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불쑥 내놨다가 역풍 불면 없던 일로… 정책 난맥 언제까지

2024. 5. 21.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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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가통합인증마크(KC)가 없는 해외 제품 80개 품목의 직접구매(직구)를 금지하기로 했다가 사흘 만에 철회한 것을 놓고 소비자와 정치권의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3월 초부터 '해외직구 종합대책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20여 차례 회의를 열면서도 소비자 의견수렴 절차는 건너뛰었다고 한다.

이번 사태에서 대통령실과 정부부처가 보여준 판단력, 정책 소비자에 대한 감수성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 위상에 걸맞지 않은 낙제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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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태윤 정책실장이 20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해외 직구 정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성 실장은 이 자리에서 “정부 대책 발표로 국민께 혼란과 불편을 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뉴스1
정부가 국가통합인증마크(KC)가 없는 해외 제품 80개 품목의 직접구매(직구)를 금지하기로 했다가 사흘 만에 철회한 것을 놓고 소비자와 정치권의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집권 3년 차에 접어들었는데도 현실과 괴리된 정책을 불쑥 내놨다가 역풍을 맞아 황급히 거둬들이는 헛발질이 되풀이되고 있어서다.

해외직구 금지 사태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결국 국민에게 사과했다. 정부는 3월 초부터 ‘해외직구 종합대책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20여 차례 회의를 열면서도 소비자 의견수렴 절차는 건너뛰었다고 한다. 국민의힘이 “당정 협의 없이 설익은 정책이 발표됐다”고 뒤늦게 비판할 정도로 정부 여당의 공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문제는 정책을 내놨다가 예상 못 한 벽에 부딪혀 역주행하는 난맥이 국가정책 전반에 걸쳐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주 단위 연장근로 시간을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늘리는 방안을 재작년 말 발표했지만 노동계가 항의하자 작년 3월 철회한 게 대표적이다. 연구개발(R&D) 예산을 14.8% 삭감해 과학기술계의 반발이 일자 내년 R&D 예산은 사상 최대 규모로 늘리겠다고 한다. 어제는 고령자의 야간운전 등을 제한하는 ‘조건부 운전면허’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가 ‘나이와 관계없이 교통사고 위험이 높은 운전자만 대상’이라고 수정하는 일이 벌어졌다.

반복되는 정책 혼선의 배경에 총선 패배 등으로 코너에 몰린 정부의 조급증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직구 플랫폼을 통한 중국 과잉 생산품 밀어내기는 한국뿐 아니라 다른 선진국들도 모두 겪는 고민거리다. 미국, 유럽연합(EU) 등은 중국 직구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 등을 검토하면서도 자국 소비자의 반발, 무역갈등 격화를 고려해 아직 분명한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만 구조적 해법이 아닌 어설픈 규제책을 내놨다가 역풍을 맞은 것이다.

국민 실생활과 관련한 정책은 입안 단계부터 국민의 수용성,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사전에 충분히 염두에 두고 추진해야 한다. 이번 사태에서 대통령실과 정부부처가 보여준 판단력, 정책 소비자에 대한 감수성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 위상에 걸맞지 않은 낙제점 수준이다. 정책 컨트롤타워의 안일한 발상과 아마추어급 문제해결 능력부터 확 바꾸지 않고는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회복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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