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수신료 분리징수한다는데… '반쪽짜리' 우려
KBS 내부 "수신료 수입 급감할 것"
주택관리사협회, 개정안 반대 입장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TV 수신료를 납부대행 할 수 있다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을 정부가 입법예고했다. 10개월 가까이 미뤄졌던 수신료 분리고지·징수가 시행될 것으로 보이지만 KBS 내부에선 ‘반쪽짜리 방안’ ‘수신료 분리 징수에 따른 재정 위기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등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더해 주택관리사 법정 단체인 대한주택관리사협회(대주관)가 시행령 개정안에 반대 의견을 제출하며 납부 대행 수수료 등 사후 생길 여러 문제를 제기해 수신료 징수 현장에서 혼란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국토교통부는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아파트 관리주체가 입주자를 대행해 납부할 수 있는 사용료 유형에 TV 수신료를 추가하고(제23조 제3항), 관리비 명세 내역에 수신료를 포함(제23조 10항)시키는 내용이다. 국토부는 시행령 개정이유에 대해 “방송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TV 수신료를 전기료와 분리해 징수해야 하는 바, 공동주택 거주자의 납부 편의를 위해 관리주체가 납부 대행할 수 있는 법상 근거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입법예고 기간은 이달 23일까지인데, 6월3일 열릴 국무회의에서 해당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KBS에서도 수신료국 구성원에게 ‘6월 이후 수신료 분리 고지 전면 시행에 맞춰 준비한다’ 정도의 공지를 내린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 입법예고에 대해 KBS는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 등 정부 추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본격적인 분리고지 시행에 혼란과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전 등 관계기관과의 협의와 관련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수신료 분리고지 제도 전환으로 인한 국민 불편과 혼란을 최소화하고, 특히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 관련 기관의 업무 부담이 가중되는 일이 없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6월 수신료 분리 고지·징수 시행 예상…방송법 시행령 개정 공포 11개월만
지난해 7월 방송통신위원회는 TV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해 고지·징수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공포와 함께 즉시 시행하기로 의결했지만 전면 시행은 10개월 가까이 유예되고 있었다. 대통령실의 수신료 분리징수 권고부터 시행령 개정안 공포까지 한 달여 밖에 걸리지 않았던 것이 방증하듯,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정부가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수신료 징수 현장의 혼선은 예견된 일이었다.
특히 법적 근거 없이 수신료 징수 대행 업무를 떠안게 된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거센 반대는 수신료 분리고지·징수 관련 주체 간 협의가 지지부진했던 주요 요인이었다. 그동안 대주관은 수신료가 현행법 상 관리비 부과 항목에 해당하지 않아 관리사무소의 수신료 징수 업무는 위법하며, 관리사무소 종사자의 피해가 생길 수 있어 법적 근거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정부 등에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방송법 시행령 개정 당시 정부는 “구체적인 분리 징수 절차를 마련한다”며 제도 도입까지 3개월의 임시조치 기간을 두었지만, 임시조치가 끝난 지난해 11월까지도 진전이 없자, 대주관은 수신료 징수 대행 거부를 선언하기도 했다.
◇대주관, 정부에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안 반대 의견 제출
이번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이 개정되면 수신료 분리징수 전면 시행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주관은 이번 시행령 개정안 대해 반대 의견을 정부에 제출했다. 징수 방법, 입주자 미납에 대한 강제 징수 의무, 연체료 처리 등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않아 관리사무소 종사자들에게 여러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향후 KBS와 개별 아파트 단지 간 별도의 약정 체결이 필요하다는 여지도 남겼다. KBS가 수신료 분리징수를 전면 시행하기까지 해결해야 할 쟁점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의미다.
대주관 관계자는 “시행령이 개정됐다고 하더라도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관리소장 입장에선 입주자대표회의 등 입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부작용이 생기지 않으려면 실질적 아파트 관리주체와 KBS 간 약정화가 돼야 할 거다. 시간이 걸리는 문제”라며 “KBS가 한전에 수신료 징수대행 수수료를 지급하듯 관리사무소가 수신료 납부를 대행하면 어느 정도 수수료를 받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KBS 내부는 수신료 급감 우려
KBS 내부는 수신료 수입 급감으로 인한 재정 위기가 눈앞으로 다가왔다는 반응이다. TV 수신료는 KBS 전체 수입의 약 45%를 차지하는 주요 재원이지만, 이미 KBS 사측은 올해 예산에서 수신료 수입이 전년보다 2613억원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KBS의 수신료 수입은 6850억여원으로, 방송법 시행령 개정 전인 2022년(6934억여원)과 비교해도 크게 줄지 않았다. 수신료 분리고지·징수 시행이 계속 유예돼 당초 징수 대행을 맡던 한국전력공사의 통합징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수신료 수입 55% 차지하는 주택·영업장, 사실상 징수 포기하나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으로 아파트 가구에 대한 수신료 징수 방안이 어느 정도 마련된다 해도 KBS가 풀어야 할 숙제는 많다. 우선 일반주택·영업장의 경우 납부 관리가 제대로 될지 살펴봐야 한다. 수신료 수입 전체에서 아파트 가구는 약 45%를 차지하고, 나머지 55%는 영업장·일반주택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KBS 같이노조가 14일 성명에서 “수신료 수입의 55% 가량을 차지하는 공동주택이 아닌 가구에 대한 회사의 징수 대책은 아직 깜깜이”라고 우려한 이유다.
KBS는 당초 지난 2월 수신료 분리징수 전면 시행을 대내외로 알렸다가 돌연 유예한 바 있다. 당시 사측은 일반주택·영업장의 경우 한전이 전기요금과 TV 수신료 고지서를 별도로 제작해 보내고, 아파트엔 한전이 관리사무소에 단지 단위로 합산한 TV 수신료와 전기요금 총금액을 각각 청구하는 식의 방안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KBS와 한전의 재계약 여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한전은 4월17일 KBS에 올해 12월 만료되는 TV 수신료 징수 위·수탁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박상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장은 “한전이 일반주택·영업장 수신료 수납 대행을 한다 해도 고지서는 따로 나가게 되는 거고, 고지서를 받은 가구는 전기요금만 내고 수신료 고지서는 그냥 버릴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수신료 분리 징수가 고착화되는 것이고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이) 수신료 수입 감소를 막을 수 있는 만병통치약은 아닌 것”이라며 “공영방송의 재원으로 수신료 수입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통합 징수로 가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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