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킹조지섬-남극 생태계의 중심축 크릴[박수현의 바닷속 풍경](48)

2024. 5. 22.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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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크릴(Krill)은 난바다곤쟁이목(Euphausiacea)에 속하는 갑각류로 플랑크톤의 일종이다. 이들은 남극 해양생태계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다. 남극 바다는 편서풍에 의해 형성된 남극 순환 해류의 영향으로 다른 바다와 단절돼 있다. 무엇인가 식물플랑크톤과 포식자 사이를 연결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바로 동물플랑크톤인 크릴이다.

하루 40㎏씩이나 체중이 불어나는 대왕고래 새끼를 예로 들어보자. 이들은 하루에 약 3t의 크릴을 먹어 치운다. 이 고래는 1년 중 6개월을 남극에서 지내므로, 이 기간에 고래 한 마리가 먹어 치우는 크릴의 양은 500t 이상이다. 고래뿐 아니다. 남극에 서식하는 동물 중 크릴을 먹지 않는 것은 없다. 남극권에서 발견되는 123종의 어류에서부터 다섯 종의 남극바다 해표, 남극 털가죽 물개 등의 기각류와 펭귄, 가마우지, 갈매기, 남방자이언트페트렐 등 조류에 이르기까지 남극에 사는 모든 동물이 크릴을 먹고산다. 이처럼 다양한 포식자들이 단 한 종류의 먹잇감에 매달리는 현상은 지구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일이 가능한 것은 크릴이 양도 많은 데다 떼를 지어 생활하기 때문이다. 바닷물 1㎥에는 크릴 1만5000마리 이상이 모여 있다.

미국 국립자연과학재단의 페퀴낫(Willis E. Pequenat)은 남극에서 1년 동안에 부화하는 크릴의 양을 15억t으로 계산했다. 이것을 개체수로 환산하면 1100조 마리에 해당한다고 한다. 전 세계 인류가 1년간 소비하는 수산물의 양이 1억t에 미치지 못하는 점을 생각하면 크릴의 자원량이 얼마나 엄청난지 알 수 있다.

크릴은 여름에는 해수면 가까이 떠올라 얼음에서 배출된 조류를 섭식한다. 겨울에는 해저로 내려가 가라앉은 조류의 사체를 먹는다. 사진은 여름철 남극 킹조지섬 유빙 아래에 모여있는 크릴의 모습이다.

박수현 수중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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