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중-러 관계와 북한, 반미 국방 생태계

경기일보 2024. 5. 2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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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난 16일 중국을 국빈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있었다. 양국은 전략적 협조 동반자 관계의 심화를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 “미국과 그 동맹국의 군사 영역에서의 위협 행동과 북한과의 대결 및 유발 가능성 있는 무장 충돌 도발로 한반도 형세의 긴장을 격화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명시했다. 이 기간 김정은은 일주일간 중요 군수공장을 돌며 단거리 미사일에서 장거리 미사일까지 대량생산체계를 과시했다. 중-러 정상회담 기간 무기 공개 및 미사일 발사 행보를 보인 것은 이례적이다.

중-러, 북-러, 북-중 사이의 관계는 논쟁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중-러의 협력이 완전한 전략적 일치나 동맹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고 본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서로의 중요성이 2010년대 중반 이후 커졌다는 점이다. 미국이 대중국 포위·압박, 대러시아 제재를 강화한 이후 파트너십은 더욱 공고해졌다. 러시아는 중국군의 군사 하드웨어 및 국방기술의 중요한 공급원이 됐으며 중국 역시 러시아의 전쟁 경제에 중요한 생명줄 역할을 하고 있다. 2023년 중-러 무역은 전쟁 전보다 60% 이상 증가한 2천401억달러를 기록했으며 중국은 러시아 수출의 30%, 수입의 거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위완화는 양국 무역의 주요 통화가 됐으며 미국의 제재로부터 자유로운 금융시스템을 중국의 은행들이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 기술, 교육 등에서 교류를 확대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중-러 관계가 이처럼 밀착한 시기를 찾기 어렵다. 중-러는 미국 중심의 질서를 변경해 중국 또는 러시아의 이익이 관철·지속될 수 있는 질서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공통의 지향점을 가지고 있다. 국가전략 차원의 최상위 목표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물론 이들 사이엔 긴장의 여지도 있다. 미국의 전력과 집중력을 분산시키고 미국의 외교적 곤경을 만드는 데 있어 중-러는 장기간 전략적 협력을 필요로 한다. 중-러의 전략적 협력에서 주목할 부분은 러시아를 중심으로 형성된 반미 국방 생태계다.

러시아는 반미 코드 국가들과의 군사협력을 강화해 왔다. 미얀마는 2023년 5월 러시아 전투기를 인수했고 말리, 토고, 우간다도 최근 러시아의 공격헬리콥터를 조달했다. 2023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육군-2023 군사포럼’에서 러시아 관리들은 아프리카를 상대로 군용 드론을 적극적으로 홍보, 아프리카 대륙에 영향력 강화하는 수단으로 무기를 활용하고 있다. 러시아와 이란, 북한의 관계도 예사롭지 않다. 2023년 7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북한 열병식에 참석해 북한 신형 무기들을 둘러본 데 이어 9월에는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무기전시회를 참관하는 등 북한 및 이란과 러시아의 군사적 교류를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2023년 여름부터 러시아는 이란의 전투용 드론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란은 전투기와 방공시스템을 포함한 다양한 러시아 무기 구매를 지속하고 있다. 북한으로부터는 포탄, 다연장로켓(방사포)과 단거리 미사일 등을 공급받은 바 있다. 러시아가 북한산 포탄과 미사일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미얀마에서 탱크와 미사일 자재를 충분히 사들이고, 이란의 도움으로 드론 공장을 건설할 수 있다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오랜 소모전을 훨씬 더 쉽게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와 반미 코드 국가들 사이 상호 군사적·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상호 교육으로 특징 지어지는 광범위한 국방 생태계 형성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북한의 잠수함 개발 프로그램, 이란과 북한의 미사일 및 우주 프로그램에 대한 러시아의 지원은 크건 작건 전력에 기여할 것이다.

중국 역시 이런 국방 생태계를 방조하거나 사실상 묵인하는 태도를 취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러시아가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행보까지 나아간다면 이들 국방 생태계는 정치적 결속의 형태를 띨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중·러 정상회담 기간 김정은의 군수공장 현지지도 행보는 핵무기 개발·생산 명분과 핵 보유의 정당성을 강하게 메시지로 발신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반미 국방 생태계의 중요한 행위자로 자신을 각인시키려는 행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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