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독 “이스라엘·하마스가 같나”…프·중 “ICC 독립성 지지”

박은경·선명수 기자 2024. 5. 21. 21:1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하마스 지도부에 동시 체포영장 놓고 ‘엇갈린 반응’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 “새로운 반유대주의”…바이든 “터무니없어”
청구 주도한 검사장 “인질 데려올 때도 국제법 지켜야”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사장이 20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지도부에 대해 전쟁범죄 및 반인도적 범죄 혐의로 동시에 체포영장을 청구하자 국제사회는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미국이 곧바로 이스라엘 편에서 ICC를 비난했지만, 유럽은 제각각 목소리로 온도 차를 드러냈다.

‘피고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ICC 검사장을 향해 “새로운 반유대주의”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도덕적인 이스라엘 군대를 살인과 사체 방화, 참수, 강간을 일삼는 하마스 괴물과 비교하다니 뻔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신반유대주의’가 서방의 대학 캠퍼스에서 ICC로 옮겨왔다며 “수치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 총리로서 이스라엘군과 집단 학살자인 하마스를 비교하는 ICC 검사장의 역겨운 행위를 거부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지상작전 강행을 둘러싸고 팽팽하게 맞서왔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네타냐후 총리를 옹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이스라엘 지도자들에 대한 ICC 검사의 체포영장 청구는 터무니없다”면서 “검사의 의도가 무엇이든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에는 어떤 동등성도 없다”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별도로 성명을 내 ICC의 체포영장 청구가 이스라엘 정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졌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이는 ICC 조사의 정당성과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야히야 신와르 하마스 최고지도자

유럽 국가들 중 영국·독일은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프랑스·벨기에는 ICC 지지를 표명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대변인을 통해 “이번 조치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중단시키거나 인질 구출, 인도주의적 지원을 끌어내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ICC는 체포영장을 청구할 관할권이 없다”고 지적했다. 독일 외교부는 성명에서 “ICC의 독립성과 절차를 존중한다”면서도 ICC가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 지도자에 대한 체포영장을 동시에 청구하면서 “하마스와 이스라엘이 동등하다는 잘못된 인상을 심어줬다”고 짚었다.

반면 아자 라비브 벨기에 외교장관은 “가자지구에서 자행된 범죄는 가해자와 관계없이 최고 수준의 기소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지 의사를 밝혔다. 프랑스도 외교부 성명에서 “프랑스는 ICC와 그 독립성을 지지한다”며 “면죄부를 주는 모든 상황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밝혔다. CNN은 “프랑스 성명은 프랑스와 영국·미국을 비롯한 서방 동맹국 입장 간의 큰 분열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21일 “ICC가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을 유지하면서 법에 따라 직권을 행사하길 희망한다”며 체포영장 청구를 사실상 지지했다.

각국이 다른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ICC의 카림 칸 검사장은 단호하다. 칸 검사장은 이날 CNN방송 인터뷰에서 “법 위에 있는 사람은 없다”며 “이스라엘에 (하마스에 끌려간) 인질을 데려올 권리와 의무가 있는 게 지당하지만 그런 행위는 반드시 국제법을 준수하면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ICC가 영장을 발부하면 원칙적으로 124개 회원국은 네타냐후 총리가 자국에 입국할 때 그를 체포해야 하는 의무를 진다. 다만 ICC에 영장을 강제 집행할 수단은 없다.

박은경·선명수 기자 yama@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