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야후 사태]네이버의 선택지는

김동훈 2024. 5. 22.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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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에 7월 제출할 보고서에 '촉각'
매각가능성 배제못해…사태 장기화 조짐

'라인야후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실을 비롯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교부 등 우리 정부가 등판해 기업(네이버)의 의사에 반하는 부당한 조치(네이버의 라인야후 보유지분 매각)는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지원사격에 나서면서다.

라인야후에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한 이후 일본 정부가 행정지도를 통해 경영체제 개선을 압박하자 네이버는 명확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은 바 있다. 지분 매각 이후 마련되는 실탄을 바탕으로 '플랜B'까지 고려할 수 있는 네이버 입장에선 정치외교 문제와 반일감정까지 실타래처럼 엉켜 오히려 사안이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개인정보유출에 '휘청'

라인야후는 네이버가 일본에 선보인 모바일 메신저 '라인'과 손정의 회장으로 유명한 소프트뱅크의 '야후재팬'이 힘을 모아 만든 회사다.

앞서 라인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통신마비 사태를 겪은 일본에서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입소문을 타면서 순식간에 9700만명의 일본인이 쓰는 '국민 메신저'로 거듭나고 동남아 시장까지 진출했다.

그러나 가파른 성장과정에서 맞이하는 경쟁심화와 정체현상을 잇따라 겪으면서 2019년 야후재팬을 우군으로 맞이하기로 한 바 있다. 네이버와 구글에 밀린 포털 '다음'이 빠른 성장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부진을 겪은 모바일 메신저 사업자 '카카오'와 합병한 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카카오톡이 그렇듯 오늘날 라인 역시 일본에서 국민 다수에게 메신저이자 쇼핑몰, 은행, 게임기로 기능하면서 편리함을 두루 전달하고 있다. 이처럼 일상 곳곳에 침투한 플랫폼이 따지고 보면 자국 기업이 아닌 까닭에 일본 내부에선 두려움도 함께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의 개인정보가 중국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어떻게 관리되는지 우려하는 것과 유사하다. 일본정부의 행정지도 역시 이런 맥락에서 등장했다는 분석이 있다. 

뒤늦은 정부 대응

한국 정부는 뒤늦게 등판했다. 일본 총무성의 1차 행정지도가 나온 건 3월 초인데 2차 행정지도까지 나온 뒤인 4월 말에야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우리 기업이 외국 정부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는 지적이 쏟아지면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0일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의 라인야후에 대한 2차례에 걸친 행정지도에 개인정보유출 사고에 따른 보안강화 조치를 넘어서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지 확인했다"며 "일본 정부는 행정지도에 지분을 매각하라는 표현이 없다고 확인했으나, 우리 기업에게 지분매각 압박으로 인식되고 있는 점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했다.

대통령실도 오는 7월 라인야후가 일본 총무성에 제출할 행정지도 보고서에 지분매각 내용은 빠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일본 총무성은 라인야후에 재발방지책 등을 담은 행정지도 조치 보고서를 7월1일까지 제출토록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소프트뱅크 미야카와 준이치 최고경영자는 "7월 초까지 정리되기에는 매우 난도가 높다"며 보고시한을 넘길 가능성도 시사했다.

"네이버, 지분매각 검토"

흥미로운 점은 네이버는 라인야후 지분매각 옵션도 고려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정부를 통해 공식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강도현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브리핑에서 "이사 구성 등을 볼 때 라인야후의 경영권은 이미 2019년부터 사실상 소프트뱅크의 컨트롤하에 있었다"며 "네이버는 자사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라인야후에 접목하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어 지분매각을 포함한 여러 대안을 중장기적 비즈니스 관점에서 검토해왔던 상황"이라고 전했다. 

업계는 네이버가 라인야후 지분을 매각하면 10조원 가량을 확보해 다른 사업에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다만 제값을 받으려면 협상 장기화를 각오해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치권까지 나서 우리 정부의 무능을 탓하며 지분매각을 반대하는 상황이라 네이버의 운신폭이 넓지 않다. 서둘러 지분정리에 나서면 헐값매각 논란이나 국민정서에 반하는 결정으로 역풍을 맞기 쉽다.

네이버는 라인야후 사태 발생 이후 지난 10일 처음 낸 공식입장문에서 "회사의 미래성장 가능성을 높이고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고자 회사 자원의 활용과 투자에 대한 전략적 고민과 검토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며 "지분 매각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고 소프트뱅크와 성실히 협의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일이 기업과 기업의 관계를 넘어 국가 대 국가의 문제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네이버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김동훈 (99r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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