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후 실세? ‘차기 이란 최고지도자’ 거론되는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누구
이란의 차기 최고 종교지도자가 될 인물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85)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55)가 부상하고 있다. ‘최고위직 부자 세습은 부적절하다’는 문제가 모즈타바의 최대 걸림돌이었으나, 가장 강력한 경쟁자였던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이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한 이후 그에게 길이 열린 모양새다.
21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모즈타바는 아버지 하메네이와 마찬가지로 강경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하메네이의 여섯 자녀 중 둘째 아들로, 이란의 성직자 및 정치 엘리트 집단에서 성장했다.
그는 17세이던 1985년 이란-이라크 전쟁의 최전선에서 복무하면서 일주일간 실종되기도 했다. 당시는 하메네이가 최고 종교지도자 자리에 오르기 전이었다. 이후 모즈타바는 이란 혁명수비대(IRGC) 최고위급과 친분을 맺는 등 이란 보안기관과 끈이 탄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즈타바가 정치와 연관돼 본격 언급되기 시작한 건 2000년대 중반이다. 2005년 대선, 2009년 대선에서 그는 선거에 개입했거나 부정선거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았다. 현재는 이란 최대 신학교인 쿰 신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다.
모즈타바는 이란 정부에서 공식적인 직위를 맡고 있지는 않다. 그럼에도 그는 ‘그림자 속 실세’로 꼽힌다. 영국 기반 매체 ‘이란 인터내셔널’은 지난해 3월 유출된 이란 혁명수비대 문건을 분석한 내용을 토대로 “모즈타바가 혁명수비대 산하 바시즈 민병대의 사실상 지도자이며, 혁명수비대 내부 정보기관에 막대한 임면권을 가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모즈타바가 반체제 시위에서 민간인을 폭력 진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모즈타바는 지난달 하메네이의 연설 사진에서 아버지의 오른편에 앉은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고 라이시 대통령은 모즈타바의 옆에 앉았다. 그가 이러한 고위급 행사에 참여한 모습이 공개된 건 수년 동안 처음이라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이처럼 모즈타바의 행보나 평판은 일반 대중에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예전에도 그가 아버지를 따라 최고 종교지도자직을 이어받으리란 세평이 꾸준히 있었으나, 실제로 세습이 가능할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렸다. 모즈타바가 고위 성직자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거나, 2022년 7월 한 이란 통신사가 그의 소식을 보도하며 ‘아야톨라’란 존칭을 사용했다는 점은 가능성을 키웠다.
그러다 라이시 대통령이 지난 19일 갑작스럽게 사고사를 당하면서 모즈타바에게 길이 열렸다. 미 클램슨대 이란 연구자 아라시 아지지는 “2009년 모즈타바가 잠재적 후계자로 거론될 때는 값싼 소문이었지만 이제 더 이상 그렇지 않다. 이란 정치권 내에서 점점 더 많은 이들이 공개적으로 그를 지지하기 시작했다”고 NYT에 밝혔다.
다만 최고 종교지도자의 자리를 아들에게 물려주는 행위가 현재 형태의 이란을 세운 1979년 이슬람혁명의 정신에 위배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슬람혁명은 팔레비 왕조를 축출하면서 세습 통치를 종식시켰다는 의의가 있기 때문에 모즈타바가 직을 이어받는 것 자체가 체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이란 역사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기도 하다. 중동 전문매체 암와즈의 모하마드 알리 샤바니는 “최고지도자가 세습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나. 그 체제가 죽었다는 뜻”이라고 NYT에 밝혔다.
최고 종교지도자는 성직자 88명으로 구성된 전문가 회의에서 선출한다. 국민의 직접선거를 거치지도 않는 데다 논의 과정 전체가 불투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 국민들이 모즈타바의 정당성을 얼마나 인정할지도 관건이다. 2022년 말 이란에서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을 당시, “모즈타바 당신은 죽어도 지도자가 될 수 없을 것”이란 구호도 등장한 바 있다.
타임지는 “모즈타바는 정부 직책을 맡지도 않고 공개적으로 자주 보이지도 않아 대중적 인기가 확인된 적이 없다. 최고 지도자가 정당성을 가지려면 적어도 현 종교 체제를 지지하는 대중에게 진정한 지지를 받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폐쇄적이고 억압적인 현 이란 정치가 국민 여론을 얼마나 고려할지는 미지수다.
하메네이가 ‘이란이 세습 통치로 후퇴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취지로 모즈타바의 지명에 반대했다는 전언도 있다. 그러나 이 발언에 하메네이의 진심이 담겼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뒤따른다. 한 전직 이란 정부 관계자는 “라이시가 하메네이의 뒤를 이으려 했던 것처럼 여겨지지만, 하메네이의 의도를 확실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이란 수뇌부에선 이미 모즈타바 반대 여론에 대비하는 움직임도 감지됐다. 이란 혁명수비대 산하 바시지 민병대 소속의 한 관계자는 “답은 간단하다. 혁명수비대는 모즈타바의 리더십에 반대하는 이들을 침묵시키기 위해 힘을 사용할 것이다. 라이시 죽음 후 모즈타바 임명을 두고서는 더 큰 움직임과 저항이 있을 것”이라고 텔레그래프에 전했다.
또 다른 혁명수비대 대원 역시 “그들은 이미 모즈타바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저녁 기도 후에 한 사령관이 하메이니와 모즈타바를 위해 기도하자고 했다. 우리는 모즈타바의 리더십을 지키기 위해 파견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브리엘 노로냐 전 이란 국무부 고문은 “핵심은 차기 대통령이 아니라 차기 최고지도자다. 그 자리는 모즈타바일 가능성이 높다. 모즈타바는 이미 아버지의 임무 중 일부를 이어받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모즈타바는 아버지의 이념적 견해를 공유한다. 그가 외교 정책, 핵무기, 사회 및 종교 이슈에 대해 내리는 결정은 정권의 생존 여부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뉴스위크에 밝혔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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