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핵화 어려워… 한미 핵공유·전술핵 진솔한 논의하자”

김진명 기자 2024. 5. 22.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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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美 대선 이후 한미·대북관계 전문가들 채텀하우스 토론회

제15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 개막을 하루 앞둔 21일, 사전 행사로 마련된 채텀하우스 토론회에서 한·미 전문가들은 미 대선 이후 양국 관계와 미·중 경쟁 속 한국의 선택을 놓고 허심탄회한 의견을 나눴다. 이날 토론은 양국의 전현직 정치인과 정부 당국자,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브루킹스연구소 등의 소속 한반도 전문가 25명이 참여해 3시간 동안 진행됐다.

◇”北 비핵화 전망 어두워… 韓 자력 대응 준비해야”

오전에 열린 외교·안보 분야 토론회의 공통 화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된다면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였다. 참석자 대부분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되더라도 미·북 대화가 즉각 재개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미국 측 참석자는 “어떤 대통령이든 새로 취임하면 첫 100일 동안 완수할 과제를 선정하는데 북한이 지금부터 11월 미국 대선까지 도발 수위를 매우 높이지 않는 이상 거기에 북한 문제가 들어가진 않을 것”이라며 “북한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또는 이란과 (미국의 관심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고 했다. 다른 참석자는 “트럼프가 김정은과 대화하려 하지 않을 수 있지만, 김정은이 트럼프와 대화를 원하지 않을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며 “김정은은 하노이 회담에서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하고 있고, 러시아와 밀착해 대량살상무기 능력을 진작하고 싶어 할 수 있다”고 했다.

참석자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인한 중동의 혼란 등이 북한에 유리한 정세를 조성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 측 참석자는 “북한의 핵무기고가 현재보다 훨씬 확대될 것에 대비해 한미 핵협의그룹(NCG)을 강화하고, 한·미 간에 전술핵 재배치나 핵 공유 등도 진솔하게 논의해야 한다”며 “한국의 핵무장까진 아니더라도 한국이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등을 할 수 있도록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하는 문제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한국이 원전 연료인 저농축 우라늄의 33%를 러시아에서 수입하기 때문에 공급망이 매우 불안정한데,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측 참석자는 “북한이 1950년대 이후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며 “북한이 핵무기를 100개 이상 갖게 되고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고 하면 (미국의 확장 억제를 공약한) 워싱턴 선언이 그런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시진핑이 (대만 탈환 등) 무언가를 하기 전에 김정은이 어떤 행동을 취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주한 미군은 중국을 더 의식해야 하고, 북한이 공격해 오더라도 대만 전쟁에 대비해 (개입을) 보류해야 할 수 있다”며 “(유사시) 한국은 북한에 스스로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 지금이라면 美 대응 달랐을 것”

오후 경제 안보 세션에서는 미·중 경쟁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 등을 논의했다. 한 참석자는 “미국이 중국의 틱톡을 금지한 것은 잘한 일”이라며 “한국에서도 중국 플랫폼 회사들이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데 한국 사용자 관련 정보가 중국으로 넘어가는 건 시간문제일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미국은 어떻게 중국과 경쟁해야 하는가와 관련해 중국의 기술 발전을 저하시켜야 한다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됐다”면서도 “하지만 한국, 일본, 대만 전문가들과 대화해 보면 아직 이 목표에 완전히 동의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한국 측 참석자는 “2016년 사드 배치 이후에 중국은 많은 한국 기업들에 보복을 했다”면서 당시 미국의 대응이 없었던 점을 지적했다. 그러자 미국 측 참석자는 “2016년의 미국은 경제적 강압을 이용한 중국의 공격적인 압박을 깨달아가는 과정에 있었다”며 “만약 2024년에 중국이 한국에 비슷한 행동을 한다면 미국의 대응은 완전히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채텀하우스 룰

채텀하우스는 영국 왕립 국제문제연구소의 별칭이다. 세계 최정상급 외교·안보 분야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에선 1927년부터 전문가들의 자유롭고 속 깊은 토론을 위해 누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 비밀에 부치고 있다. 이 규칙을 ‘채텀하우스 룰’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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