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시 지지자들 애도 속 ‘전국적 추모 물결’은 없어
이란의 권력 서열 2위이자 차기 최고지도자 후보였던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이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사망하자 이란 사회는 충격에 빠진 모양새다.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20일(현지시간) 5일간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지만 다른 고위 지도자들의 죽음 당시 그랬던 것처럼 광범위한 추모 물결은 없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라이시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들은 전날 헬기 사고 소식이 알려진 직후 광장 등에 모여 밤새 탑승자들의 무사 귀환을 기도했고, 이후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추모 기도회를 이어갔다. 시아파 성지 콤에서 활동하는 바시즈 민병대원 모하마드 호세인 자라비는 “그는 열심히 일한 대통령”이라며 “그의 유산은 우리가 살아 있는 한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테헤란 주민 에스마일 미르바히비도 “인기가 높았던 인물인 그를 대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의 빈자리가 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2020년 1월 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이란혁명수비대 고위 사령관 카셈 솔레이마니가 사망했을 때처럼 전국적인 애도 물결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라이시 대통령이 1979년 이란혁명 이후 반체제 인사를 잔혹하게 숙청하고, 2022년 히잡 시위 역시 강하게 탄압했다는 점에서 그의 죽음을 애도하지 않는 이들도 상당하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테헤란 거주 대학생 라일라(21)는 “라이시가 여성의 히잡 착용에 대한 단속을 명령했기 때문에 그의 죽음이 슬프지 않다”면서 “그러나 라이시가 죽어도 이 정권은 바뀌지 않을 것이란 점 때문에 슬프다”고 말했다. 이란 북서부 라히잔에 거주하는 파리사(55)는 “사고 소식을 듣고 처음엔 안도감을 느꼈다”면서 “그러나 나는 그들에게 이런 ‘쉬운 죽음’이 충분치 않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법정에서 재판을 받고 길고 고통스러운 처벌을 받아야 했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온라인에선 라이시 대통령이 1980년대 후반 주도한 반체제 인사 숙청 작업 피해 유족들에게 ‘은밀한 축하’를 전하는 움직임도 있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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