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짝' 찾는 중국 부모들…”집도 차도 없어” 결혼 않는 청년들 [이도성의 안물알중]
이도성 기자 2024. 5. 22. 06:00
이도성 특파원의 '안 물어봐도 알려주는 중국 이야기'
" 안 물어봐도 알려주는 중국 이야기. 몰라도 되는데 알고 나면 '썰' 풀기 좋은 지식 한 토막. 기상천외한 이웃나라 중국, 그곳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배운 것들을 이도성 특파원이 전합니다. "
지난 주말, 중국 쓰촨성 청두시 한 공원에는 붉은색 종이 수백 장이 내걸렸습니다. 지나던 사람들은 신기한 듯 종이를 들여다보고 사진도 찍었습니다.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질문을 쏟아내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이곳은 중국에서 볼 수 있는 이른바 '소개팅 시장'입니다.
붉은 종이엔 나이와 직업, 사는 곳 등 결혼 상대방을 찾는 여성들에 대한 정보가 빼곡히 적혔습니다. 맞은편엔 파란색 종이도 펼쳐져 있는데요. 피앙세를 찾아 나선 남성들이 걸어놓은 종이들입니다.
이렇게 독특한 '공개 소개팅 시장'을 중국인들은 샹친자오(相親角)라고 부릅니다. 뜻을 보면 감이 오는데요. '샹친(相親)'은 소개팅을 한다는 뜻이고, '자오(角)'는 모퉁이나 구석을 의미합니다. 한 마디로 '소개팅을 하는 모퉁이'라는 말이죠. 2004년쯤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제는 중국 전역에 널리 퍼졌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의 결혼 건수는 2013년 1,347만 건에서 2022년 683만 건으로 반 토막 났습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공식 자료입니다.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86년 이후 가장 낮았다고 합니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이런저런 결혼 장려 정책을 내놨습니다. 몇몇 지방 정부는 청년들의 결혼을 주선하는 중매인에게는 현금을 준다고 했고요. 관영매체들은 '돈이 없어도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다'는 부류의 '작은 결혼식'을 띄우기도 했습니다. 얼마나 도움이 됐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이도성 베이징특파원 lee.dosung@jtbc.co.kr
" 안 물어봐도 알려주는 중국 이야기. 몰라도 되는데 알고 나면 '썰' 풀기 좋은 지식 한 토막. 기상천외한 이웃나라 중국, 그곳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배운 것들을 이도성 특파원이 전합니다. "
지난 주말, 중국 쓰촨성 청두시 한 공원에는 붉은색 종이 수백 장이 내걸렸습니다. 지나던 사람들은 신기한 듯 종이를 들여다보고 사진도 찍었습니다.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질문을 쏟아내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이곳은 중국에서 볼 수 있는 이른바 '소개팅 시장'입니다.
붉은 종이엔 나이와 직업, 사는 곳 등 결혼 상대방을 찾는 여성들에 대한 정보가 빼곡히 적혔습니다. 맞은편엔 파란색 종이도 펼쳐져 있는데요. 피앙세를 찾아 나선 남성들이 걸어놓은 종이들입니다.
이렇게 독특한 '공개 소개팅 시장'을 중국인들은 샹친자오(相親角)라고 부릅니다. 뜻을 보면 감이 오는데요. '샹친(相親)'은 소개팅을 한다는 뜻이고, '자오(角)'는 모퉁이나 구석을 의미합니다. 한 마디로 '소개팅을 하는 모퉁이'라는 말이죠. 2004년쯤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제는 중국 전역에 널리 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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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미혼 남녀 소개서 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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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곳이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 있는 중산공원(中山公園)입니다. 늘 관광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자금성과 담장 하나를 맞댄 곳입니다. 주말이면 공원 북쪽 물줄기를 따라 사람들이 몰리는데요. 주로 자녀의 짝을 찾아주고 싶은 중년 남녀들이 아침 일찍부터 모여듭니다.
벤치에 앉아 자녀의 정보가 담긴 종이를 바닥에 깔거나 소개서를 아예 목에 걸고선 공원을 배회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한 남성은 아예 결혼정보업체처럼 구체적인 정보가 담긴 종이를 책처럼 엮어서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제가 만난 한 중년 남성은 1995년생 딸에게 짝을 찾아주기 위해 5년 전부터 이 공원에 나오고 있다고 하더군요. 이 남성이 보여준 종이엔 “화목한 부모님과 함께 사는 베이징 출신 여성, 안경을 쓰지 않는 사람을 원한다”는 등의 글이 적혀 있었습니다.
런던에서 유학 중인 딸의 신랑감을 구한다는 남성도 있었습니다. “너무 멀리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어차피 딸은 내가 여기 나온 줄 모른다”면서 “영국에 있는 중국 남성을 찾으려고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아예 '해외파'만을 위한 소개팅 정보 공간도 따로 있더군요.
대표적인 곳이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 있는 중산공원(中山公園)입니다. 늘 관광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자금성과 담장 하나를 맞댄 곳입니다. 주말이면 공원 북쪽 물줄기를 따라 사람들이 몰리는데요. 주로 자녀의 짝을 찾아주고 싶은 중년 남녀들이 아침 일찍부터 모여듭니다.
벤치에 앉아 자녀의 정보가 담긴 종이를 바닥에 깔거나 소개서를 아예 목에 걸고선 공원을 배회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한 남성은 아예 결혼정보업체처럼 구체적인 정보가 담긴 종이를 책처럼 엮어서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제가 만난 한 중년 남성은 1995년생 딸에게 짝을 찾아주기 위해 5년 전부터 이 공원에 나오고 있다고 하더군요. 이 남성이 보여준 종이엔 “화목한 부모님과 함께 사는 베이징 출신 여성, 안경을 쓰지 않는 사람을 원한다”는 등의 글이 적혀 있었습니다.
런던에서 유학 중인 딸의 신랑감을 구한다는 남성도 있었습니다. “너무 멀리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어차피 딸은 내가 여기 나온 줄 모른다”면서 “영국에 있는 중국 남성을 찾으려고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아예 '해외파'만을 위한 소개팅 정보 공간도 따로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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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위한 질문 "집 있어? 차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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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를 위해 공원을 돌아다니는 동안 여러 차례 질문을 받았습니다. “어떤 스타일의 여성을 좋아하느냐”, “어느 지역 출신이냐”, “어디 회사에 다니느냐” 등 이었습니다. “중국 사람이 아니라 한국인”이라고 답했지만 “그럼 베이징에 집은 있느냐”는 말이 돌아왔습니다.
이곳에선 이른바 '3경(3京)'이 중요했습니다. 베이징의 세 가지 보물(三?)을 말하는 건데요. 베이징(北京)의 후커우(?口·호적)와 자동차 번호판(?牌), 그리고 부동산(房?)입니다. 특히 후커우는 취업이나 부동산 구매, 자녀의 학교 진학 등에 영향을 미칩니다.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이 이 3가지를 얻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를 모두 가진 사람이라는 건 '자가와 자차쯤은 가지고 있는 베이징 토박이'를 의미하는 거죠. 공개적인 소개팅 시장인 듯하지만 결국엔 '그들만의 리그'였던 셈입니다.
공원에 동행한 쓰촨성 출신 중국인 친구는 “너도 미혼이니까 여기서 짝을 찾아보라”는 제 말에 “여긴 나를 위한 곳이 아니다”라고 했는데, 저는 그 친구가 왜 그런 말을 했던 건지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
취재를 위해 공원을 돌아다니는 동안 여러 차례 질문을 받았습니다. “어떤 스타일의 여성을 좋아하느냐”, “어느 지역 출신이냐”, “어디 회사에 다니느냐” 등 이었습니다. “중국 사람이 아니라 한국인”이라고 답했지만 “그럼 베이징에 집은 있느냐”는 말이 돌아왔습니다.
이곳에선 이른바 '3경(3京)'이 중요했습니다. 베이징의 세 가지 보물(三?)을 말하는 건데요. 베이징(北京)의 후커우(?口·호적)와 자동차 번호판(?牌), 그리고 부동산(房?)입니다. 특히 후커우는 취업이나 부동산 구매, 자녀의 학교 진학 등에 영향을 미칩니다.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이 이 3가지를 얻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를 모두 가진 사람이라는 건 '자가와 자차쯤은 가지고 있는 베이징 토박이'를 의미하는 거죠. 공개적인 소개팅 시장인 듯하지만 결국엔 '그들만의 리그'였던 셈입니다.
공원에 동행한 쓰촨성 출신 중국인 친구는 “너도 미혼이니까 여기서 짝을 찾아보라”는 제 말에 “여긴 나를 위한 곳이 아니다”라고 했는데, 저는 그 친구가 왜 그런 말을 했던 건지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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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청년들 "결혼은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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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엔 '공혼족(恐婚族)'이란 단어가 있습니다. 결혼하기를 두려워한다는 거죠. 이유가 다양하겠지만 결혼 비용 얘길 안 할 수 없습니다.
한 데이터업체는 2021년 중국 평균 결혼식 비용은 17만 4000위안(약 3234만 원)에 달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더군다나 중국엔 '차이리(彩禮·지참금)'라는 것도 있습니다. 신랑이 결혼 전에 신부 측에 보내는 선물입니다. 최대 100만 위안(약 1억 8천만 원)을 넘나들기도 한다고 해요.
제가 만난 한 30대 남성은 돈 걱정에 결혼을 못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에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유명 인공지능 회사에 다니는데도요. 또래보다는 많이 버는 편이긴 하지만 “집도 차도 없는데 어떻게 결혼을 하느냐”고 했습니다.
중국엔 '공혼족(恐婚族)'이란 단어가 있습니다. 결혼하기를 두려워한다는 거죠. 이유가 다양하겠지만 결혼 비용 얘길 안 할 수 없습니다.
한 데이터업체는 2021년 중국 평균 결혼식 비용은 17만 4000위안(약 3234만 원)에 달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더군다나 중국엔 '차이리(彩禮·지참금)'라는 것도 있습니다. 신랑이 결혼 전에 신부 측에 보내는 선물입니다. 최대 100만 위안(약 1억 8천만 원)을 넘나들기도 한다고 해요.
제가 만난 한 30대 남성은 돈 걱정에 결혼을 못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에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유명 인공지능 회사에 다니는데도요. 또래보다는 많이 버는 편이긴 하지만 “집도 차도 없는데 어떻게 결혼을 하느냐”고 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의 결혼 건수는 2013년 1,347만 건에서 2022년 683만 건으로 반 토막 났습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공식 자료입니다.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86년 이후 가장 낮았다고 합니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이런저런 결혼 장려 정책을 내놨습니다. 몇몇 지방 정부는 청년들의 결혼을 주선하는 중매인에게는 현금을 준다고 했고요. 관영매체들은 '돈이 없어도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다'는 부류의 '작은 결혼식'을 띄우기도 했습니다. 얼마나 도움이 됐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이도성 베이징특파원 lee.dosung@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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