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최고지도자 부상한 하메네이 아들

김서영 기자 2024. 5. 2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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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실세’ 모즈타바
“민병대의 사실상 지도자”
부자세습, ‘혁명정신’ 위배
실행 땐 체제에 위협 요소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85)의 후계자로 그의 둘째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55·사진)가 부상하고 있다. ‘최고위직 부자 세습은 부적절하다’는 문제가 모즈타바의 최대 걸림돌이었으나, 가장 강력한 경쟁자였던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이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한 이후 그에게 길이 열린 모양새다.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모즈타바는 아버지 하메네이와 마찬가지로 강경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17세이던 1985년 이란·이라크 전쟁의 최전선에서 복무하면서 일주일간 실종되기도 했다. 당시는 하메네이가 최고 종교지도자 자리에 오르기 전이었다. 이후 모즈타바는 이란 혁명수비대 최고위급과 친분을 맺는 등 이란 보안기관과 끈이 탄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즈타바가 정치와 연관돼 본격 언급되기 시작한 건 2000년대 중반이다. 2005년 및 2009년 대선에서 그는 선거에 개입했거나 부정선거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았다. 현재는 이란 최대 신학교인 쿰 신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다.

모즈타바는 정부에서 공식 직위를 맡고 있지 않음에도 ‘그림자 속 실세’로 꼽힌다. 영국 기반 매체 ‘이란 인터내셔널’은 지난해 3월 유출된 이란 혁명수비대 문건을 분석한 내용을 토대로 “모즈타바가 혁명수비대 산하 바시즈 민병대의 사실상 지도자이며, 혁명수비대 내부 정보기관에 막대한 임면권을 가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모즈타바는 지난달 하메네이의 연설 사진에서 아버지의 오른편에 앉은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그가 이러한 고위급 행사에 참여한 모습이 공개된 건 수년 동안 처음이라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이처럼 모즈타바의 행보나 평판은 일반 대중에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예전에도 그가 아버지를 따라 최고 종교지도자직을 이어받으리란 세평이 꾸준히 있었으나, 실제로 세습이 가능할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렸다. 라이시 대통령이 지난 19일 갑작스럽게 사고사를 당하면서 모즈타바에게 길이 열렸다. 미 클램슨대 이란 연구자 아라시 아지지는 “2009년 모즈타바가 잠재적 후계자로 거론될 때는 값싼 소문이었지만 이제 더 이상 그렇지 않다. 이란 정치권 내에서 점점 더 많은 이들이 공개적으로 그를 지지하기 시작했다”고 NYT에 밝혔다.

다만 최고 종교지도자의 자리를 아들에게 물려주는 행위가 현재 형태의 이란을 세운 1979년 이슬람혁명의 정신에 위배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슬람혁명은 팔레비 왕조를 축출하면서 세습 통치를 종식시켰다는 의의가 있기 때문에 모즈타바가 직을 이어받는 것 자체가 체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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