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10번째 거부권…'채상병 특검' 재격돌

임경구 기자 2024. 5. 21.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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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못 믿는 민주당 자기모순"…여소야대 수싸움 속 범야권 장외투쟁 시동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취임 후 10번째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채 상병 특검법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고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은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임명안도 재가했다.

정 실장은 "이번 특검법안은 헌법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3권분립의 원칙에서 수사와 소추는 행정부에 속하는 권한이자 기능"이라며 거부권 행사 이유를 조목조목 밝혔다.

그는 "특검은 중대한 예외로서 입법부의 의사에 따라 특별검사에게 수사와 소추의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라며 "행정부 권한 부여는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소속된 여당과 야당이 합의할 때만 가능하다"고 했다.

정 실장은 "이런 이유에서 지난 25년 간 13회 걸친 특검법 예외없이 여야 합의 따라 처리했다"며 "야당이 일방 처리한 이번 특검법안은 여야가 수십년 간 지켜온 소중한 헌법적 관행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야당의 독점적인 특별검사 추천 방식을 특검법안의 문제점으로 지적하며 "대통령의 임명권을 원천적으로 박탈하고 있다"면서 "헌법 수호의 책무를 지니는 대통령으로서 행정부 권한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입법에 대해 재의 요구를 안 할 수 없다"고 했다.

정 실장은 이어 "특검 제도는 수사 기관의 수사가 미진하거나 수사의 공정정, 객관성이 의심될 경우에 한해 보충적, 예외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제도"라며 "민주당이 공수처의 수사를 믿지 못하겠다며 특검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자신이 만든 공수처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자기모순이자 자기부정"이라고 했다.

그는 민주당이 이날 오동운 공수처장 청문보고서 채택에 합의한 대목과 결부해 "여야 합의로 공수처장 임명 동의에 합의하면서도 한쪽에선 공수처를 무력화시키는 특검법을 도입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고 했다.

이어 정 실장은 대한변협 회장이 특검 후보 4명을 추천하면 야당이 그 중 2명을 고르고, 대통령이 그 중에서 1명을 임명토록한 특검법 조항을 언급하며 "이번 특검법안은 특별검사제도의 근본 취지인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담보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채 상병 사건에서의 '외압 의혹'은 야당이 고발한 사건이다. 야당이 고발한 사건의 수사 검사를 야당이 고르겠다는 것이며 입맛에 맞는 결론이 날 때까지 수사를 시키겠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구조에서 (특검의) 수사 결과를 공정하다고 믿을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특검이 수사과정 브리핑을 할 수 있도록 열어둔 데 대해서도 "사생활 침해와 명예훼손, 여론 재판을 통한 인권 침해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해야 할 국회가 오히려 인권 침해를 법으로 강제하는 독소조항을 만드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피의사실과 수사 과정을 구별해서 수사 과정을 브리핑하도록 하고 있지만 피의 사실과 그 외 수사 과정의 엄밀한 구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피의사실 공표를 허용하고 아예 제도화하는 잘못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정 실장은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에서는 피의사실 공표를 막겠다면서 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까지 정비한 바 있다. 또한 이선균방지법을 약속하며 피의사실 공표 문제를 제대로 개선하겠다고 거듭 주장한 바도 있다"며 "그럼에도 특검법안에 언론 브리핑 규정을 포함시킨 것은 심각한 자기모순"이라고 했다.

이 밖에 정 실장은 "수사 대상에 비해 과도한 인력 투입으로 표적 수사, 과잉수사 가능성이 지적되고 있다"며 "야당의 일방적인 특검 법안 강행 처리는 국민과 민생을 위해 당장 절실한 여야 협치의 기대를 머무는 행위"라고 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채상병 특검법' 재의요구권 행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로 돌아온 특검법, 운명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힌 채 상병 특검법은 국회로 되돌아가 재의결 절차를 밟게 된다. 더불어민주당은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는 28일 재의결에 나설 예정이다.

민주당을 비롯해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새로운미래, 기본소득당, 정의당 등 야 7당은 모두 특검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의 반대가 완강해 재의결 요건인 재석의원 3분의 2를 넘어서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재적의원 295명이 표결에 참여할 경우 197표를 얻어야 가결되는 만큼, 야권 의석수(180석)에 더해 국민의힘 이탈표가 17표 이상 발생해야 가능하다.

국민의힘이 표 단속에 성공해 재의결이 부결되면 채 상병 특검법은 21대 국회에서 폐기된다. 이 경우 민주당은 22대 국회 개원 즉시 1호 법안으로 재추진할 방침이어서 야권의 공세가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22대 국회에선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에 더해 국민의힘에서 8표가 이탈하면 재의결이 가능해진다. 안철수 의원 등 일부 당선자들은 특검 찬성 입장을 밝혀왔다.

민주당은 범야권과 함께 25일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장외집회를 개최하는 등 공동행동에도 나설 방침이다.

[임경구 기자(hilltop@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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