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06만원 감당이 돼?"…필리핀 가사도우미 실효성 논란 계속
최저임금 9860원 적용…현지 임금 비교할 때 '과도'
실수요자 부담↑…"돈 더 주고 내국인 쓰는 게 나아"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오는 9월부터 필리핀 가사관리사(가사도우미) 100명이 서울 지역에 시범적으로 배치된다.
제도 도입 논의 초기에는 홍콩과 싱가포르의 가사도우미 모델이 예시로 제시되면서 월 100만원가량의 저렴한 비용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최저임금 적용으로 이용료가 월 최소 154만원에서 206만원으로 책정되면서 실효성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22일 고용노동부와 서울특별시 등에 따르면, 필리핀 정부는 내달 21일 국내에서 일할 가사도우미 선발 절차를 완료한다.
정부는 이들이 7월 말 또는 8월 초 입국해 4주 간의 한국문화 교육 등을 거치면 9월께 현장에 배치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들은 고용허가제(E-9) 인력으로 입국하며 고용부가 인증한 가사서비스 인증기관에 소속돼 각 가정으로 출퇴근한다.
특히 내국인과 마찬가지로 최저임금을 적용 받는다. 다만 전일제로 한 가정에 소속되는 것은 아니기에 주 최소 30시간의 근로시간을 보장받기로 했다.
이 조건에 맞춰보면, 올해 최저임금 9860원을 적용할 때 최소 월 154만원가량의 급여를 받게 된다. 만일 주40시간 일하면 주휴수당을 포함해 약 206만원을 받게 된다.
"월 100만원 정도여야 혜택 누린다"더니 최저임금 적용…왜?
논의를 가장 먼저 촉발한 건 조정훈 국민의힘(전 시대전환) 의원이다. 조 의원은 지난해 3월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와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도입하되, 이들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 내용의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최대 5년 간 월 100만원의 비용을 주고 고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적극 검토를 지시했고, 논의가 급속도로 전개됐다. 김현철 홍콩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도 서울시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중산층 가정 30대 여성 중위소득이 320만원인 점을 감안할 때 월 100만원 수준이 돼야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초 논의와는 달리 확정된 정부 계획안에는 최저임금 적용이 명시됐다. 우리나라는 국제노동기구(ILO) 가입국으로, 차별금지 협약에 따라 내국인과 외국인 간 동일 수준 임금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내용이 계획안이 발표되자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을 적극 환영했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월급 100만원은 자국에서 받을 수 있는 임금의 몇 배 수준"이라며 "시범 사업 참여가 유력한 필리핀은 1인당 GDP가 3500달러로, 우리의 10분의 1 정도"라고 최저임금 적용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지난해 필리핀의 수도 메트로 마닐라(NCR) 지역의 최저일급은 573~610페소로, 우리나라 환율로 1만4000원~1만5000원 내외다. 올해 기준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9860원으로, 우리나라에서 2시간을 일하면 필리핀 현지에서 하루 버는 돈을 상회하게 된다.
지난해 월평균 가구소득 505만원…"선뜻 쓰기 어려워" 실효성 의문
실제로 지난해 4분기 월평균 가구소득은 502만3719원이었다. 맞벌이 가정이라면 한 사람의 월급여 대부분을 가사도우미 비용으로 지불해야 하는 수준이다.
특히 워킹맘들은 최저임금 적용시 사실상 한국인 혹은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는 중국동포 등을 쓰는 비용과 크게 차이나지 않아, 굳이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쓸 이유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세 살배기 아들을 키우며 둘째 임신 중인 A(33)씨는 "단순히 도우미가 없는 게 아니다. 내 마음에 들고 '실력 있는 이모님'이 없는 것"이라며 "최저임금은 매해 오르는데, 그럴 거면 비용을 조금 더 주고 한국인을 쓰는 게 낫지 외국인을 굳이 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우리보다 먼저 필리핀 가사도우미 제도를 도입한 일본의 경우에도 시간당 4290엔(약 3만7440원)이라는 값비싼 이용료 때문에 사실상 세대 소득이 1000만엔 이상인 부유층이 이용하는 서비스가 됐다.
다만 주무부처인 고용부는 필리핀 가사도우미 서비스를 파트타임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지난해 자체적인 수요조사 결과 대부분이 전일제보다는 하루 4시간 정도의 파트타임 사용을 선호했다고 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시범사업이니 우선적으로 적용해보고 수정이 필요하다면 추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delant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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