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청약부터 투자까지… 청년금융강좌 인기 만점

구윤모 2024. 5. 21.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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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영테크 클래스’ 호응
만 19∼39세 서울시민 누구나 신청
2023년 73회 강의에 3549명 수강
2024년 5000명 대상 90회 이상 진행
경쟁률 3대1… 美주식 수업은 6대1
“미래 설계에 도움”… 만족도 높아
수강생 몰리자 온라인 강좌도 검토

“주택청약은 알면 알수록 당첨 확률이 높아져요. 제도를 이해하고 나에게 맞는 전략을 미리 세우는 게 중요합니다.”

지난 16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강북노동자복지관 대강당을 청년 80여명이 가득 메웠다. 서울시 청년 정책인 ‘영테크 클래스’ 중 ‘주택청약 파헤치기’ 강좌가 열리는 날이었다. 현장 분위기는 ‘내 집 마련’을 꿈꾸는 20∼30대 청년들의 학구열로 후끈 달아올랐다. 서울시 관계자는 “장소가 협소해 선착순으로 수강생을 모집했다”고 귀띔했다.
강의는 1시간30분간 진행됐다. 청약의 기본 개념부터 종류, 조건 등을 알아보며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전략을 고민해 보는 순서로 진행됐다. 강의가 끝나자 수강생 10여명이 강사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한 명씩 차례대로 강사에게 청약 관련 질문을 하고, 상담을 받는 시간이 이어졌다.
이날 강의를 한 박대권 상담사는 “청년들과 상담해 보면 생각보다 금융·경제 정보를 잘못 알고 있거나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재무설계와 세금, 부동산, 투자처럼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분야를 주로 다루다 보니 청년들의 집중도가 매우 높은 편”이라고 했다.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강북노동자복지관 대강당에서 서울시의 '영테크 클래스' 금융 강좌가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청년 대상 무료 금융 강좌

수강생들의 강의 만족도는 높았다. 대학원생 박동우(28)씨는 “어렴풋하게만 알고 있던 청약에 대해 알아보고, 갈피를 잡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며 “평소에 청년주택드림청약통장이 궁금했는데, 오늘 강의를 듣고 나니 기존 통장을 빨리 이걸로 전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입사한 지 5개월 됐다는 이규빈(25)씨는 “취업 후 청약에 관심이 많아져서 주로 유튜브에서 정보를 찾아보다가 서울시가 이런 강의를 한다고 해서 처음 듣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들이 재테크도 어렵고 내 집 마련하기도 힘든데, 이렇게 무료로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정책 같다. 솔직히 나만 알고 싶은 강의”라고 평가했다.

영테크 클래스는 ‘서울 영테크’ 사업 중 청년을 대상으로 무료로 금융 교육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서울 청년들에게 실용적인 금융 정보를 제공하고 올바른 금융 습관을 길러주고자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지난해의 경우 73회 강좌가 열려 3549명이 수강했다. 연령별로는 20대와 30대 비율이 각각 57%(2028명), 43%(1521명)였고 교육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63점이었다.

시는 올해 사업을 확대해 청년 5000명을 대상으로 90회 이상 금융 강좌를 제공할 계획이다. 지난달 기준 영테크 클래스의 평균 수강 경쟁률은 지난해 동기보다 높은 3대 1로 집계됐다. 특히 청년의 관심이 많은 투자 강좌인 ‘미국 주식투자 초보자 로드맵’의 경우 50명 모집에 383명이 몰리며 6대 1에 가까운 수강 경쟁률을 보였다. 올해 4월까지 23회 강좌가 진행돼 1147명이 수강했다. 시는 퇴근 후 자발적으로 교육을 찾는 청년 직장인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영테크 클래스는 만 19∼39세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이라면 누구나 ‘청년몽땅정보통’ 사이트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7시부터 8시30분까지 각각 시민청과 강북노동자복지관에서 오프라인 교육으로 진행된다. 매월 1, 2주 교육은 전월 15∼20일에, 3, 4주 교육은 당월 1∼6일에 수강신청을 받는다.
◆MZ세대 고려한 커리큘럼

시는 영테크 클래스 커리큘럼을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자)의 생활양식을 고려해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영테크 클래스 운영사인 ‘위코노미’는 수강 청년의 금융이해도 수준을 고려해 레벨 1∼3단계를 적용했다. 각자 금융 지식에 맞춰 난이도에 맞는 강의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주제는 △금융투자 △경제상식 △재무설계 △세금설계 △보험분석 △금융사기 △부동산 △은퇴설계 △신용관리 9개 분야, 36개 과목으로 구성된다. 청년들의 실전 금융 역량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게임을 이용한 투자교육 강좌는 수강생들의 호응이 더욱 높은 편이다.

아울러 영테크 클래스는 ‘수강 카드’를 도입, 청년들의 꾸준한 학습을 독려한다. 레벨 2∼3단계 강좌 3개 이상을 포함해 수강 스티커 10개를 모으면 서울시장 명의의 영테크 클래스 수료증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부터 영테크 클래스 강좌를 빠짐없이 수강하고 있다는 이세린(37)씨는 “체계적인 금융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다는 게 영테크 클래스의 최대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이씨는 “직장인에게도 당연히 유용하겠지만, 저처럼 안정적인 소득이 없는 예체능 종사자나 프리랜서가 미래를 설계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년을 대상으로 한 신뢰성과 전문성을 갖춘 금융 교육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시중은행 등 민간 자원을 활용한 다양한 대안을 계속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강 경쟁률이 계속 높아지는 추세”라며 “경쟁률을 완화하고자 앞으로 온라인 강좌 같은 비대면 교육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윤모 기자 iamky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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