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면 2.9도↑…2035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 본격화

김정수 기자 2024. 5. 2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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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2035년 감축목표(NDC) 준비 본격화
기존 2030년 목표 ‘매우 불충분’ 평가받아
20일 오후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주최로 2035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 과정에 각계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2035 NDC 컨퍼런스’가 열리고 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정부가 2035년까지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35 엔디시·NDC) 결정을 위한 준비를 본격화하면서 새 엔디시에 ‘탄소예산’이 어떻게 반영될지 여부가 주목된다. 탄소예산은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억제하자는 파리협정을 달성하면서 우리가 최대한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양을 말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이 목표 달성 확률이 50%인 조건에서 잔여 탄소예산을 2020년 기준 5000억t으로 밝히며 “향후 10년의 기후위기 대응이 결정적”일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배출량 격차 보고서 2023’에서 기후변화협약 당사국들이 제출한 2030 엔디시대로라면, 2030년 배출량이 지구온도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억제할 수 있는 탄소 예산을 약 220억톤(t) 초과해 이번 세기에 지구 온도를 2.9도 상승시킬 것으로 분석했다. 파리협정에 따라 당사국들은 2020년부터 5년 주기로 보완·수정된 엔디시를 제출해야 한다.

내년 중으로 협약 사무국에 기존 ‘2030 엔디시’보다 강화된 2035 엔디시를 제출해야 함에 따라 우리 정부도 올해 안에 새 엔디시의 초안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지난 3월부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20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연 ‘2035 엔디스 컨퍼런스’에 참석한 정부 관계자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국제적 노력에 기여하고 국제사회 일원으로 져야 할 책임을 최대한 지려는 것”을 새 엔디시 수립 기본 원칙 중 하나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원칙이 최종 결정 과정에 얼마나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기존 엔디시 수립 때도 같은 원칙이 제시됐지만 실제 결과는 크게 달랐기 때문이다.

주요국들의 기후변화 대응 조치를 분석하는 기후정책 평가기관인 ‘클라이밋 액션 트래커’(CAT)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기로 한 한국의 기존 엔디시에 대해 ‘매우 불충분’하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중국과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같고 유럽연합과 미국, 일본보다는 낮은 평가다.

지금까지의 국가 감축목표는 미래 온실가스 배출량을 예측한 뒤 부문·업종별 감축 잠재량을 계산한 것을 기초로 국내총생산(GDP)에 미치는 영향 등을 따져 결정해왔다. 그런데 이럴 경우 “개별 업종들의 낙관적 전망에 근거해 (온실가스가 많이 배출되는) 시나리오가 만들어지고, 그 안에서 감축 수단별 잠재량에 대해 산업부나 개별 업종과 줄다리기를 해 감축목표를 설정하는 구조 아래에서 낮은 감축률이 나올 수 밖에 없다”(권경락 플랜1.5 정책활동가)는 문제가 지적된다.

감축목표 결정에 전문가로 참여해 온 유승직 숙명여대 교수(기후환경에너지학과)는 “미래 정보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며 “외국의 경우 이런 상세한 분석보다는 국제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역할을 담당할 것이냐에 근거해 목표를 설정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지구 전체에 남아 있는 탄소예산을 반영해 감축목표를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김승완 충남대 교수(전기공학과)는 탄소예산 반영을 강조하며 “우리는 탄소예산의 개념을 고려하는 ‘하향식’ 접근과 (업종별 감축 잠재량 등을 고려하는) 상향식 접근을 모두 한다고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굉장히 상향식 접근에 경도돼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탄소예산을 고려해 나온 목표치와 감축 잠재량을 고려해 나온 목표치 사이의 격차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를 연구개발(R&D) 필요 규모 산정, 재정 투입과 기후 금융 규모 산정의 근거자료로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구 전체에 남아 있는 2020년 기준 탄소 예산 5000억t 가운데 개별 국가가 쓸 수 있는 양이 얼마나 될지는 논쟁거리다. 현재 배출량, 역사적 배출량, 인구, 1인당 소득 등의 기준을 어떻게 적용해 분배하느냐에 따라 각 나라 사이에 희비가 엇갈릴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아이피시시는 6차 기후변화 평가보고서에서 지구 전체로는 2035년까지 2019년 배출량 대비 60%, 2030년까지는 43% 감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이 2030 엔디시에서 내놓은 2018년 대비 40%의 감축률은 2019년 기준으로 바꾸면 38%에 불과해 아이피시시가 제시한 세계 평균에 크게 미달하는 수준이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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