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 LNG선 계약 연기에도 “괜찮다”… 국내 조선업 여유만만한 이유

이정구 기자 2024. 5. 22.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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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은 수익성이 높은 한국 조선 업계가 주력으로 하는 고부가가치 선박이다. ‘카타르 LNG 프로젝트’ 등 조(兆) 단위 LNG 운반선 발주 때도 기술력에 강점 있는 한국 조선사가 수주 1순위였다. 그런데 최근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4년 전 수주한 약 3조원 규모 LNG 운반선 14척 계약이 발주한 선사 측 사정으로 3~4년 연기되는 일이 발생했다. 글로벌 조선 업계가 수주 절벽을 겪던 2010년 중후반대였다면 회사 실적을 악화시키고 주가를 떨어뜨릴 대형 악재로 작용했겠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해당 조선사들은 오히려 여유만만한 모습이다. 이미 3~4년 치 일감을 따, 조선소 독(dock)이 빡빡하게 가득 찬 상황에서 선박 건조 스케줄에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새로 만드는 선박 가격이 사상 최고치에 육박하고 있어 더 높은 가격에 선박 수주 계약을 따내는 것도 어렵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픽=백형선

◇모잠비크 현지 리스크로 발주 미뤄져

삼성중공업은 지난 17일 오세아니아·아프리카 소재 선주에게서 수주한 LNG선 8척(약 1조6267억원) 계약이 선주 사정으로 연기됐다고 공시했다. HD한국조선해양도 지난 14일 자회사 HD현대삼호가 수주했던 LNG선 6척(약 1조2097억원) 최종 계약이 연기됐다고 공시했다. 이달부터 내년 초였던 최종 계약 시점이 2028~2029년으로 약 3~4년 밀렸다.

두 회사는 선주(船主)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2020년 수주한 ‘모잠비크 LNG선’ 프로젝트가 유력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프랑스 토탈에너지가 추진하는 모잠비크 LNG 사업이 현지 반군 영향력이 커져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전반적으로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1조원대 계약이 미뤄졌지만 두 회사에 미치는 영향은 오히려 긍정적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부 계약금은 선지급 된 것으로 알려져 계약 자체가 파기될 가능성도 작고, 설사 파기된다 하더라도 새 일감을 따내는 게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LNG선이나 컨테이너선 모두 최근 빠른 납기를 원하는 선주들이 많아 새 계약을 찾는 게 어렵지 않고, 계약을 새로 맺으면 선박 가격을 더 올려받을 수 있어 오히려 유리하다”고 본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3일 LNG 운반선 2척을 약 7334억원에 수주했는데, 1척당 2억7000만달러 수준으로 역대 최고가에 해당한다.

◇선박 가격 역대 최고 수준 근접

역대 최고 수준인 선박 가격도 조선 업계에는 호재다. 조선업의 대표 수익성 지표로 꼽히는 조선·해운 시황 분석 기관 클라크슨 리서치의 ‘신조선가 지수’(새로 건조되는 선박 가격을 지수화한 것)는 지난 4월 183.9포인트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치(2008년 9월 191.6)의 96%까지 접근했다. 신조선가가 높게 유지되면 국내 조선사는 중국 기업의 저가 수주 경쟁 여파를 피하고 수익성을 보고 선별해서 수주할 수 있다.

최근 LNG 운반선 외에 컨테이너선 등도 수요가 늘며 글로벌 조선 업계 전반으로 호황이 확산하는 점도 긍정적이다. 꺾일 것으로 예상했던 해운 운임은 홍해발(發) 여파로 지난 16일 기준 20개월 만에 2500선을 돌파하는 등 컨테이너선 신규 발주 수요도 커지고 있다.

이달 중순 해운 업계에선 프랑스 CMA-CGM, 중국 COSCO 등 주요 해운사들이 조만간 75억달러(약 10조2260억원) 규모 컨테이너선을 발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특히 일부 선사는 조선소를 접촉해 평소 일정보다 빨리 컨테이너선을 받을 수 있는지를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조선 업계 관계자는 “컨테이너선은 조선소 독이 여유 있는 중국으로 물량이 우선 향할 가능성이 크지만, 선박 건조 가격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면서 한국 조선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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