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레이더] "사랑에 빠지세요" 외신도 주목…지자체들 '청춘남녀 중매'
경쟁 치열, '커플 매칭' 성사되기도…불교계 동참 등 인구 늘리기 안간힘
만남·결혼·출산 기대 vs 실제 효과 의문 시각도…"결혼 인식 개선 중요"
(전국종합=연합뉴스) 인구절벽 위기에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미혼 남녀 만남을 주선하며 중매에 나서는 등 인구 늘리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지자체가 검증해 신원이 보장된 상대를 만날 수 있고, 다양한 행사를 즐기며 자연스럽게 이성 교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색적인 복지정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출생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결혼과 출생에 따른 비용 부담, 육아와 경력 단절 해소 등 사회적 환경 개선에 집중해야 함에도 엉뚱한 곳에 행정력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엇갈리는 평가 속에 미혼 남녀 주선 행사는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두근두근' 인연 만들기 나선 지자체…'1년 안에 결혼하면 300만원' 지원도
전국 각 지자체는 결혼을 장려하고 저출생 문제를 해결한다는 취지에서 미혼 남녀 만남 행사를 마련했거나 기획하고 있다.
2016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결혼 장려팀을 신설한 대구 달서구는 '고고(만나go 결혼하go)미팅' 등 만남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경기 성남시도 2년째 소개팅 주선자로 나서고 있다.
성남시는 '솔로몬(SOLO MON)의 선택'을 통해 미혼남녀에게 자연스러운 만남과 지속적인 관계 발전의 기회를 제공하고, 결혼에 대한 긍정적인 가치관을 확산하기 위해 행사를 마련했다.
올해에는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3일까지 올해 1차(이달 18일)·2차(6월 16일) 행사에 참여할 200명(남녀 각 100명)을 모집했는데 1천216명(남 753명, 여 463명)이 신청, 평균 경쟁률 6대 1을 기록할 만큼 높은 관심을 받았다.
성남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행사를 5차례 열기로 했다.
전남 광양시는 지난달 20일 미혼남녀에게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는 '솔로엔딩' 행사를 열어 커플 9쌍을 탄생시켰다.
광양시는 연령대를 A 그룹(25∼35세)과 B 그룹(36∼45세)으로 나눠 나이가 비슷한 남녀들이 만날 수 있도록 기획했다.
경남 김해시도 '나는 김해솔로'를 지난해 6월부터 올해 4월까지 총 3차례 진행했다.
지난달 13일부터 14일까지 1박 2일간 시내 가야테마파크 등에서 진행된 제3기 만남에서는 남녀 10명씩 총 20명이 참여해 커플 5쌍이 서로에게 '호감 시그널'을 보내는 데 성공했다. 호감 시그널을 주고받은 청춘 남녀는 이후 사석에서 별도의 만남을 이어가게 된다.
3기 참여자들의 경우 남자는 10대 1, 여자는 3대 1 정도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정됐을 정도로 김해솔로 행사에 대한 호응도는 높은 편이다.
김해솔로가 입소문을 타면서 청춘 남녀를 둔 부모들이 시에 참여 문의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시 관계자는 "'나는 김해솔로'는 연애·결혼·출산이 쉽지 않은 현세대 미혼 남녀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책"이라며 "올해 11월 4기 모집에 이어 내년에도 정례화해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8년과 2019년 만남 행사를 진행한 전북 군산시는 코로나19로 인해 중단한 행사를 오는 6월 1일부터 이틀간 선유도를 비롯한 고군산군도에서 4년 만에 다시 연다.
시는 인연 만들기를 돕기 위해 1:1 스피드 데이트, 포토 미션, 연애 특강, 해상 놀이 활동을 마련했다.
부산 해운대구는 오는 25일 '해운대 랑데부' 행사를 통해 25∼34세 남녀 40명을 모아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하루 종일 어울리며 대화하고 친해질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누리마루APEC하우스에서 퀴즈·보물찾기 등 각종 게임을 하고, 해리단길 맛집 투어, 모래 축제를 함께 관람한다.
해변열차와 요트 타기, 각종 이벤트 참가 등도 이뤄질 예정이다.
미혼 남녀 주선 행사가 인기를 끌면서 불교계도 뛰어들었다.
지난달 미혼 남녀 20명이 인천 강화군에 있는 전등사에 모여 공양,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4쌍의 남녀가 서로에게 호감을 표시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이들이 주선한 만남이 실제 결혼으로 이어질 경우 추가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고 나섰다.
인구 급감으로 인해 소멸 위기에 직면한 지역에서는 국제결혼 지원에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다.
생활인구에 포함되는 외국인 비율이 늘어나는 지역적 변화에도 대응하는 움직임도 엿보인다.
부산 사하구는 오는 9월부터 미혼 내·외국인 만남의 날을 월 1회 개최한다.
올해는 내국인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내년부터는 외국인 근로자나 유학생까지 대상을 확대한다.
사하구 관계자는 "생활인구에 포함되는 외국인 주민과 다문화 가족 등 외국인 거주 비율이 지속해 증가함에 따라 이들을 지역 공동체 일원으로 포용하는 인식과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원 태백시는 만 39세 이하 공공기관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오는 6월 2∼3일 1박 2일 일정으로 청춘 별빛 캠프를 연다.
태백시는 결혼에 성공한 참가자에게 300만원(1년 이내 결혼), 200만원(2년 이내 결혼), 100만원(3년 이내 결혼)을 지원하기로 했다.
외신도 주목…"저출생 본질 벗어나" vs "만남 기회 늘어" 엇갈린 시선
전국 지자체가 미혼 남녀 만남 주선 행사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자 외신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성남시 '솔로몬의 선택' 행사는 최근 미국 일간지 보스턴글로브 팟캐스트와 기사를 통해 집중 조명됐다.
보스턴글로브는 팟캐스트와는 별도로 같은 날 '시민 여러분, 사랑에 빠지세요. 제발'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서도 솔로몬의 선택 행사를 소개했다.
성남시가 미혼남녀의 만남을 주선하는 이 행사는 지난해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싱가포르 일간 스트레이츠타임스, 영국 뉴스 통신사 로이터에서도 집중 조명한 바 있다.
폭발적인 관심 속에서 주선 행사를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이들 정책이 미혼 인구 증가와 저출생 문제에서 본질적으로 벗어났다는 지적이다.
저출생 문제는 사회 인프라 개선, 지원책 마련 등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해결하기 어려워 정책에 실효성이 없다는 게 주장의 요지다.
양이현경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아이를 낳게 하려면 먼저 사회적 환경이 개선되어야 한다"며 "결혼하든 하지 않든 아이를 제대로 양육할 수 있도록 지원이 확대되어야 하는데 그런 과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지자체 정책에 한계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여성단체 등 일부 시민단체는 이 같은 이유에서 주선 행사에 투입되는 행정력과 예산을 주거 안정, 육아·교육 지원 등에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2018년 경북 포항시, 경주시와 함께 미혼 남녀 간 만남 행사 '해오름 알콩달콩 싱글파티'를 개최한 울산시는 "커플 매칭 등 별다른 사업 성과가 없어 현재는 관련 사업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행사를 반기는 입장에서는 쉽게 누군가를 만나기 어려운 현대 사회에서 지자체가 나서 신원을 보장하면 만남의 기회가 늘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맴돈다.
실제 해운대구는 행사 참가자의 범죄경력회보서, 주민등록초본, 재직증명서, 혼인 증명서(미혼 여부 확인) 등을 깐깐하게 확인하고 있다.
김해시도 사전에 참여자들로부터 지원 포부 등이 담긴 신청서를 받아 결혼 의지가 큰 것으로 판단되는 지원자들을 뽑고 있으며, 광양시 역시 참가 자격을 공공기관·기업체 근무자로 한정하고 남성의 경우 주민등록 주소지와 근무지를 모두 광양시에 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 우선 결혼율부터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보스턴글로브와 인터뷰에서 "사업 초기에 왜 시가 중매 역할을 해야 하느냐는 비판도 있었지만,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혼에 대한 젊은이들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장아름 장지현 김선경 손형주 차근호 이우성 최영수 변지철 강태현 기자)
tae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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