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건축] 아름다운 삶을 담은 건축

김상태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건축학과 교수 2024. 5. 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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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은 필자가 전통건축을 전공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전공자들은 각자 자신들이 생각하는 건축물이나 건축사상을 이야기하겠지만, 필자는 단연코 온돌과 마루문화가 우리나라의 건축을 대표한다고 말한다.

조선시대 온돌과 마루가 만나 안채를 이루고, 정신적 지주였던 성리학 사상이 접목된 대표적인 고택 중 충남에 위치하면서 소위 우리나라 3대 전통주택 중 하나로 일컫는 주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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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태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건축학과 교수

"우리나라의 건축을 대표하거나 상징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이 질문은 필자가 전통건축을 전공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전공자들은 각자 자신들이 생각하는 건축물이나 건축사상을 이야기하겠지만, 필자는 단연코 온돌과 마루문화가 우리나라의 건축을 대표한다고 말한다.

신이나 왕을 모시고 예배나 사무를 보는 공간인 궁궐의 정전이나 사찰의 대웅전, 서원의 사당 등의 건물은 주로 마루만을 깔아 사용하였다. 반면 사람이 생활하는 공간에는 온돌이 있는 흙바닥과 온돌에 불을 공급하는 부뚜막을 만들어 사용하였고 온돌방 옆에는 마루를 놓아 같이 사용하였다. 방 전체에 구들을 놓아 추운 겨울을 나게하는 온돌은 다른 나라에서는 찾기 힘든 난방방식이다. 그러면 온돌과 마루를 조합하여 생활하였던 집 중 가장 오래된 집은 무엇일까? 바로 고려 말기에 지어졌을 것으로 보는 아산 맹씨행단이다.

고려 최영 장군의 손녀사위이자 조선 초기 대표 정승으로 알려진 맹사성의 주택인 맹씨행단을 살펴보면, 가운데 두 칸의 마루가 있고 양옆에 온돌을 놓은 방이 있다. 그런데 온돌방 앞에 부엌이 없고 조그마한 아궁이에서 불을 붙이게끔 되어 있다. 조선시대 온돌과 마루가 만나 안채를 이루고, 정신적 지주였던 성리학 사상이 접목된 대표적인 고택 중 충남에 위치하면서 소위 우리나라 3대 전통주택 중 하나로 일컫는 주택이 있다. 그곳이 바로 논산에 있는 명재 윤증 선생 '명재고택'이다.

명재고택은 세 개의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는 입구에 멋지게 서 있는 남성들의 공간인 사랑채 영역과 사랑채 뒤 네모난 마당을 둘러싸고 있는 여성들의 공간인 안채 영역, 그리고 조상의 위패를 모시는 사당 영역이다. 삶을 영위하기 위하여 집을 지으면서, 집을 지을 때 한 번에 세 영역을 다 조성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단계별로 짓는다. 이는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클 것으로 생각된다. 우선 부부가 되어 집을 지을 때, 안채와 문간채를 지어 부인과 남편이 각각 안채의 안방과 건넌방에 거처하게 되며, 문간채는 하인방과 창고로 이루어진다. 부부가 자녀를 낳아 자녀가 성장하면, 사랑채를 만들어 남편과 아들은 사랑채 영역으로 이동하고, 건넌방은 딸이 거주하게 된다. 이후 건넌방은 아들이 결혼하면 며느리가 거주하게 되며, 손주가 생기고 곳간의 열쇠를 아내가 며느리에게 넘겨줄 때가 되면 별당을 만들어 인생의 말년을 보내게 된다.

사당은 여유가 될 때 조상의 제사를 올리기 위하여 건립하게 되고, 건립 전에는 정침의 대청에서 모신다. 가례(관·혼·상·제)가 행해지는 곳이 정침인데, 보편적으로는 안채를 의미한다. 안채의 안방은 부엌의 부뚜막에서 불을 놓아 방을 따뜻하게 한다. 불은 생명을 의미한다. 생명의 불을 공급하는 안방은 생명을 잉태하고, 자녀를 키워 성장케하고, 결혼과 죽음에 이르는 삶을 영위하는 가장 중요한 공간이다.

대청은 3칸의 마루로 만드는데, 3칸의 의미는 천·지·인의 삼재로 세상을 구성하는 3대 요소를 상징한다. 생명에 대응하는 온돌방과 시간과 공간에 대응하는 대청마루가 우리 주택의 기본 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조상에게 예를 갖추는 사당은 북동편에 위치하여 최상의 위계를 가지며, 사당에서의 모든 활동을 관장하는 남성들의 공간인 사랑은 동편에 위치하게 된다. 이렇듯 온돌과 마루, 그리고 성리학의 기반을 둔 삶의 공간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명재고택이다. 명재 윤증 선생의 실용적인 사상을 바탕으로 여러 요소가 합해지며 재미있는 삶의 흔적을 다양하게 살펴볼 수 있는, 조선시대 대표적인 성리학자의 주택을 꽃향기와 맑은 하늘이 있는 5월에 찾아봄이 어떠한지 제안하여 본다. 김상태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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