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이란 최고지도자 후계는 하메네이 아들?…중동 정세 ‘격랑’

홍희정 2024. 5. 21.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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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사망으로 중동 정세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습니다.

사고 원인을 놓고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이란의 차기 대통령은 다음 달 선출될 것으로 보입니다.

월드이슈에서 홍희정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이란은 갑작스러운 대통령 죽음으로 혼란스러울 것 같은데, 닷새간 애도 기간을 갖기로 했죠.

지금 이란은 어떤 상황인가요?

[기자]

라이시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이란은 충격 속에서 사태 수습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다음 달 28일 선거를 치르기로 하고 모크베르 수석 부통령이 행정부 수반을 대행하기로 했는데요.

수도 테헤란 중심가에서는 수많은 추도객들이 모인 가운데 추모 기도회가 열렸습니다.

시내 곳곳에서 라이시 대통령의 사진을 들고 눈물을 흘리는 시민들의 모습이 보였는데요.

[모하메드 베헤슈티/테헤란 시민 : "이란을 자랑스럽게 하고, 적들에게 굴욕감을 주는 그런 캐릭터를 잃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특히 지난 한 달은 그가 이스라엘과 미국에 얼마나 굴욕감을 주었는지 보았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가 애도를 표하고, 이란을 위로하고 있지만, 이스라엘 일부 랍비들은 신이 응징한 것이라는 반응을 내놓았고, 인근 적대 국가의 시민들도 애도와는 거리가 먼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이브라힘 니달/시리아 자원봉사자 : "보시다시피, 우리는 시리아 이들리브 도시의 거리에서 이란 대통령과 그의 수행원들의 죽음을 축하하는 디저트를 나누어 주고 있습니다."]

이란 내부에서도 그동안 라이시 대통령의 강경 정책에 불만을 가져온 시민들이 불꽃놀이를 하는 모습 등이 포착됐습니다.

[앵커]

라이시 대통령은 이란에서 인기 없는 대통령으로 알려져 있다는데요.

테헤란의 도살자로도 불렸다죠?

[기자]

라이시 대통령은 과거 법조인이었을 때 이란 이라크 전쟁 관련 정치범들의 숙청을 주도했는데, 이 과정에서 5천여 명이 처형돼 테헤란의 도살자라고 불렸습니다.

지난 2년여간 이란 전역에서 일어났던 히잡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하기도 했는데요.

유엔에 따르면 라이시 대통령의 지시로 보안군이 시위대에 총격을 가해 적어도 5백 명 이상이 숨지고 2만여 명이 구금됐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40%가 넘는 인플레이션과 통화 가치 폭락으로 경제난도 심화 되면서 라이시 대통령은 이란 내부에서도 인기가 없는 대통령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 3월 의회 선거에서 투표율이 41%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는데, 이는 개혁 성향의 후보들이 배제된 선거에서 국민 절반 이상이 투표에 나서지 않음으로써 불만을 표한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대외적으로는 하마스와 헤즈볼라, 후티 등 저항의 축으로 불리는 세력을 지원하고, 전쟁 중인 러시아에는 군용 드론을 대거 공급하는 등 이스라엘과 미국에 맞서는 행보를 보여왔습니다.

[앵커]

이란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모든 결정을 다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긴 한데, 이란 정국에 큰 영향이 있을까요?

[기자]

보수 종교계가 핵심 지지 기반인 라이시 대통령은 하메네이에 충성하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아직 뚜렷한 차기 대선 후보군이 나오지는 않은 가운데, 내부의 권력 투쟁이 예상되고 있는데요.

현재로서는 하메네이가 비교적 건강한 상태로, 강한 통제력을 쥐고 있기 때문에 이란 대통령 자리에는 충성도가 높은 강경 보수 인물이 별문제 없이 대권을 이어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알렉스 바탕카/중동 연구소 이란 프로그램 책임자 : "이란은 하메네이가 선거 과정을 매우 엄격하게 통제하는 정권이기 때문에, 하메네이가 믿을 수 있는 사람만이 선거에 출마해 당선될 수 있습니다."]

주목받고 있는 점은 대통령이 아니라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후계입니다.

80대 중반인 하메네이의 후계자로 라이시 대통령과 모즈타바 두 사람이 거론됐었습니다.

이번 사고로 최고지도자의 후계자로 모즈타바 한사람이 떠오르게 됐는데, 모즈타바는 하메네이의 둘째 아들입니다.

1979년 이슬람 혁명 당시 권력 세습을 막겠다는 게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리는 주요 명분 가운데 하나였는데요.

하메네이의 아들이 권력을 이어받으면 또다시 왕조처럼 권력이 세습되는 겁니다.

[앵커]

사고 원인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는데 조사가 진행되고 있죠?

헬기 사고를 둘러싸고 음모론도 고개를 들고 있어요?

[기자]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이 한창인 와중에 이스라엘과 이란이 본토 공격을 주고 받기까지 한 상황에서 이란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석연치 않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 헬기 3대 가운데 한 대만 사고가 난 건데요.

사고 헬기는 50년이 넘은 미국산 헬기로 밝혀졌는데 미국의 제재 때문에 헬기를 제대로 정비하지 못했다며 미국을 탓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미국은 터무니없는 소리라며 일축했는데요.

이스라엘이 이번 사고의 배후라는 의심도 나왔는데, 이스라엘은 자신들과는 무관하다고 즉시 선을 그었습니다.

또, 이란 내부의 정적들이 라이시 대통령을 제거하려고 했을 것이라는 음모론도 나오고 있습니다.

영상편집:김주은 구자람/자료조사:백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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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희정 기자 (hjho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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