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블레이드2 "대중성보다 예술성 선택한 체험형 영화"

최은상 기자 2024. 5. 2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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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미장센과 깊이 있는 메세지, 그에 반해 게임적인 재미는 부족한 편

'플레이보다는 스토리텔링과 표현에 집중한 게임'

지난 2017년 출시된 닌자 시어리 '헬블레이드: 세누아의 희생'의 평판이다. 이 특징은 후속작 '세누아의 전설: 헬블레이드2(이하 헬블레이드2)'까지 이어졌다. 게임보단 체험형 영화에 가깝다.

독창적인 스토리텔링과 표현 기법, 그리고 연출까지 전작의 호평 요소를 대부분 계승했다. 좋은 의미에서 플레이하다가 정신병 걸릴 것 같은 게임이다. 정신질환이란 주제를 비주얼과 사운드적으로 완벽에 가깝게 표현해냈다.

아이러니하게도 기법적으로 너무 잘 만들어서 오래 즐기기 참 어려운 게임이기도 하다. 챕터 하나가 끝나면 진이 다 빠져서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 과장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정말 그렇다. 1편을 해본 이들이라면 어느 정도 공감이 갈 것이다.

스토리텔링과 비주얼텔링, 두 요소를 모두 잡은 헬블레이드2다. 앞서 체험형 영화에 가깝다고 표현한 만큼 게임적인 재미가 있는지는 다소 의구심이 든다. 이 역시 1편에서도 지적된 사항이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후술하겠지만, 게임적 재미가 적은 데에는 유저의 직접 플레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는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주인공을 직접 움직이면서 감상하는 영화'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평단과 대중들의 의견은 갈릴 가능성이 크다. 미장센이 좋은 예술 영화에 대한 평단과 관객의 평이 엇갈리는 것과 같다. 장르 구분은 액션 어드벤처인데 대중이 기대하는 DMC 스타일의 호쾌한 액션 게임은 아니다. 

 

장르 : 액션 어드벤처 



출시일 : 2024년 5월 21일



개발사 : 닌자 시어리
유통 : 엑스박스 게임 스튜디오



플랫폼 : PC, Xbox series X/S



■ 플레이어를 압도하는 사운드텔링과 비주얼텔링

헬블레이드의 강점은 플레이어를 압도하는 사운드텔링에 있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폴 플레처 교수에게 감수를 받는 등 정신병 묘사와 조현병 고증을 위해 매우 많은 공을 들였다. 이를 사운드나 비주얼적인 요소로 생생히 표현했다.

헬블레이드는 UI가 전혀 없다. 세누아의 체력 게이지뿐만 아니라, 그 흔한 미니맵조차 없다. 모든 것을 그래픽과 사운드에 집중하게끔 만들었다. 전작을 안 해봤다면 이게 게임인가 싶을 정도로 비어있는 UI에 적잖이 당황스럽다. 

사운드텔링은 그야말로 예술의 경지다. 다른 자아들의 속삭임, 비명, 그리고 날카로운 금속음, 피 튀기는 효과음까지 생생하고 끔찍한 소리가 플레이어의 귀를 끊임없이 두드린다. 귀 바로 옆에서 속삭이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헬블레이드2는 1편과 마찬가지로 조현병을 겪는 주인공 '세누아'의 이야기를 그린다. 주인공 안에 있는 다른 자아들이 끊임없이 속삭이는데, 말 그대로 정말 '끊임없이' 속삭인다. 그러다 보니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의 자아까지 분열시켜버릴 것 같은 고통을 선사한다. 

- 비주얼은 정말 수준급이다

다른 자아들의 목소리는 듣기 싫어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퀘스트 안내 UI나 미니맵 조차 없는 헬블레이드의 유일한 네비게이션이기 때문이다. "저기 위야", "올라갈 방법을 찾아야 해" 등 세누아 내면 속 목소리가 힌트를 제공한다. 

헬블레이드는 조현병이라는 소재를 가볍게 소모하지 않기 위해 여러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제작됐다. 게임에서는 꽤 금기시 여기는 정신질환을 소재로 만든 게임임에도 좋은 평가를 얻은 이유다. 

사운드를 직접적으로 표현할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진 않는다. 조현병 환자들은 이런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구나하는 일종의 간접 체험을 느낄 수 있는 리얼한 사운드라고 말하고 싶다. 게임적 과장과 허구적 요소는 있을 수 있어도 말이다. 

- 내면의 목소리가 힌트를 던져주기 때문에 유심히 들어야 한다 

 

■ 원테이크 액션씬처럼 현실감 넘치는 전투

- 컷씬이 아니다. 직접 플레이 하는 전투 장면이다 

개발진은 사실적인 전투 애니메이션을 위해 광범위한 모션 캡처를 사용하며 전투 시스템을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를 나타냈다. 매 전투마다 플레이어가 간신히 생존했다는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헬블레이드2는 전작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역동적인 전투 묘사가 인상적이다. 그래도 밋밋한 전투 시스템은 결국 극복하지 못했다. 엄밀히 따지자면 못한 게 아니라 안 했다고 보인다. 

못한 게 아니라, 안 한 것에 가깝다고 표현한 이유는 헬블레이드의 지향점이 다른 액션 게임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데빌메이 크라이'나 '갓 오브 워', '언차티드'는 과장스러운 몸놀림에 의한 액션성을 추구한다면 헬블레이드는 현실성, 사실성을 지향한다.

결과만 따지고 보면 그래서 재미가 없다. 루즈하다. 개발진은 "전편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전투를 특징으로 한다"라고 강조했다. 발전은 했지만, 시스템적으로 큰 차이를 느끼진 못한다. 

세누아는 뛰어난 전사, 혹은 영웅이 아니다. 필살기라던가, 뛰어난 칼솜씨를 활용한 화려한 스킬도 없다. 칼 좀 휘두르다가, 회피하고 가끔 패링하는 것이 헬블레이드 전투의 전부다. 이렇다 할 포인트가 없다. 

전투 시퀀스는 칭찬할 만하다. 영화 '킹스맨'의 원테이크 액션씬을 보는듯 물흐르는 듯 자연스러우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유저가 직접 캐릭터를 조작하고 있다는 것만 빼면 정말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하다. 

비록 전투의 조작 재미는 부족할 지 몰라도 감상하는 재미는 독보적이다. 액션 게임답지 않은 극단적인 카메라 뷰도 한몫할 것이다. 피 튀기는 전장 한 가운데에서 주인공을 바라보고 있다는 기분을 선사한다. 

 

■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은 퍼즐 

- 현실에서 환각의 공간을 넘나드는 연출은 꽤 일품이다 

퍼즐 요소는 1편의 것을 그대로 계승했다. 편집증과 환시, 망상 증세는 세누아가 풀어야 하는 퍼즐과 일그러지는 주변 환경들로 구현된다. 연출은 실제 조현병을 앓는 환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디자인됐다고 한다.

공간적 활용이 필요한 헬블레이드의 퍼즐은 주변 사물을 이리저리 위치를 바꿔가며 룬 문자와 동일한 배치로 만들어 찾아내야 한다. 주변 사물의 위치와 플레이어의 위치 두 가지를 신경써야 한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 퍼즐 풀이 방식에 "뭘 어쩌라는 건가"싶기도 하지만, 한두 번 하다 보면 금세 감을 잡는다. 가령 'K'와 같은 룬 문자를 찾아야 할 때 'I'와 '<' 사물이 K처럼 보이게끔 위치를 잡고 RT를 누르면 해당 룬 문자를 손에 넣는다. 

다만, 다양성이 중요한 퍼즐에서 룬 문자 찾기 일변도가 지속되니 굉장히 따분하다. 찾아야 하는 룬 문자의 갯수가 다른 정도에서 그친다. 메세지 전달에 집중한 나머지 게임 본연의 재미는 등한시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마저 든다.

트리거로 작동하는 주변 사물에 가까히 가기 전까진 힌트조차 주지 않는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위치를 계속 찾다 보면 플레이가 루즈해진다. 1편과 거의 차이가 없는 만큼 호불호나 대중들의 평가 역시 전작과 거의 동일할 것으로 전망된다. 

- 주변 사물의 위치를 조정해 룬 문자와 동일한 배치를 만들면 성공한다 

 

■ 훌륭한 미장센, 뚜렷한 단점도 변호 받을 만하다

- 게임적 재미와 별개로 게임이 던지는 메시지는 확고하다 

헬블레이드는 불편한 게임이다. 훌륭한 미장센을 갖고 있지만, 게임으로서 평가했을 때 거리낌없이 추천하긴 힘들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킬링타임 소재도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주인공 세누아는 영웅이 아니다. 특별한 능력도 없다. 오히려 병세가 나날이 악화되고 있는 환자다. 현실성을 강조한 게임답게 플레이에 있어 많은 요소가 굉장히 제한적인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느린 이동속도, 화려한 검술 능력 하나 없는 평범한 액션, 답답한 시야각 이 모든 것들이 하나의 예술적 장치인 셈이다. 체험형 영화라고 표현한 이유다. 조현병 환자가 겪는 불편함을 게임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이런 요소들이 게임으로 재밌는가. 그렇지는 않다. 재미보단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을 개연성이 높다. 액션 어드벤처라는 장르만 보고 갓 오브 워나 언차티드와 같은 게임을 떠올려서는 안 된다. 대부분의 유저들이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 아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2편 역시 조현병 환자가 어떤 고충을 겪는지 게임이란 매체를 통해 간접적인 체험을 시켜주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따라서 인게임에는 기존에는 느끼지 못한 여러 불편함을 내포한다. 게임 만큼 간접 체험을 할 수 있는 훌륭한 수단도 없다.

결과적으로 재밌는 게임은 아니지만 훌륭한 게임이다. 영화도 '어벤져스'와 같은 오락영화가 있다면 '더 스퀘어'와 같은 예술 영화도 있다. 헬블레이드는 후자에 속한다. 헬블레이드는 게임을 하기 싫게 만드는 명확한 단점이 존재한다. 

기존 액션 게임이었다면 욕 한사발 거하게 먹고 망작 취급받았을 치명적인 단점들이다. 하지만 헬블레이드는 변호를 받을 여지가 있다. 이는 1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를 단점으로만 바라볼지, 혹은 하나의 예술적 장치로 바라볼지는 유저들의 몫이다. 

장점

1. 플레이어를 의 섬세한 사운드텔링과 비주얼텔링
2. 원테이크로 진행되는 액션 영화를 보는 듯한 현장감ㆍ현실감 넘치는 전투
3. 뚜렷한 단점도 커버할 만한 훌륭한 미장센 



단점

1. 액션성 및 조작감이 부족한 평이한 전투 
2. 다양성이 부족하고 피로도가 높은 퍼즐
3. 가볍게 즐기기엔 스토리가 불편하고 무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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