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2년 만에 ‘10번째’ 거부권 행사…‘盧+MB+朴+文’ 기록마저 넘었다

변문우 기자 2024. 5. 21.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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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상병 특검법’ 재의요구안 재가…“공수처·경찰 수사 이후 판단해야”
이재명 “민의와 반대로”…조국 “폭탄주 마시듯 마음대로 권한 행사”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최종 재가했다. 현 정권 '10번째' 법안 거부권으로 민주화 이후 역대 정부 중 최다 횟수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정치권은 다시 '강대강' 대치 국면에 접어든 분위기다. 특검법을 주도한 야권은 윤 대통령의 '영수회담'과 '2주년 기자회견'이 '정치쇼'에 불과했다며 "변한 건 없다"고 공세를 집중시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盧·MB·朴·文정부' 거부권 기록 합쳐도 '9번' 그쳐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의 브리핑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정부에서 의결한 채상병 특검법 재의요구안을 최종 재가했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도 국무회의에서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한 특검 실시는 삼권분립 정신과 특검법 도입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여야 합의 없이 야권 단독 처리된 점 ▲보충성·예외성 원칙 위배 ▲현행 사법 시스템의 기본원칙 훼손 등도 거부권 행사의 핵심 사유로 거론됐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은 지난 2일 여권의 대부분 의원이 빠진 국회 본회의장에서 '채상병 특검법'을 단독 처리했다. 이에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은 즉각 "민주당이 입법 폭주했다"고 반발했다. 관련해 윤 대통령도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도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 수사 이후 판단이 필요하다"며 "수사가 마무리된 후 '봐주기 의혹'이 있다면 본인이 먼저 특검 도입을 주장하겠다"고 사실상 거부권 행사를 예고했다.

정진석 실장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번 특검법안은 의결 과정이나 특별검사 추천 방식 등 내용적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절차적으로 야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했고, 내용적으로 특검 후보 추천권을 야당에게 독점적으로 부여해 대통령의 인사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상 '삼권분립'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법안 기록은 '10개'로 올라갔다. 그간 윤 대통령은 취임 후 2년간 양곡관리법과 이태원 참사 특별법 등 9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는 민주화 이후 역대 정부 중 최다 횟수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 4개(대통령 권한대행이 별도 2개 행사) ▲이명박 전 대통령 1개 ▲박근혜 전 대통령 2개씩 법안 거부권을 행사했다.

각 정부에서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 수를 종합해도 9개다. 윤 대통령의 기록을 넘지 않는 셈이다. 특히 직전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내 거부권을 한 건도 행사하지 않았다. 관련해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의 민주당 원외 인사는 시사저널과 만나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임기 말까지 높았던 것은 의회정치를 존중하고 민심을 거스르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나중에 업보 청구서를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尹 '소통' 행보도 도루묵? 與 이탈표 나오면 어떻게 되나

야권에서도 윤 대통령이 불통 이미지의 정점을 찍었다고 공세를 집중시키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야당 협상카드로 적극 활용하라'고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주문한 사실을 거론하며 "총선 민심을 받들 개혁 과제를 논의할 자리에서 야당과의 전면전을 부추긴 것이다. 왜 국민 뜻을 거부하면서 반대로 가는 것인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역대 최악의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길이길이 역사에 남기게 될 것"이라며 "야당과 국민을 향해 전쟁을 선포한다면 민주당은 모든 방안을 강구해 윤석열 정권에 총력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도 20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거부권, 대통령 법률 재의요구권은 폭탄주를 퍼마시듯 마음대로 사용하는 권한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그는 이날 대통령 거부권 행사의 위헌성 토론회에선 "헌법에 대통령의 법률안 재의요구권이 명시돼 있지만 도깨비방망이처럼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권한이 아니다"라며 "윤 대통령은 특검법을 수용해 공포하라"고 촉구했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또 행사하면서 감당할 수 없는 '역풍'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최근 윤 대통령은 총선 참패 후 6주 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저조한 지지율을 연이어 기록하며 위기에 몰린 상황이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은 이재명 대표와의 영수회담과 2주년 기자회견을 가지며 '소통·협치·변화'를 향해 어려운 첫 발을 뗐다. 하지만 이번 거부권을 사용하면서 이 같은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셈이다.

특히 채상병 특검법이 28일로 예정된 국회 재의결 절차에서 다시 통과된다면 윤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는 걷잡을 수 없이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여권 내부에서도 일부 인사들의 이탈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윤 대통령의 정무적 행보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면서다. 만약 국민의힘 내에서 17명만 이탈해 찬성표를 던져도 채상병 특검법은 다시 통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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