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 추락 원인 ‘기술 결함’ 추정…이란 “미 제재가 사고 불러”
미, 라이시 애도하며 “그의 손에 피 묻었단 사실 바뀌지 않아”
수도 테헤란 등서 ‘첫 장례식’…내달 28일 대통령 보궐선거
이란 국영통신이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사망을 초래한 헬기 추락 사고의 원인이 ‘기술적 결함’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이란은 라이시 대통령의 장례 절차를 시작했다. 대통령 보궐선거 날짜는 다음달 28일로 정해졌다.
이란 국영 IRNA통신은 20일(현지시간) 라이시 대통령을 기리는 영어판 기사에서 “라이시 대통령은 일요일(19일) 댐 준공식에서 타브리즈 정유공장으로 돌아오던 중 기술적 결함으로 발생한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순교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도 이란 당국이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고 있지는 않으나, 기술적 결함을 추락 원인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군은 추락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앞서 IRNA통신은 추락 헬기가 미국산 벨-212 기종이라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해당 헬기가 수십년 전에 도입된 노후 기종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항공 분석 회사인 시리움 통계를 보면 이란이 보유 중인 벨-212 헬기 15대의 평균 사용 연식은 35년이었다. 미 공군 예비역 출신의 CNN 군사 분석가 세드릭 레이턴은 “샤(이란 국왕) 집권 후기인 1976년 벨-212 헬기가 상업적 형태로 처음 도입됐다. 그전에는 미군에서 사용됐기 때문에 이 헬기 기종이 실제 운용되기 시작한 건 이르면 1960년대 말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헬기를 처음 개발한 벨 텍스트론은 성명을 내고 “벨은 이란에서 어떤 사업도 하지 않고 있으며, 이란 헬기를 지원하지도 않는다”며 “이번 사고의 헬기 상태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WP는 “이란에 대한 국제적인 제재로 인해 이런 항공기들의 유지·관리가 어려워졌다”고 짚었다. 이란은 1979년부터 미국의 제재를 받기 시작했으며, 이후 수년에 걸쳐 제재가 강화된 것은 물론 유엔 및 유럽으로 확대됐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전 이란 외교장관은 “애통한 이번 사고의 원인 중 하나는 미국”이라며 “미국은 항공업계가 이란에 판매하는 것을 제재해 대통령과 그 일행들의 순교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의 범죄는 이란 국민의 마음과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는 즉각 반박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악천후 상황에서 45년 된 헬기를 띄우기로 한 결정의 책임은 이란 정부에 있다. 다른 어떤 행위자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전적으로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밀러 대변인은 이와 별도로 “헬기 추락 사고로 라이시 대통령과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외교장관, 다른 정부 대표단 일원이 사망한 것에 대해 공식적인 애도를 표명한다”면서 “(애도 표현이) 검사나 대통령으로서 그의 이력 또는 그의 손에 피가 묻었다는 사실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란 정부는 수도 테헤란 등에서 21일 첫 장례식을 시작으로 23일 라이시 대통령의 고향인 마슈하드에 유해를 안장하기까지 장례식과 추모식을 수차례 열 계획이다. IRNA는 대통령 보궐선거가 다음달 28일 실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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