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소수 팬덤에 당이 휘청" 민주당 "조중동 프레임"

조현호 기자 2024. 5. 21.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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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국회의장 후폭풍' 1만5000명 탈당 신청에 정청래 의원 사과하자 언론 비판
국민일보 "정청래, 국회의원 위상 깡끄리 무시" 동아일보 "민주당의 요즘 '꼬라지'"
민주당 대변인 "탈당이 소수의 극성 당원이라는 게 조중동 프레임, 상황 자체 오판"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당원과 함께-민주당이 합니다 콘퍼런스 호남편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추미애 후보를 꺾고 민주당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되자 후폭풍이 거세다. 추 후보가 떨어졌다고 사과하는 의원이 있는가 하면, 며칠새 1만5000명의 당원이 탈당신청을 했다. 여기에 국회의장과 원내대표 선거에도 당원들의 의사가 반영되도록 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이에 몇몇 언론은 “소수팬덤에 당이 휘청된다”(중앙일보), “국회의원의 위상을 깡그리 무시한다”(국민일보), “강성 팬덤들이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이 이재명 대표의 당원 중심주의인가”(동아일보)라고 잇달아 비판했다.

민주당은 “전형적인 조중동 프레임” “지도부는 심각하게 이 현상을 보고 있다”고 반박했고, 정청래 의원은 “웃음이 나온다”, “세상 돌아가는 것을 모르는 언론”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우원식 의원이 민주당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이후 탈당 신청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모두 1만5000명의 당원이 탈당을 신청해 이 가운데 1000명의 탈당이 승인됐다고 밝혔다. 이 수석대변인은 “지난 16일 선거 당일부터 주말(18~19일)까지 급증하다 지금은 하루에 100~200명 대로 탈당신청자 규모가 떨어졌지만 이마저도 과거에 없던 일”이라고 밝혔다.

승인되지 않은 나머지 탈당신청자를 두고 이 수석대변인은 “승인보류 하고 있다”며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의장 선거결과에 대한 불만과 분노가 원인이 된 것이어서 화가 가라앉고 탈당여부를 재고해달라는 의미로 보류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거결과에 대해 당원에 사과했던 정청래 의원은 지난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원 탈당행렬의 의미를 두고 “사람들은 우 의원이 잘하리라 생각하겠지만 당원들은 윤석열 정권과 맞짱 뜨는 통쾌감을 추미애를 통해 보고 싶었다”며 “우리끼리 결정한 걸 왜 당원들이 시어머니 노릇 하려느냐는 불만이 있는 의원이 있다면 시대 변화에 둔감한 문화지체 현상”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의원은 20일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국회의장과 원내대표 선거의 경우를 두고 “의원들의 100% 고유 영역으로 있던 부분을 최소 10% 정도는 당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장경태 의원은 2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당원 참여가 한 20% 정도는 반영돼야 된다라는 생각”이라며 비율을 확대했다. 민주당 지도부 역시 지난 20일 비공개회의에서 당원참여를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정청래 의원이 21일 전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우원식 국회의장 후보 선출 후 당원 반발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김어준 뉴스공장 영상 갈무리

이에 몇몇 언론이 비판에 나섰다. 국민일보는 21일자 사설 <추미애 안 뽑았다고 '문화지체'라는 민주당 최고위원>에서 정청래 의원 최고위원회의 발언을 두고 “헌법기관으로서의 국회의원 위상과 역할을 깡그리 무시한 발언”이라며 “의원들은 스스로의 판단보다 당원들의 거수기 역할에 더 충실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일보는 “앞으로 민주당은 국민이 원하지 않는 것이라도 강성 당원이 원하면 뭐든 밀어붙이겠다는 것인가”라고 되물은 뒤 정 의원 발언은 “의장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소지가 역력하다. 소속 의원에게도 앞으로 강성 지지층 요구에 고분고분하라고 군기잡기를 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도 21일자 사설 <'극단적 팬덤 정치 경고장' 거스르는 이재명 대표 행보>에서 “당원과 시민의 정치 참여 확대는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나 일부 극단적 팬덤이 국회의장직을 비롯해 주요 인사나 정책을 쥐락펴락하려 하거나, 완력이 통하지 않았다고 해서 집단탈당으로 분풀이하는 행태는 도를 넘어도 한참 넘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당원권 강화를 두고 “소수 팬덤에 당이 휘청이는 비정상적 상황이 심화할 수밖에 없다”며 “정당의 정체성뿐 아니라 대의민주주의 질서까지 위협하는 게 이 같은 극성 정치 팬덤”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이번 국회의장 경선 결과가 이런 강성 팬덤 정치와 절연하라는 당내 당선인들의 분명한 신호이자 민심의 뜻이라고 해석했다.

앞서 천광암 동아일보 논설주간도 20일자 '천광암 칼럼' <“추미애가 아니라 미안합니다”… 민주당의 요즘 '꼬라지'>에서 선거결과에 대한 정청래 의원의 사과를 두고 “의원들의 선택이 일부 강성 당원들의 생각과 달랐다고 해서 명색이 최고위원이 나서서 사과할 일인가”라며 “민주주의 전통과 원리에 뿌리를 둔 대의기구를 전부 무력화하고 강성 팬덤들이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이 이재명 대표가 강조하는 '당원중심주의'란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민주당과 정청래 의원은 재반박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21일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언론의 비판을 두고 “그런 거 보면 싱긋 웃음이 좀 나기도 한다”며 “이렇게 모르다니. (웃음) 세상이 지금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모르고 있구나”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2024년 5월21일자 사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국회의장과 원내대표의 선출에 당원 비율을 반영하자는 것은 몇몇 의원들의 아이디어이며 국회의원들이 뽑는 게 맞다면서도 제도적 보완 필요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특히 '이번 탈당사태로 소수 극성 당원의 행위에 당 전체가 휘둘린다'는 지적에 어떤 견해냐는 질의에 “소수가 아니다”라며 “1만여명이 탈당한다는 건, 10배의 당원들에도 탈당 의사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답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탈당까지는 아니지만 '민주당 의원들 뽑아놨더니 지난번과 똑같다'고 실망하는 사람이 더 많다고 봐야 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며 “탈당이 소수의 극성당원이라는 게 조중동 프레임인데. 그렇게 바라본다는 건 상황 자체를 오판하게 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지도부가 이번 사태를 가볍게 보지는 않는다. 굉장히 중요한 문제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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