적을 보면 금세 입증되는 사실이다. 2016년 7월 1일 맨체스터 시티 사령탑에 앉은 과르디올라 감독은 2017-2018시즌 첫 우승을 일궜다. 그리고 2023-2024시즌까지 4연패를 비롯해 6회 우승의 대풍가를 소리 높여 불렀다. 그리고 그때마다 후반부에 올린 경이로운 전과가 정상을 밟는 데 큰 힘이 됐다. 도저히 따라잡기 힘든 스퍼트에, 상대는 눈물을 머금고 패권을 양보(?)해야 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우승을 일군 여섯 번 시즌 후반 15경기 성적을 보면, 맨체스터 시티가 얼마나 막판 괴력을 발휘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가장 압도적 페이스를 보였던 2018-2019시즌엔, 물경 14승 1패를 올렸다. 승률이 상상하기 어려운 93.3%에 이른다. 6시즌 통산 성적(90전 72승 10무 8패)의 순수한 승률도 80%에 달한다. 무승부를 0.5로 계산한 승률은 85.6%까지 치솟는다(표 참조). 결국, 이번 시즌 전반부인 지난해 11~12월, 네 차례씩이나 무승부에 그치며 맞닥뜨렸던 위기의 늪을 헤쳐 나온 원동력은 종반으로 갈수록 솟구치는 힘이었다고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그리고 그 본바탕은 역시 흐트러지지 않는 정신력이었다.

이 시기에, 리버풀은 두 차례 준우승했다. 그때 올린 승점이 각각 97점(2018-2019시즌)과 92점(2021-2022시즌)이었다. 역대 준우승팀 최다 승점 1, 2위에 해당한다. 3위는 이번 시즌 2위에 자리한 아스널(89점)이다. 이들 모두 막판까지 맨체스터 시티와 우승을 다투다가 과르디올라 감독을 정점으로 정신력으로 뭉친 맨체스터 시티의 막판 질주에 휘말려 승점 1~2차로 준우승의 비운을 감내해야 했다. 이번 시즌에도 후반부 23경기에서, 과르디올라의 아이들은 무패 행진(20승 3무)과 9연승으로 정상까지 내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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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거슨 전 감독은 EPL 최다 우승(13회) 사령탑으로 불멸의 이름을 남겼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7회 부족한 6회다. 그러나 8번 전장에 나서 6회 ‘우승 대첩’을 이루는,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빼어난 지휘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지휘봉을 잡느냐가 EPL 역대 최고 명장으로 올라서는지를 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맡은 팀을 재창조하고, 라이벌의 도전에 성공적으로 대응하며, 선수들이 이전에 어떤 승리를 거두었는지에 관계없이 매 시즌 경쟁에 대한 열정을 유지하도록 하는 놀라운 능력을 보이는 과르디올라 감독에게 ‘최고 명장’의 타이틀은 시간문제일 듯싶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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