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버리고 ‘디올백’만 대통령기록물 보관? 검찰, 습득 주민 조사

정혜민 기자 2024. 5. 2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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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윤 대통령 부부가 버린 책을 습득했다는 주민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최재영 목사는 김 여사에게 크리스챤 디올 가방 이전에 책과 전통주도 선물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 해당 주민은 윤 대통령 부부가 관저로 오기 전 주거지에서 그 책 가운데 일부를 주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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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윤석열·김건희 부부 거주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주민 조사
권성희 변호사가 21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관련 참고인 조사를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기에 앞서 윤 대통령 내외가 살던 아크로비스타 분리수거장에서 주웠다고 주장하는 책을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윤 대통령 부부가 버린 책을 습득했다는 주민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최재영 목사는 김 여사에게 크리스챤 디올 가방 이전에 책과 전통주도 선물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 해당 주민은 윤 대통령 부부가 관저로 오기 전 주거지에서 그 책 가운데 일부를 주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적이 최 목사가 선물한 책으로 확인된다면, 윤 대통령 부부가 명품가방만 대통령 기록물로 ‘선택적 보관’한 것이어서 대통령실 해명이 모순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김승호)는 윤 대통령 부부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로 들어가기 전까지 살았던 서울 서초구 주상복합아파트 아크로비스타의 주민 권성희 변호사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권 변호사는 윤 대통령 부부가 한남동 관저로 이사한 직후 아크로비스타 분리수거장에 버려진 책을 주웠는데, 문화방송(MBC)은 지난 8일 그 가운데 4권이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선물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권 변호사는 이날 검찰에 나오면서 기자들을 만나 “책 15권이 쌓여있어 수레에 담아 옮겨 (자신의 집) 책꽂이에 놔뒀다. 김건희 여사 디올백 사건 이후 뉴스 검색을 하다 보니 책을 선물했다고(하더라). ‘최재영 책’이라고 해서 봤더니 (집에) 책 4권이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버려진 책 중에 관심 있는 책을 주워오는 습관이 있다. 마침 대통령이 버리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권 변호사가 이렇게 습득한 책 중에는 윤 대통령 부부가 선물 받았던 김영삼·전두환 전 대통령 회고록도 있다고 한다.

권 변호사는 이날 해당 책 4권을 가지고 검찰청에 출석했으며, 수사팀은 권 변호사를 상대로 책의 진위를 물을 계획이다. 수사팀은 권 변호사가 습득한 최 목사의 책 4권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권 변호사는 ‘최근 검찰 인사가 부당했으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거부하면서 이원석 검찰총장에게는 제출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조사에서 권 변호사가 주운 책이 윤 대통령 부부가 최 목사가 선물한 책으로 드러난다면 ‘명품 가방을 대통령 기록물로 보관하고 있다’는 대통령실의 주장은 논리적 타당성을 잃게 된다. 앞서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최 목사로부터 받은 디올 가방에 대해 “대통령 부부에게 접수되는 선물은 대통령 개인이 수취하는 게 아니라 관련 규정에 따라 국가에 귀속돼 관리·보관된다”고 설명한 바 있는데, 최 목사의 선물 가운데 명품 가방만 ‘선택적’으로 보관한 셈이 되기 때문이다.

대통령기록물법 제2조는 대통령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받은 선물로서 국가적 보존 가치가 있는 선물 및 공직자윤리법 제15조(외국으로부터 받은 선물 혹은 직무와 관련하여 외국인으로부터 받은 선물)에 따른 선물을 ‘대통령기록물’로 간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해명 당시 대통령 직무수행과 관련이 없고 국가적 보존 가치가 있다고 하기도 어려운 디올 가방을 대통령기록물법에 따른 ‘대통령 선물’이라고 하는 것은 다소 무리한 주장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장동엽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선임간사는 “아크로비스타에 버렸다는 책들, 특히 전직 대통령들의 회고록이야 말로 진짜 ‘대통령 선물’에 가깝다는 점에 비춰보면, 디올 가방을 대통령 선물로 보관하는 기준이나 근거에 대해 대통령실이 (다시 한 번) 명확하게 설명을 해야 할 필요가 생긴다”라고 말했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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