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 3Q] ICC, 왜 네타냐후·하마스에 영장청구했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의 전쟁이 7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제형사재판소(ICC)가 20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하마스 지도자 3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하자 이스라엘은 물론 미국·영국·독일까지 반대 목소리를 내며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전례에 비춰 집행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런데도 왜 ICC는 이런 조치를 취했는지 문답으로 정리했다.
Q1. 체포영장 청구는 어떤 의미인가
ICC는 1990년대 르완다·보스니아 등에서 발생한 인종 학살 비극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124국이 서명한 로마 조약에 근거해 2002년 네덜란드 헤이그에 설립된 상설 국제재판소다. 반인도적 범죄, 인종 학살, 전쟁·침략 범죄 등을 저지른 개인을 기소할 권한을 갖고 있다. 국가 간 분쟁 문제는 국제사법재판소(ICJ)가 담당한다.
ICC의 이번 영장 청구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 지휘부에 모두 전쟁 범죄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다. 루마니아·베냉·멕시코 출신 판사 3명으로 구성된 ICC 전심재판부의 심리를 거쳐 두 달 안에 발부 여부가 결정된다. 영장 발부와 동시에 ICC 가입국들은 영장 발부 대상자가 자국 영토에 발을 들이면 체포해 ICC에 인계할 의무를 갖게 된다. 네타냐후가 ICC 가입국을 방문했다 붙잡혀 피고인으로 압송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Q2. 실제로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나
크지 않다. 우선 미국·중국·러시아·인도 등 힘 있는 나라들이 ICC의 가입국이 아니다. 특히 미국과 러시아는 한때 가입했다 국익 상충 논란이 일자 빠져나갔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아프가니스탄 파병 미군의 전범 혐의에 대해 조사에 착수한 ICC 인사들을 제재하는 등 악연도 있다. 영장 발부 대상자가 가입국에 머물고 있더라도 ICC가 해당국 공권력을 강제 동원할 수 있는 권한도 없어 자발적인 협력에 의존해야 한다.
이스라엘, 하마스 지도부가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카타르 또한 ICC 미가입국이다. 영장이 발부된들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그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ICC는 통산 46명을 기소했다. 그런데 소년병 내전 동원 혐의로 기소된 콩고 반군 지도자 토머스 루방가에 대해 2012년 14년 형을 선고하는 등 유죄 판결 사례는 주목도가 떨어지는 아프리카 국가들 위주로 10건에 불과하다.
Q3. 그런데 영장은 왜 자꾸 청구하나
국제 여론을 환기하는 효과가 있다. ICC는 지난해 3월 우크라이나 침공을 주도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통령실 산하 아동인권위원회 관계자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푸틴의 여러 혐의 중에서 우크라이나 점령 지역의 어린이들을 납치해 강제로 러시아로 끌고 간 행위를 중점 겨냥했다.
러시아의 비인도적 행위가 조명됐고, 푸틴의 행동 반경을 제한하는 효과도 가져왔다. 영장 발부 다섯 달 뒤인 지난해 8월 ICC 회원국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브릭스(BRICS, 러시아·남아공·브라질·인도·중국의 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서 푸틴이 남아공 경찰에 체포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부담을 느낀 러시아와 남아공의 사전 협의에 따라 푸틴은 대면 참석을 포기했고, 대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보냈다. 민간인 희생자를 다수 발생시킨 중대 전범에 대한 유죄 판결이 이뤄지지는 않고, 영장 청구만 남발해 존재감을 드러내려 한다는 비난이 대두하면서 ICC 무용론도 커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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