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회고록이 재점화시킨 '김정숙 타지마할' 논란…3가지 쟁점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단독 방문을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을 강타했다. 문 전 대통령이 최근 발간한 회고록에서 김 여사의 2018년 인도 타지마할 방문을 "영부인의 첫 단독 외교"라고 언급하면서다.
①김정숙 타지마할 방문…외교 vs 관광
국민의힘은 김 여사의 인도 방문이 '외교가 아닌 관광'이라며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4억 원의 국민 혈세를 쓰며 김 여사의 버킷리스트를 실현한 외유라는 주장이다.
김 여사는 2018년 11월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2호기를 이용해 3박 4일 일정으로 인도를 다녀왔다. 첫날엔 서울에서 뉴델리로 이동하고, 이틀째엔 인도 관광부·체육부와의 MOU체결, 인도 대통령 영부인과의 오찬, 모디 총리 예방, 우타르프라데시주(Uttar Pradesh State) 총리와의 만찬이 공식 일정으로 잡혔다. 사흘째엔 이 출장의 목적인 허황후 기념공원 착공식 참석과 디왈리 축제가 잡혀 있었다. '타지마할 방문'은 귀국하는 날 오전에 이뤄졌는데, 이는 당초 출장 계획서에는 포함되지 않았었다.
모든 관광객을 물린 채 사진을 찍어 온라인을 떠들썩하게 했던 김 여사의 '타지마할 단독 샷'도 이때 나왔다. 당시 국정홍보TV는 김 여사의 타지마할 방문 당시 영상을 올리며 '알고 보니 김 여사를 위해 일반인 관광객 출입을 잠시~ 통제한 인도 측!' '챠란- 그야말로 국빈급 의전^^'이라는 자막을 달기도 했다.
성일종 사무총장은 2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누가 봐도 특혜성 혈세 관광을 '단독 외교'라고 포장한 것은 참으로 염치없는 일"이라고 직격했다.
그는 "김정숙 여사는 관광객 하나 없는 타지마할 앞에서 보란 듯이 독사진을 찍었다"며 "당시 관광객들의 출입 통제가 이뤄졌다고 한다. 누가 봐도 '황후 특혜'"라고 했다.
그러면서 "4억 가까운 혈세를 들여 인도를 방문했지만 뚜렷한 외교적 성과는 단독 사진 한 장뿐이었다"며 "무슨 외교적 성과가 있었는지 밝혀주시기를 바란다"고 직격했다.
국민의힘은 김 여사의 인도 방문에 들어간 비용도 과도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윤상현 의원은 "장관이 가면 비용을 6,200만 원 정도 쓰는데 대통령 부인이 전속 요리사 데려가고 하면서 쓴 게 무려 3억 7천만 원이다. 15배 이상 썼다"며 "단독 외교가 아니라 단독 특권"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은 김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방문을 과거 영국 여왕의 안동 방문 일정에 빗대며 명백한 외교 행위라고 반박했다.
문 정부 당시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을 지낸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인도 방문 일정 도중 타지마할에 간 것은 인도 측의 요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도는 해외 정상이나 국빈이 방문했을 때 늘 타지마할에 초청해서 자랑하고 홍보했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캐나다 트뤼도 총리 등 인도를 방문한 수많은 정상이 타지마할에 방문했고 김정숙 여사도 마찬가지"라며 "우리나라의 정상급 인사가 인도 타지마할을 방문한 것은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한국을 방문해서 안동을 방문한 것과 유사한 외교 일정이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통령도 자신의 회고록에 "지금까지도 아내가 나랏돈으로 관광 여행을 한 것처럼 악의적으로 왜곡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외국에 순방 가면 그 나라가 보여주고 싶어 하는 유적이나 문화재를 볼 때가 있는데, 그걸 관광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썼다.
그러면서 "그것은 외교 일정 속에서 그 나라가 홍보하고 싶은 유적이나 문화재를 기껏해야 30분 남짓, 길어야 한 시간 그들의 안내에 따라 브리핑받고 돌아오는 것이어서 관광이 아니라 치러야 할 외교 업무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②인도 요청으로 vs '셀프' 초청
여사는 김 여사의 타지마할 방문이 '외교인지 관광인지'를 판별하기 위해 '누가 먼저 이 방문을 기획했나'를 두고서도 입씨름하고 있다.
우선 민주당은 김 여사가 인도 측의 요청을 받고 방문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 "인도 모디 총리가 허황후 기념공원 개장 때 꼭 다시 와달라고 초청했다. 나중에 개장할 때 재차 초청했는데, 나로서는 인도를 또다시 가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고사했더니 그렇다면 아내를 대신 보내달라고 초청해 아내가 나 대신으로 개장행사에 참석했다"고 썼다.
민주당 인사들은 김 여사의 타지마할 방문이 다시 논란이 되자, 문 전 대통령의 이러한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
김 여사의 인도 방문이 '진실 게임' 양상으로 치닫자 당시 상황에 정통한 전직 외교부 고위 관계자도 입을 열었다. 이 관계자는 "2018년 당시 인도가 우리 외교부에 공식 초청한 인사는 도종환 당시 문체부 장관"이라고 설명했다.
국정감사를 통해 공개된 당시 외교부 문서에는 인도 측은 도종환 문체부 장관을 초청한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러나 도 장관 역시 국감 일정으로 인도 방문이 어렵게 되자, 같은 해 10월 외교부가 김 여사의 인도 방문 여부를 타진했고 이후 인도 측에서 모디 총리 명의로 초청장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③타지마할 논란, '김건희 특검' 물타기?
논란이 계속되자, 정치권에서는 아예 '김정숙 특검'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장겸 국민의힘 당선인은 "문 전 대통령이 회고록을 통해 김정숙 여사의 '타지마할 관광'을 '여사 외교'로 둔갑시켰다"며 "철저한 조사와 검증이 필요하다. 특검이 필요한 이유"라고 주장했다.
박정훈 당선인도 "김정숙 여사의 '타지마할 전용기 투어' 사건은 검찰 수사로 진실이 신속하게 밝혀져야 한다"며 "검찰에 수사 의지가 없다는 게 확인되면, 특검을 통해서라도 진실을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
윤상현 의원은 "김정숙 여사는 업무상 횡령·배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김정숙 여사의 버킷리스트가 첫 단독 외교로 둔갑했다. 대통령 부인에 대해 특검을 한다면 김정숙 여사가 먼저"라고 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여당이 김건희 여사 특검'을 막기 위해 국민의힘이 '물타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국민의 교구가 지대하다. 오랫동안 두문불출하던 김건희 여사가 다시 공개 활동을 재개한 데 대해서도 국민의 비판이 비등하다"며 "그러자 국민의힘이 난데없이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을 특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김건희 물타기에 불과한 생트집"이라고 말했다.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김정숙 여사까지 물고 늘어지는 추한 행태에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며 "김정숙 여사가 주가조작을 했나, 본가에 고속도로 출구를 냈나, 뇌물을 받았나. 김건희 여사 물타기 하려 김정숙 여사를 끌어들이는 국민의힘, 바로 이런 게 정쟁"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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