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82→0.273' 살아나기 시작한 윤동희…하지만 멀리 내다볼 여유도 없다, 그만큼 롯데는 간절하다 [MD부산]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한 경기만 이기려고 벼르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윤동희는 2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팀 간 시즌 3차전 홈 맞대결에 우익수, 2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 1도루로 활약, 팀의 6-1 역전승의 선봉장에 섰다.
2022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전체 24순위로 롯데의 유니폼을 입은 후 지난해 '실력'으로 주전 자리를 꿰찬 윤동희는 올 시즌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주전' 자리를 보장받았다. 그만큼 성실한 태도를 통해 김태형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이었다. 하지만 시즌을 시작하는 과정은 썩 매끄럽지 않았다. 3월 한 달 동안 7경기에서 6안타 타율 0.261로 나쁘지 않은 모습이었는데, 5월이 시작된 후 타격감이 눈에 띄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4월 하순 5경기 연속 안타를 통해 타격감을 조금 끌어올리는 듯했으나, 한 달 동안의 성적은 19안타 1홈런 7타점 타율 0.229에 불과했다. 김태형 감독은 윤동희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유로 '타이밍'을 꼽았다. 타이밍이 늦은 까닭에 '정타'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던 윤동희의 타격감이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은 4월 말. 지난달 27일 NC 다이노스전을 시작으로 5월 12일 LG 트윈스와 맞대결까지 무려 12경기 연속 안타를 터뜨리며 고공행진했다.
김태형 감독은 21일 사직 KIA전에 앞서 '윤동희의 타격감이 좋다'는 말에 "지금 (윤)동희는 계속 올라와야 한다. 이제 내려가면 안 된다"고 강한 믿음을 드러냈다. 윤동희는 지난 지난 14일 KT 위즈와 맞대결을 시작으로 17일 두산 베어스전까지 3경기 연속 무안타로 침묵했지만, 18일부터 다시 안타를 생산하기 시작했고, 이날까지 3경기 연속 안타를 뽑아냈다. 그 결과 시즌 초반 0.182까지 떨어졌던 윤동희의 타율은 0.273까지 대폭 끌어올렸다.
이날 마운드에서 '좌승사자' 찰리 반즈의 활약이 빛났다면, 공격에서는 윤동희가 펄펄 날았다. 윤동희는 1회 첫 번째 타석에서 KIA 타이거즈 '에이스' 제임스 네일을 상대로 3루수 땅볼을 기록하며 경기를 출발했다. 그러나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 비록 득점과 연결되진 않았으나, 3회말 2사 주자 없는 두 번째 타석에서 네일을 상대로 2루타를 뽑아냈고, 세 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가게 됐다. 이후 세 번째 타석에서 삼진을 당했던 윤동희의 존재감은 마지막 타석에서 대폭발했다.
0-1로 근소하게 뒤진 7회말 노진혁의 몸에 맞는 볼, 대타 김민성과 황성빈의 볼넷으로 마련된 2사 만루에서 윤동희가 타석에 들어섰다. 안타 한 개면 역전까지 바라볼 수 있는 찬스. 이날 경기 전까지 득점권 타율이 0.194에 불과했던 윤동희지만, KIA의 바뀐 투수 곽도규가 던진 3구째가 142km 투심 패스트볼이 몸쪽 스트라이크존 높은 코스로 형성되자 거침없이 방망이를 내밀었다. 그리고 2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꿰뚫는 역전 2타점 적시타를 만들어냈다.
주루에서도 윤동희의 센스는 돋보였다. 윤동희는 도루를 통해 2루 베이스를 훔치며 2사 2, 3루 찬스를 만들었는데, KIA의 바뀐 투수 최지민의 폭투에 홈까지 파고들었다. 단 한 개의 폭투였지만, 2루에서 무려 홈까지 파고드는 과감한 주루플레이는 압권이었다. 홈으로 들어온 윤동희는 포효했고, 롯데는 8회말 유강남이 쐐기 투런포를 쏘아 올리며 6-1까지 간격을 벌린 끝에 짜릿한 역전승을 손에 넣었다.
"오랜만에 인터뷰를 하는 것 같다"고 한 윤동희는 홈까지 내달렸던 순간에 대한 질문에 "상대 투수가 던진 공의 궤적이 많이 낮았다. 공이 빠진다면 깊게 빠질 것 같았고, 실제로 깊게 빠지더라. 그래서 홈까지 전력으로 뛰었는데, 충분히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며 "80% 정도는 들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는데, 고영민 코치님의 사인을 보고 더욱 확신이 들었다"고 활짝 웃었다.
최근 눈에 띄게 좋아진 타격감의 비결은 무엇일까. 윤동희는 "이 부분에서 질문을 받으면 얘기를 할 수 있지만, 안 좋았던 것이 '(타격감이) 올라오고 있습니다'라고 하면 그날 못 치더라"고 웃으며 "그래도 오늘 쳤으니, 감이 올라오고 있는 것 같다. 이전보다는 타석에서 조금 더 과감하게 하려고 한다. 공을 끝까지 보고, 출루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유리한 카운트에서 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윤동희는 "감독님과 코치님들과 관점이 다를 순 있지만, 심리적인 게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직구와 변화구를 모두 봐야 공을 잘 고를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나는 영점 몇 초 만에 오는 공도 보고 친다. 그런데 오늘처럼 공을 안 보고 쳐야 좋은 타구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 그동안 출루에 대한 욕심이 있고, 팀이 이겼으면 하는 마음과 나도 잘하고 싶었던 마음에서 공을 많이 봤다. 그래서 타이밍이 조금 늦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재 롯데는 '캡틴' 전준우를 비롯해 정훈 등 주축 선수들이 전열에서 이탈해 있다. 하지만 지난 4월에 비해 5월을 매우 잘 보내는 중. 윤동희는 "우리 팀 전체가 현재에 집중하려고 한다. 벤치에서 굉장히 재밌다. 모두가 경기에 집중을 하고 있으니, 책임감을 갖고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며 "우리는 지금 한 경기만을 보고 있다. 지금은 멀리 내다보는 것보다 한 경기만 이기려고 벼르고 있다. 그렇게 해야 하고, 그래야 이길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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