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넘고 커리어 하이…황희찬 귀국 "맨시티전 골 좋은 기억"
'코리안 가이' 황희찬(울버햄프턴)이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돌아왔다.
황희찬은 2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했다.
2023-2024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온 황희찬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데뷔 3년 차 시즌을 보낸 황희찬은 처음으로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기량을 만개했다. 리그에서 12골(3도움)을 올리며 득점 랭킹 공동 15위에 랭크됐다.
이는 독일 분데스리가 시절까지 포함한 황희찬의 개인 빅리그 한 시즌 최다 득점 기록이다. 리그컵 득점까지 포함하면 공식전 13골 3도움을 작성했다.
황희찬은 이날 공항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많이 축하해주시고 찾아와주셔서 감사하다"면서 "항상 응원받고 뛸 수 있는 선수라서 너무 기쁘고 영광스러운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시즌을) 돌아봤을 때 프리미어리그에서 12골 정도면 나쁘지 않은 시즌이었던 것 같다"면서 "이번 시즌을 통해 더 자신감을 얻었고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 황희찬은 EPL 통산 20골을 달성해 19골을 넣었던 박지성을 제치고 한국 선수 최다 득점 부문에서 단독 2위로 올라섰다. 이 부문 1위는 120골을 터뜨린 손흥민(토트넘)이다.
황희찬은 박지성의 기록을 넘어선 데 대해 "너무 영광스럽다. 박지성 선수는 프리미어리그를 꿈꾸게 해주신 분이고, 국가대표의 꿈을 키울 수 있게 해주신 분이다"라면서 "그런 분의 기록을 넘어서 너무 기쁘고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박지성이) 얼마나 힘든 길을 걸어오셨는지 알 수 있었다. 시즌 끝나고 수고했다고 연락해 주셔서 더 기쁘고 영광스러웠던 마무리였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하지만 '대선배' 박지성을 넘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황희찬은 "기록으로는 넘어섰지만, 박지성 선수가 우리에게 보여준 감동과 추억은 잊을 수 없다. 나도 그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계속 발전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승팀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에 강한 모습을 보였던 황희찬이다. 페프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이 7라운드 맞대결을 앞두고 기자회견에서 황희찬을 '코리안 가이'라고 불렀는데, 황희찬은 이날 맨시티를 상대로 2대1 역전 골을 터뜨려 '새 별명'이 더 부각됐다.
'코리안 가이'라는 별명에 대해 황희찬은 "너무 영광스러웠고, 과르디올라 감독님뿐 아니라 (위르겐) 클롭 감독님 등 상대 팀 감독님들이 언급해 주실 때마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게 들었다"면서 "매 경기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했던 마음이 커서 좋은 성적도 따른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모든 별명은 긍정적이다. 한국을 알릴 수 있었고, 나를 알릴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36라운드 원정 경기에서는 맨시티를 상대로 2경기 연속골을 터뜨렸으나, 팀은 1대5로 대패했다. 경기 후에는 레드불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괴물 공격수' 엘링 홀란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황희찬은 "축구 이야기도 하고, 사적인 이야기도 했다. 우승 후에도 메시지를 보냈다"면서 "우리랑 할 때마다 골을 많이 넣어서 좀 그렇지만, 항상 볼 때마다 반갑게 맞아주고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친구라서 응원하게 된다. 친구로서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홀란은 올 시즌 27골을 기록해 2년 연속 득점왕에 올랐다.
후반기에는 대표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출전 및 햄스트링 부상으로 잠시 전열에서 이탈하기도 했다. 이런 공백이 없었다면 황희찬의 공격포인트는 더 늘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황희찬은 "지난 시즌에는 3골밖에 넣지 못했다. 공격수로서 골이 부족해서 스스로 부끄러웠던 것 같다"면서 "올 시즌에는 다치지 말고 최대한 많이 뛰자는 각오로 임했다. 이번에는 부상도 한 번밖에 없어서 좋은 경기력과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이게 끝이 아니고,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고 각오를 다졌다.
아시안컵 참가 전에는 손흥민과 함께 득점 랭킹 상위권을 달리기도 했다. 흐름이 좋던 와중에 대표팀의 부름을 받아 아쉬움도 있었을 터.
황희찬은 "개인적으로는 그런 흐름 속에서 대회에 나가서 아쉬울 수 있지만, 아시안컵도 너무 중요한 대회였다.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기뻤다"면서 "(손)흥민이 형과 12월까지 순위권에 있어서 더 잘하려고 노력했다. 흥민이 형이 있는 건 너무 큰 동기부여고, 더 잘할 수 있게 만드는 존재인 것 같다"고 말했다.
대표팀 차출 및 부상이 없었다면 더 많은 공격 포인트를 기록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마지막 경기에서도 페이스가 좋았고, 가정을 한다면 당연히 긍정적인 회로를 돌리지 않을까요"라며 웃었다.
황희찬은 올 시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에 대해 "아무래도 좋았던 경기가 훨씬 더 많았던 것 같다. 굳이 꼽자면 맨시티전에서 골을 넣고 이긴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쉬웠던 순간에 대해서는 "많이 아프지만 아시안컵 준결승 요르단전이었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선수로서 아쉬웠던 경기였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낸 황희찬은 차기 시즌 목표에 대해 "이제 막 시즌이 끝났다. 다음 시즌보다는 이번 시즌 부족했던 걸 느낀 게 많다"면서 "되짚어보며 휴가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밝혔다.
이제 대표팀에 합류해 오는 6월 열릴 2026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싱가포르(원정), 중국(홈)과 경기에 나선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지난 2월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탈락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 후 차기 사령탑 선임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이번 6월 A매치 2연전을 김도훈 임시 감독 체제로 치른다.
황희찬은 "김도훈 감독님은 청소년 대표팀 때부터 같이 해서 잘 아는 분이다"라면서 "최종예선으로 가는 중요한 길목이기 때문에 잘하실 수 있도록 선수로서 최선을 다해 돕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차기 감독 선임 지연 등 어수선한 분위기에 대해서는 "많이 혼란스럽고 어수선하지만, 선수들이 안에서 잘 잡고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특히 홈 경기가 있기 때문에 더 좋은 경기력으로 이기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이를 악물었다.
한국 축구는 이외에도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 등 암흑기를 겪고 있다. 황희찬은 "올림픽을 못 나간 부분은 너무 마음이 아팠다. 같이 뛸 수 있는 대회는 아니었지만, 거쳐 간 선수로서 힘이 되지 못해 미안했던 것 같다"면서 "이런 실패를 통해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안 될 때 배우는 게 많았던 것 같다. 이 시기를 잘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인천공항=CBS노컷뉴스 김조휘 기자 startjo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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