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前 안보 참모 “한반도 통일 지지… 주한미군 철수엔 반대”
콜비 前 미국 국방부 부차관보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 참여를 위해 방한한 엘브릿지 콜비 전 미국 국방부 전략·전력개발 담당 부차관보는 2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핵무장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가 됐다”며 “북한이 비핵화에 나설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한국 스스로 (북핵 위협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 정부의 안보 참모였던 콜비 전 부차관보는 이날 자신이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지만, 미 언론에선 그를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시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될 유력한 후보로 거론하고 있다. 그는 “북한은 명백히 한국의 최대 위협이고 북한이 핵능력을 고도화하는데 한국의 핵무장 가능성을 배제하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해야 할 때”라고 했다. 이날 인터뷰는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장과 함께 진행됐다.
콜비 전 부차관보는 “한반도 통일을 원칙적으로는 전적으로(fully) 지지하고 통일에 반대하지 않는다”며 “통일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통일 과정에서 중국의 무력 개입 가능성과 그런 일이 벌어질 경우의 미국과 무력 충돌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전쟁하자는 게 아니라 지역 내 힘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의미”라며 “지역 내 힘(군사력)의 균형을 위해 주한 미군의 역할도 북한보다 중국 견제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주한 미군 철수’ 주장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시 미·북 비핵화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에 대해선 “미국이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을 제한 가능할 경우 제재 완화를 검토해볼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북한이 (검증에 동의할) 가능성이 없고 북한은 이미 여러번 미국을 속였는데 어떻게 북한을 믿겠느냐”라고 했다.
콜비 전 부차관보는 “아시아에서 미국의 핵 비확산 정책은 실패했다”고도 했다. 그는 “북한과 중국은 핵 능력을 고도화하는데 미국의 동맹국들이 제약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걸 한국과 미국 입장에서 성공적 정책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했다. 그는 “영국과 프랑스도 독자적 핵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우방”이라며 “미국은 1970년대 프랑스의 핵 프로그램을 도운적이 있고 어쩌면 미래에 미국의 가장 동맹국이 될 수 있는 인도 역시 핵 무기를 갖고 있으며 미국은 (핵개발에 나선)인도에 대한 제재를 면제한 바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매우 가까운 우방인 이스라엘도 핵무기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한국이 (이들과)다를 이유가 뭐냐”며 “(한국이 핵 능력 확보에 나설 경우)미국이 한국에 제재를 가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이날 인터뷰에 배석한 서강대 김재천 국제대학원장은 콜비 전 부차관보에게 한미 원자력협정이 미일 간의 협정에 비해 불공평하다는 국내 전문가들의 견해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한국은 우라늄 농축 수준이 20% 미만인 경우 미국과 서면협의를 거치게 되어 있으나 합의는 이뤄진적이 없고 우라늄 연료 전량을 수입하고 있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우라늄 농축 수준이 20% 미만인 경우에는 미국과 별도의 협의 절차 없이 우라늄 농축이 가능하고 농축 비율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무기급 용도로 간주하는 기준점인 20%를 넘어서는 경우 당사자 간 합의를 통해 가능하다. 사용후 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재처리의 경우에도 한국은 미국과 서면합의를 거쳐야하지만 일본은 핵연료 재처리가 가능하고 플루토늄도 확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콜비 전 부차관보는 “한미 원자력협정은 일본과 비교할 때 공정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도 일본처럼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가 가능한 방향으로 원자력협정에 대한 개정 논의를 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콜비 전 부차관보는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에 대해서도 “평화로운 시기엔 할 수 있는 약속이지만 유사시엔 미국이 지킬 수 없는 약속”이라며 “동맹을 진정으로 위하는 길은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하는게 아니라 현실적 접근을 하는 것이고 미국이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하면 그 대가는 한국이 치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콜비 전 부차관보는 자신은 강경 매파가 아닌 현실주의자라는 점을 여러 번 강조했다. 그는 북한에 대한 정권교체(regime change)를 추구하는 것도 현실적 접근이 아니라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그는 “정권교체 시도는 전쟁을 야기하는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라며 “현실적이고 합리적 접근이 아니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美 법원, 트럼프 형사 사건에 대한 기각 여부 판단 또다시 연기
- 우리가 알던 충남 맞아?… 반전 넘치는 '충남히어로' 광고 화제
- VENI(왔노라), VIDI(보았노라), VICI(이겼노라)… 비디비치, ‘베니 바이 비디비치’ 캡슐 컬렉션 출
- [팔면봉] 내년 原電 예산 국회 상임위서 野 반대 없이 통과. 외
- 우크라 “러·북한군, 10분 간격 공격”
- “트럼프라도 칩스법 완전 폐기는 어려워”
- 李 선거법 1심만 799일… 평균보다 6.7배 더 걸려
- 與 ‘이재명 방탄 저지’ 회의체 구성… 野는 ‘김여사 특검’으로 맞불
- 민주당, 상임위서 원전 예산 2139억 삭감 없이 통과
- 세계는 트럼프 랠리, 한국만 역주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