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인이 무슨 말 하겠나”...고개 숙인 김호중, 8시간 40분 경찰조사(종합)
21일 오후 2시께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강남경찰서를 찾은 김호중은 8시간 40분 만인 오후 10시 40분경 법률대리인과 함께 경찰서 밖으로 나왔다.
검은 색 옷을 입고 모자를 눌러쓴 김호중은 “오늘 경찰 조사에서 어떤 말을 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죄인이 무슨 말 필요하겠나. 조사 잘 받았고, 남은 조사가 있으면 성실히 받겠다. 죄송하다”라면서 고개를 숙였다.
“매니저의 대리 자수에 가담했나”, “메모리 카드 은폐에 가담했나”라는 질문에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준비된 차량에 탑승했다.
먼저 조 변호사는 “오늘 음주운전을 포함해서 사실관계를 모두 인정했고, 성실히 조사를 받았다. 마신 술의 종류와 양을 구체적으로 말씀 드렸다”면서 “한 순간의 거짓으로 국민들을 화나게 했고, 뒤늦게라도 시인하고 용서를 구하고 있다. 노여움을 풀어주시고, 저도 변호인으로서 성실하게 수사에 협조해서 변론하겠다”라고 밝혔다.
“김호중이 매니저에게 대리 자수를 지시한 것을 인정했나”, “증거 인멸 정황에 대해서는 이야기 없었나”라는 질문에는 “오늘은 음주운전 부분만 조사했다. (나머지 의혹에 대해서는) 추후 조사가 이뤄질 것이다”라고 했다. 김호중이 마셨다고 밝힌 술의 종류와 양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뺑소니 혐의가 불거진 뒤, 꾸준히 음주운전을 부인했던 김호중은 지난 19일 돌연 입장을 바꿔 음주 사실을 시인했다. 이를 두고 차량 접촉 사고 전 술을 마신 것으로 판단된다는 국과수 결과에 구속 수사 가능성까지 거론되자 압박을 느낀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조 변호사는 “뒤늦게 범행을 인정했는데, 구속을 염두에 둔 김호중의 입장을 대신 전달한 것이냐”는 말에 “양심에 기초해서 더 이상 국민들을 더 이상 거짓으로 국민들을 화나게 해서는 안 된다는 마음이었다. 김호중도 이에 크게 공감하고 동의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김호중은 경찰 출석 과정에서 이른바 ‘도둑 출석’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김호중의 출석 소식에 수많은 취재진이 몰렸지만, 포토 라인에 서지 않고 지하주차장을 통해 몰래 경찰서에 들어간 탓이다.
이에 대해 조 변호사는 “경찰서 공보 규칙 16조를 보면 비공개가 원칙이다. 사진 촬영 등 허용해서는 안 되고 보호조치를 해야할 의무가 있다. 물론 김호중이 사회적 공인인 관계로 직접 사과를 하고 고개를 숙이는 게 맞다고는 하나 본인의 사정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었다”라고 양해를 구했다.
끝으로 조 변호사는 “오늘 김호중이 나가면서 ‘죄지은 사람이 무슨 말을 하겠냐’고 하지 않았나. 그 말에 모든 것이 포함돼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김호중의 심경을 대신 전하며 “피해자의 방어권을 보장하면서도, 진실이 감춰지지 않게 성실하게 변론하겠다”라고 말했다.
당초 김호중 소속사 측은 “음주 운전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사고 전 대리기사를 불러 귀가하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 김호중이 차량 접촉 사고 전 술을 마신 것으로 판단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소변 감정 결과 등이 속속 공개되며 음주운전 의혹이 일었다.
김호중 소속사는 발생 열흘 만인 지난 19일에야 “최초 공식 입장에서부터 지금까지 상황을 숨기기에 급급했다. 진실되게 행동하지 못한 점 또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김호중은 경찰에 자진 출석하여 음주운전 등 사실관계를 인정하며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라고 음주운전 사실을 인정했다.
김호중은 사고 당일 경찰의 연락을 피하다 17시간 뒤 출석해 혈중알코올농도 검사에서 음주가 측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경찰은 김호중이 마신 술의 종류와 체중 등을 계산해 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를 유추하는 위드마크(Widmark) 공식을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김호중이 직접 증거 인멸에 관여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다. 사고 당시 김호중 소속사는 운전자 바꿔치기,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 파손 등 조직적 은폐 시도를 했는데 김호중이 여기에 가담했는지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김호중은 조남관 전 검찰총장 대행을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해 대응하고 있다. 검사 출신인 조 변호인은 법무부 검찰국장과 대검 차장검사 등을 지냈으며 2020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직무 정지되자 총장 직무대행을 맡았다. 2022년 사직한 뒤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서울 강남경찰서 사건을 송치 받는 서울중앙지검의 이창수 검사장과 대검찰청에서 함께 근무한 이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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