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먼 바다 끝엔… 365개의 우뚝 솟은 보석 같은 섬 있네

이형주 기자 2024. 5. 22.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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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섬여수] 여수, 2026년 세계섬박람회 개최
유인도 45개, 주민 1만5288명… 해운도시이자 휴양도시로 각광
■육지가 된 섬 돌산도
진모지구에 10개 전시관 조성
■아름다운 개도-금오도
개도에선 캠핑-전복채취 등 체험
금오도에는 명품 탐방로 ‘비렁길’
■다도해 최남단 거문도
기암괴석-백도 등 귀한 볼거리

전남 여수반도는 해안선 1022㎞를 따라 보석 같은 섬 365개가 펼쳐져 있다. 나비 모양의 여수반도는 동서 69㎞, 남북 100㎞ 크기다. 512.3㎢ 넓이 여수반도의 동쪽 끝자락에는 작도, 서쪽 끝자락에는 초도, 남쪽 끝자락에는 거문도라는 섬이 자리 잡고 있다.

한려수도해상국립공원의 출발점으로 바닷물이 맑고 푸른 여수의 섬들은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유인도 45개(178.8㎢)에 사는 주민 1만5288명은 섬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희로애락(喜怒哀樂)을 안고 산다.

여수는 남해안 관문 역할을 하는 국제해운도시이면서 천혜의 관광자원을 갖춘 국제휴양도시로 꼽힌다. 또 국가 경제의 토대인 여수·율촌산단이 있는 임해공업도시, 청정바다와 다양한 수산 시설을 갖춘 해양수산도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혼이 깃든 호국충절도시로도 불린다. 여수는 푸른 바다와 섬을 빼놓고 이야기를 할 수 없다. 2026년 열리는 여수세계섬박람회(이하 섬박람회)는 섬의 가치와 사람들의 이야기, 기후환경 변화를 다루는 첫 국제행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두 개의 다리로 연결된 돌산도

여수시는 ‘섬들의 천국’ 전남에서도 두 번째로 섬이 많다. 여수시 돌산도(읍)는 돌산대교(사진)와 거북선대교가 들어서면서 육지로 변했다. 돌산읍 우두리 남서쪽 끝자락 진모지구(사진 오른쪽 끝)에서는 2026여수세계섬박람회가 열린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여수 옛 도심인 여수항에는 두 개의 다리가 아름다운 해안에 걸쳐 있다. 두 개의 다리는 남산동과 돌산읍을 잇는 돌산대교(1984년 준공), 종화동과 돌산읍을 연결하는 별칭이 제2돌산대교인 거북선대교(2012년 준공)다.

돌산읍은 예전에는 돌산도(突山島)로 불리는 섬이었다. 돌산도 면적은 72.1㎢로 전국에서 여덟 번째로 큰 섬이었다. 특히 돌산도에는 유난히 산이 많다. 봉황산(441m)을 중심으로 천마산, 대미산, 천왕산, 금오산 등이 둘러싸고 있다. 돌산도는 비옥한 알칼리성 토양의 논과 밭이 많아 임진왜란 당시 조선 수군의 보급 창고였다.

돌산대교와 거북선대교가 들어선 이후 돌산도는 섬이 아닌 육지가 됐다. 돌산읍 주민 1만3320명의 삶도 바뀌었다. 돌산읍 산업은 예전에는 돌산갓을 비롯해 농어업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호텔·펜션, 커피숍 등 해양관광산업이 한 축을 이루고 있다.

돌산읍은 육지가 됐지만 해풍이 사면에서 불어오고 겨울에도 따뜻한 섬 기후의 특징을 고루 갖추고 있다. 여수 옛 도심과 처음 맞닿은 곳이 돌산읍 우두리(牛頭里)다. 원래 쇠머리라고 부르던 이름의 한자 표기가 우두리다.

우두리 남서쪽 끝자락 진모지구(매립지축구장)는 바다 건너편이 경도다. 18만 ㎡ 넓이 진모지구는 섬박람회 행사장 중 한 곳이다. 16일 찾아간 진모지구는 굴삭기가 쉼 없이 움직이며 기반 조성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진모지구 기반 조성 공사는 11월에 끝나고 이후엔 전시장 조성 공사가 본격화된다.

푸른 바다를 접한 진모지구에서는 섬박람회 주제관, 생태관, 문화관 등 10개 전시관이 운영된다. 이수남 2026여수세계섬박람회 기획행정부장은 “지난해 섬박람회 종합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운영 방향을 정했고 올 하반기에는 구체적 내용이 윤곽을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섬 캠핑 개도, 섬 트레킹 금오도

여수시 화정면 개도는 2026여수세계섬박람회 기간 동안 캠핑 등을 할 수 있는 힐링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여수시 화정면 개도는 해안선 길이가 25.5㎞에 달하고 논과 밭, 저수지, 간척지가 있는 제법 큰 섬이다. 개도 면적은 11.7㎢이며 주민 607명이 거주한다. 개도 남동쪽에는 여수시 남면 금오도가, 서쪽에는 고흥반도가 있다. 주민들은 개도가 화정면에서 가장 큰 섬으로 주위의 작은 섬들을 거느린다는 뜻으로 덮을 개(蓋) 자를 썼다고 한다.

개도는 화정면 백야선착장에서 철부선을 타고 20분 정도 가면 도착한다. 개도연안여객터미널 직원 최모 씨(51)는 “2026년 개도에서 섬박람회가 개최되면 지역 발전을 이끌 것 같다”며 밝게 웃었다.

개도는 봉화산(335m)을 중심으로 논과 밭, 저수지가 있다. 15일 찾아간 개도 유기농 쌀 재배 논에서는 방목한 송아지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어 먹는 목가적 풍광도 볼 수 있었다. 개도 농민 16명은 섬에서 유기농 쌀을 재배해 학교급식 등에 판매하고 있다. 밭 곳곳에는 풍을 예방한다고 해 이름이 지어진 방풍나물 재배가 한창이었다. 또 바다에는 전복과 어류양식장이 많았다. 개도 막걸리는 조선시대부터 만들어진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개도 막걸리는 깨끗한 물을 사용해 만들어 부드럽고 깔끔한 맛을 자랑한다.

개도 과산마을 주변 간척지에는 섬박람회 섬어촌문화센터가 조성된다. 관람객들은 개도에서 캠핑과 전복 따기 등 다양한 섬 체험을 하게 된다. 정용운 화산마을 이장(71)은 “개도를 육지로 변모시키는 다리가 2028년 지어질 계획이었지만 섬박람회가 개최되는 2026년까지 조기 완공될 것으로 기대하는 주민들도 있다”며 “개도를 찾는 관람객들이 불편이 없도록 따뜻한 섬 박람회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여수시 남면 금오도는 2026여수세계섬박람회 기간 동안 비렁길 등 곳곳서 트레킹을 할 수 있다. 여수시 제공
비렁길로 유명한 여수시 남면 금오도는 아름다운 바다 풍광을 배경으로 떠 있는 섬이다.

남면에서 제일 큰 섬인 금오도는 면적 26.9㎢, 해안선 길이 64.5㎞다. 금오도는 돌산읍 신기항에서 철부선을 타면 25분, 화정면 백야선착장에서 철부선을 타면 45분 정도에 도착한다. 금오도에 오가는 철부선은 하루 10여 차례 운항한다.

해안을 따라 끝없이 펼쳐진 금오도 벼랑(비렁)길은 파도가 밀려든다. 해안가의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따라 조성된 벼랑길 5개 코스 18.5㎞는 ‘명품 탐방로’로 평가받는다. 또 벼랑을 따라 조선시대 왕실 궁궐 건축 목재로 사용될 황장목이 자라는 금오 숲이 있다. 비렁길을 따라 이어진 다도해의 환상적인 풍경과 절벽은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탐방 중간에 마을로 내려갈 수 있는 길이 이어져 있어 시간이 부족하거나 체력이 부치는 사람들은 언제든지 하산할 수 있다.

금오도 주민들은 관광산업 이외에 방풍나물 재배, 소규모 어업 등에 종사하고 있다. 금오도 곳곳은 섬박람회 기간 산책 코스가 된다. 금오도 주민들은 섬박람회 개최를 통해 꽃·나무 가꾸기 등이 활성화되고 관광객 유입으로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주민들은 특히 2032년경 금오도에 다리가 지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민들은 금오도가 다리로 연결되면 응급환자 이송 등 생활에 불편함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며 반긴다.

손춘석 금오도 이장단협의회장(65)은 “고령화가 심각한 섬마을 주민들은 다리가 놓여 각종 문화 혜택을 누리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늘이 허락해야 갈 수 있는 거문도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는 100년 넘게 남해안 최초로 불을 밝힌 거문도 등대와 녹산등대 가는 길, 동백 숲 등 천혜의 비경을 자랑한다. 여수시 제공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와 백도는 하늘이 허락해야만 찾을 수 있는 섬이다. 거문도 면적은 12㎢이며 주민 수는 1970여 명이다. 여수와 제주도 중간에 있는 다도해 최남단 섬이다. 여수항에서 나로도, 손죽도, 초도를 거쳐 거문도까지 가는 뱃길은 102㎞에 달한다. 전남 고흥군 녹동항에서 초도를 거쳐 거문도까지 가는 뱃길은 66.7㎞다.

먼바다에 있는 거문도는 큰바람과 파도가 일면 여객선이 갈 수 없어 날씨가 좋아야 갈 수 있다. 현재 거문도를 잇는 뱃길은 여수항에 오가는 290t급 쾌속선 1척, 녹동항에 오가는 700t급 철부선 1척이 있다.

7월부터는 여수항과 거문도를 잇는 590t급 쾌속선 1척이 추가 운항할 예정이어서 모든 주민이 잔치 분위기다. 신규 취항하는 쾌속선은 여수항과 거문도 운항 시간이 1시간 40분 안팎으로 소요 시간도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섬 주민들에게 여객선은 말 그대로 생명선이다.

거문도는 100년 넘게 남해안 최초로 불을 밝힌 거문도 등대와 녹산등대 가는 길, 동백 숲 등 자연이 살아 있다. 또 남해의 해금강이라 불리는 백도의 기암괴석과 천혜의 비경을 자랑한다. 이국적인 몽환을 지닌 거문도는 근현대 문화재 자원들도 많다. 천혜의 비경을 자랑하는 백도 답사는 쉽게 탐방객들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는다.

명승 7호인 백도는 전설이 가득한 39개의 무인군도로 이뤄졌다. 거문도에서 출발하는 유람선을 타고 섬 주위를 한 바퀴 도는 데는 40분이 걸리지만 섬에 내릴 수는 없다. 그 덕분에 천연 희귀 조류와 식물들이 자생하는 생태계의 보고다.

남태현 여수시 삼산면 지역발전위원장(78)은 “앞으로도 거문도는 다리와 해저터널이 설치되지 않은 섬으로 계속 남아 있을 것”이라며 “거문도 관광개발사업이 섬박람회 개최 이전에 조기에 완료되고 거문도 등대 출렁다리 등 각종 문화관광자원이 조성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의 시선이 여수로… 섬의 무한한 가치 알린다

2026년 9월 5일부터 2개월간
돌산읍-개도-엑스포장 등서 열려

2026여수세계섬박람회 조직위원회는 섬을 관광·생태·문화자원의 보고이자 성장 동력으로 만드는 ‘2026여수세계섬박람회’(이하 섬박람회)를 개최한다. 섬박람회는 2026년 9월 5일부터 11월 4일까지 2개월 동안 ‘섬, 바다와 미래를 잇다’라는 주제로 열린다. 개최 장소는 여수시 돌산읍 진모지구, 개도·금오도·여수엑스포장 일대 등이다. 총사업비는 248억 원이며 세계 30개국에서 관람객 300만 명이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195개 국가 중 104개 국가(53%)가 섬을 보유했다. 섬은 인류 보편적 주제이며 터전이다. 한국의 섬은 무인도 2916개, 유인도 467개 등 3383개다. 한국의 섬 59.5%인 2014개가 전남에 있어 섬들의 천국으로 불린다. 여수는 섬 365개가 있어 전남에서 두 번째로 섬이 많은 곳이다. 여수의 유인도 45개는 각자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섬박람회는 세계 섬을 가진 나라들과 생태계 보호, 환경오염 방지, 지속가능한 발전과 환경보전, 섬 산업 다각화, 책임관광 등을 모색한다. 또 섬의 과거, 현재를 살펴보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모색하는 국제행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석남 2026여수세계섬박람회 조직위원회 사무국장은 “섬박람회는 여수의 아름다운 365개 섬, 한국의 섬, 그리고 세계의 섬을 소개해 그 무한한 가치와 그 중요성을 확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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