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사고 내도 도망가면 속수무책…김호중 수사 '위드마크' 한계
법원 증거 채택 어려워…법적·제도적 보완 필요성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음주 뺑소니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가수 김호중이 뒤늦게 음주 측정을 받아 논란이 되고 있다. 경찰은 '위드마크 공식'(Widmark Formula)을 적용, 김 씨의 음주 혐의 입증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위드마크로 추산한 음주 수치가 법원에서 증거로 채택되지 않는 등 한계가 뚜렷해 법적·제도적 보완 필요성이 제기된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도로교통법 위반(사고후 미조치)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등 혐의를 받는 김 씨의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파악하기 위해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하고 있다. 위드마크 공식은 마신 술의 종류와 체중 등을 계산해 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산하는 기법이다.
당초 김 씨는 음주운전 혐의를 부인했으나 '사고 전 음주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소견 등 증거가 속출하자 지난 19일 입장을 바꿔 음주운전을 시인했다. 하지만 경찰이 김 씨의 음주운전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으로 확인돼야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음주대사체 분석 역시 음주 여부만 확인할 수 있을 뿐 혈중알코올농도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경찰이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김 씨의 음주량을 추정하는 이유다.
다만 경찰이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음주 추정 수치를 산출한다고 해도 재판 과정에서 증거로 인정받기 어렵다. 대법원은 "시간의 경과에 의한 알코올의 분해소멸에 관해서는 평소의 음주정도, 체질, 음주속도 등이 시간당 알코올분해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운전자의 시간당 알코올분해량이 평균인과 같다고 쉽게 단정할 것이 아니다"라며 "합리적인 의심을 품게 하지 않을 정도의 증명력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위드마크로 산출된 수치가 추산일 뿐인데다,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 기준치까지 검출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위드마크 공식은 한계가 명확하다"며 "구체적인 체질 등을 반영하기 어렵다. 김 씨처럼 17시간이 지나서 측정하면 당시 상황을 추정해 (음주량을) 계산하게 되고 혈중알코올농도가 도로교통법상 기준치인 0.03% 이상이 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위드마크 공식으로 추산한 결과는 '추산'이라서 법정에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선고가 내려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사건처럼 CC(폐쇄회로)TV 등이 없는 룸에서 술을 마셨을 경우 (음주량을) 본인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정확한 음주량을 측정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법적·제도적 장치를 보완해 고의로 음주 측정을 지연하는 행위 등을 처벌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 연구위원은 "도로교통법상 음주측정불응죄가 있지만 형량이 낮다"며 "음주 측정을 받아서 음주운전으로 처벌되느니 차라리 불응하는 게 낫다는 인식이 있다. 꼼수를 쓰는 것인데, 음주측정불응도 음주운전에 상응하는 정도로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도 "음주운전 후 술을 더 마셔서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교란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행위 자체를 음주운전 행위 수준으로 봐야 한다. 이같은 행위가 충분히 반영돼 형이 선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지난 9일 오후 11시40분께 서울 강남구의 한 유흥주점에서 술을 마신 뒤 차량을 운전하던 중 마주 오던 택시와 충돌하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고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김 씨 매니저는 사고 직후 경찰에 출석, 본인이 운전해 사고를 냈다고 허위 자수했다. 김 씨는 귀가하지 않고 경기 구리시의 한 호텔로 갔다가 약 17시간 뒤인 다음 날 오후 4시30분께 경찰에 출석, 자신이 직접 운전했다고 인정했다. 경찰은 김 씨를 상대로 음주 측정을 했지만 '음성'이 나왔다.
경찰 관계자는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현실적 대책은 위드마크 뿐"이라며 "피의자의 범죄를 입증할 책임은 수사기관에 있다. 수사기관이 안고 가야 할 현실"이라고 전했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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