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쇼팽 모국 폴란드 연주자들도 아시아 가서 쇼팽 배우라 하죠”
“제 인생 최악의 평가는 ‘서양인들이 젓가락으로 밥 먹는 것처럼 피아노를 친다’는 것이었지요.”
1980년 아시아인 최초의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베트남 출신 피아니스트 당 타이 손(65)이 말했다. 다음 달 8~9일 대구와 서울에서 열리는 내한 독주회를 앞둔 그를 최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그는 2015년 한국 우승자인 조성진(29)의 ‘35년 대회 선배’다. 지금이야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아시아 연주자들이 적지 않지만, 당시엔 백인 일색의 음악계에서 그야말로 예외적 사례였다.
그는 “1980년 콩쿠르 당시에 사람들은 아시아 참가자들의 얼굴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했고, 이 때문에 취재진과 사진작가들이 나와 다른 참가자들의 사진을 혼동해서 잘못 배포했다”고 회고했다. 당장 얼굴부터 혼동하니 음악성을 온전하게 평가받기는 더욱 힘들었다. 당 타이 손은 “예술적 인정이라는 면에서 놀라움과 회의적 반응부터 때로는 극도의 인종차별까지 다양한 반응을 겪었다”고 했다.
어릴 적 당 타이 손은 하노이 음악원 교수였던 어머니에게 피아노를 배웠다. 베트남 전쟁 당시에는 온 가족이 피란을 떠났다. 물소 수레에 실어 강을 건너가며 끌고 온 고장 난 피아노로 연습, 피아니스트의 꿈을 키운 건 유명한 이야기다. 1977년 러시아 모스크바 음악원으로 유학을 떠난 뒤 1980년 폴란드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뒀다. 대회 출전은 물론, 오케스트라 협연도 그때가 처음이었다.
이 때문에 그는 1980년 우승 이후에도 한동안 평가절하되는 감이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나이가 들면서 연주자이자 교육자로 재평가받고 있다. 제자인 중국계 캐나다 피아니스트 브루스 류(27)가 2021년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사제(師弟) 우승’의 진기록을 작성했다. 당 타이 손은 연주자로서도 쇼팽 피아노 협주곡 전곡을 쇼팽 당대의 악기로 녹음한 음반으로 전 세계의 호평을 받았다. 그는 “지금은 저명한 폴란드 출신 심사위원도 ‘쇼팽 연주법을 배우고 싶어요? 그럼 아시아로 가세요’라는 농담을 할 만큼 아시아 연주자들의 숫자나 가치를 부정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40여 년간 상전벽해 같은 변화를 지켜보았던 산증인의 말이기에 더욱 설득력 있게 들렸다. 그는 “오늘날 아시아 출신 음악가들은 대부분 근면하고 다른 문화에 적응하고 흡수되는 데 유연하다”라고 평했다. 그는 제자 브루스 류와 한국의 조성진을 실례로 들었다. 그는 “2010년과 2015년, 현재 내가 알고 있는 조성진은 모두 다르며 이는 무척 자연스럽다”면서 “특히 2015년 대회 우승 이후 조성진은 세계적 음악가라는 인생의 새로운 장을 열었으며 엄청난 성숙함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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