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삶이 일치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프리스타일]

임지영 기자 2024. 5. 22.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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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기라는 이름을 처음 들은 건 '봉우리' 때문이었다.

최근 방영된 〈SBS 스페셜〉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 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뜨겁다.

익숙한 이름이지만 김민기에 대해 새로 알게 된 것이 많다는 후기가 눈에 띄었다.

스스로를 '뒷것'이라 칭하던 김민기의 삶에 대해, 처음 '봉우리'를 들었을 때처럼 하던 일을 멈추고 오래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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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기 대표. ⓒ연합뉴스

김민기라는 이름을 처음 들은 건 ‘봉우리’ 때문이었다. 어느 심야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는데 그동안 듣던 대중음악과 완전히 달랐다. 굉장히 낮은 음성의 내레이션이 이어졌고 죽 이런 식인가, 싶을 때 멜로디가 흘러나왔는데 마음을 흔드는 뭔가가 있었다. 하던 일을 오래 멈추게 했다.

최근 방영된 〈SBS 스페셜〉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 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뜨겁다. 익숙한 이름이지만 김민기에 대해 새로 알게 된 것이 많다는 후기가 눈에 띄었다. 나 역시 극단 학전과 뮤지컬 〈지하철의 1호선〉 〈아침이슬〉의 김민기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다큐멘터리 속 지인들이 증언하는 김민기는 몇 단어로 요약하기 어려운 인물이었다.

1990년대 학전은 극단 최초로 배우와 계약서를 쓰고 공연 수익을 투명하게 공개했다. 스태프를 정규직으로 고용해 4대 보험을 들기도 했다. 연극을 한다고 하면 생활고가 당연시되던 시절이었다. 스태프이자 배우였던 이는 당시를 회상하며 “구조당한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학전이 황정민·설경구·이정은 등 유명한 배우를 배출한 건 알고 있지만 이름을 알 법한 비교적 젊은 배우들이 최근까지 거쳐 갔다는 사실은 잘 몰랐다. 1991년부터 지난 3월까지 33년간 계속해서 공연을 올리고, 연기자를 배출했다.

3부작 다큐멘터리를 보며 지난해 화제가 되었던 MBC경남의 〈어른 김장하〉가 떠오르기도 했다. 둘 다 주인공이 직접 인터뷰에 응하지 않고 주변인의 증언으로 지난 삶을 구성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제작진은 김민기의 친구, 선후배, 학전 출신 예술인 등 100여 명을 인터뷰했다고 한다. 그리고 또 하나, 두 사람 모두 말보다는 삶으로 자신을 보여주는 사람이었다. 뭔가 의미 있고 ‘좋은 일’을 하기 위해 도움이 필요할 때 사람들은 ‘그들’을 찾았다. 이번 다큐멘터리에서도 누군가 증언한다. 가난한 환경의 아이들을 위해 유아원 설립을 계획했을 때 찾아간 사람이 ‘민기 형’이었다고. 누구나 앞에 서고 싶어 하는 시대, ‘뒤’를 자처했다는 면도 비슷하다. 스스로를 ‘뒷것’이라 칭하던 김민기의 삶에 대해, 처음 ‘봉우리’를 들었을 때처럼 하던 일을 멈추고 오래 생각하게 되었다. 말과 삶이 일치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방송은 끝났지만 김민기를 기억하는 사람이 각자의 사연과 추억을 꺼내놓으면서 101명째 증언을 이어가고 있다.

임지영 기자 t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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