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옆 토마토 자라는 농부화가의 온실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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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사람사는 세상'을 그리는 농부 화가.
올해 회갑을 맞은 길종갑(아래 사진) 작가의 작품세계가 그가 사는 화천의 비닐하우스 속에 펼쳐졌다.
길 작가는 관객들에게 "제 그림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기존 그림에 대한 선입견은 버리고, 그림 속에 들어갔다 나온다는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 즐겁게 관람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굽이치는 물결과 나뭇잎, 심지어 그 안에 자리한 작은 인간의 모습마저 놓치지 않고 그려낸 작가의 모습에서 화천을 사랑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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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까지 화천 비닐하우스 전시
9m 넘는 대작 등 180여 점 구성
초창기 작품부터 작가 인생 반추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사람사는 세상’을 그리는 농부 화가. 올해 회갑을 맞은 길종갑(아래 사진) 작가의 작품세계가 그가 사는 화천의 비닐하우스 속에 펼쳐졌다. 삶의 터전인 화천, 그중에서도 생업의 기반이 되는 토마토를 키우는 비닐하우스가 전시장으로 재탄생했다. 춘천 개나리미술관은 화천 사내면 비닐하우스에서 길종갑 회갑전 ‘향연’을 오는 31일까지 연다. 9m가 넘는 대작을 포함해 180여 점의 작품이 함께 하는 대형 전시다. 전시장 곳곳에는 길 작가가 직접 키우는 토마토, 오이 등 작물들이 함께 관객을 맞는다.
■ 전시 동선 따라 60년 삶 회고
전시 동선은 초기작품 3점으로 시작해 ‘사창리사람들’, ‘곡운구곡’, ‘이상한 풍경’, ‘사라진 것을 찾는 사람들’, ‘엄마의 정원’ 등으로 이어진다. 작가 회갑을 맞아 기획된만큼 전시장을 한 걸음씩 내딛을 때마다 그의 인생을 반추해볼 수 있다. 기획 과정을 담은 영상도 볼 수 있다. 길 작가는 관객들에게 “제 그림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기존 그림에 대한 선입견은 버리고, 그림 속에 들어갔다 나온다는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 즐겁게 관람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비닐하우스라는 장소를 활용한 다양한 부대행사들도 전시 기간 이어지고 있다. 개막일 권혁진 강원한문고전연구소 소장과 ‘곡운구곡에 사는 화가’를 주제로 작가와의 대화를 가졌고, 지난 18일 박응주 평론가와 ‘이상한 풍경 속 시대성과 작가의식’을 주제로 대화를 이어갔다. 오는 31일에는 작가가 직접 기른 작물들과 함께 하는 ‘비건파티’로 전시를 마무리 한다.
■ 사창리사람들
길 작가 인생의 집약체라고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등장 인물은 본인을 포함한 고향의 가족들이다. 대부분의 그림을 일기 쓰듯 기억으로 그리며, 캔버스 뒷면에 그림 속 장면을 글로 담아 남겨둔다. 거칠고 생략된 표현방식으로 인해 언뜻 비틀리고 기괴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작품 대상을 단순히 순박하고 선량한 농촌 사람들로 포장하지 않으려는 작가의 세심함이 녹아있다. 다양한 일상의 기록을 마치 영화 속 장면처럼 그린 모습에서 생생한 고향 풍경을 느낄 수 있다.
■ 곡운구곡
1668년 강원도 평강 감사로 부임했던 김수증은 화천을 지나다 이곳이 최고의 경승임을 알아보고, 은퇴 후 화천군 사내면에 자리잡았다. 그리고 자신의 호 ‘곡운(谷雲)’과 지촌천의 아홉 개 물굽(九曲)을 합쳐 ‘곡운구곡’이라 칭한다. 작가는 김수증을 고증한 유준영 미술사학자, 권혁진 한문학자와 함께 오랜 기간 답사와 연구를 토대로 풍경을 기록하거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곡운구곡의 실재를 형상화했다. 굽이치는 물결과 나뭇잎, 심지어 그 안에 자리한 작은 인간의 모습마저 놓치지 않고 그려낸 작가의 모습에서 화천을 사랑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다.
■ 이상한 풍경·엄마의 정원
‘사창리사람들’이 미시적인 삶의 풍경이라면, ‘이상한 풍경’은 9m가 넘는 대작들로 시대의 역사를 거시적으로 효편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삶을 추구하는 작가의 눈에는 단기적 이익만 맹목적으로 좇는 이 시대 자체가 ‘이상한 풍경’들이다. 그가 과거의 선비와 현재의 사람들, 훼손되는 자연, 역사의 아픔 등을 거침없이 그리는 이유다.
작가의 생 한가운데에는 어머니의 정원이 있는 집이 자리한다. 그는 어머니가 가꾸는 ‘진짜’ 정원과 화분은 물론 높은 산에 둘러싸인 대자연 속의 삶 모두를 ‘엄마의 정원’이라 칭한다.
그에게 세상을 보는 시각을 물려준 어머니와 함께 한 따뜻한 삶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다. 비닐하우스가 빨갛게 익어갈 토마토를 안온하게 감싸듯, 길 작가의 그림은 고향이 자연과 사람들을 품는다. 이상한 풍경과 우리들의 불안한 미래마저도. 최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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