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특검법' 거부권 무력화…與 '샤이 찬성'에 달렸다

노선웅 기자 2024. 5. 2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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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재표결 수순…국힘, 낙선·낙천 50여명 표 단속 관건
김웅·안철수·이상민·유의동 찬성 입장…17표 이상 시 통과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5.21/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노선웅 기자 = 국민의힘은 21일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따라 다음주 재표결이 예상되는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부결을 자신하면서도 법안의 부당성을 거듭 강조하며 표 단속에 나섰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야권의 일방적 추진을 비판함과 동시에 대통령 거부권 행사의 정당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국민의 삶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민생보다는 정쟁만을 위하고 여야 합의도 없는 법안에 대한 대통령의 헌법상 방어권은 행사돼야 하고 존중돼야 한다"며 "수사 결과를 지켜보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그는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안철수 의원 등 당내 일각에서 재표결 시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밝힌 데 대해 "많은 의원님들과 전직 원내대표인 윤재옥 대표, 그리고 제가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하고 있다. 당론 수준으로 진행하는 단일 대오에는 이상기류가 발견되고 있지 않다"면서도 "지극히 일부 의원님께서 견해를 표명하고 계신 것"이라고 답했다.

성일종 사무총장과 유상범 비상대책위원 등 다른 지도부도 단일대오를 자신하며 이탈 표 단속에 나섰다.

성 사무총장은 이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당에서 이탈자가 나오지 않겠느냐 얘기를 하는데 안타까운 일이고 가슴 아파하는 일이지만 정치적 의도성이 있다는 것을 상식적인 의원들은 알 것"이라며 "거부권 행사에 대해 정당하게 판단할 거라고 생각하고 그러한 판단에서 투표를 할 것"이라고 했다.

유 비대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안 의원은 찬성이었다가 저희들이 반대할 때 나오셨다"며 "조경태 의원도 처음에는 찬성 입장을 보였다가 제가 의총에서 특검법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설명하고 나서는 반대 입장으로 돌아섰다. 현재 공개적으로 나온 분은 김웅 의원과 안 의원이 의사를 번복해서 표시한 정도이고 그 외에는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다시 국회로 넘어온 법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구속 수감된 민주당 출신 무소속 윤관석 의원을 제외한 재적 의원 295명이 모두 표결에 참여할 경우 197명이 찬성하면 법안이 가결된다.

현재까지 김웅·안철수·이상민·유의동 의원이 공개적으로 표결 찬성 입장을 밝혔다. 조경태·조해진 의원도 당초 찬성했으나 지금은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중 김웅 의원은 지난 2일 본회의 표결 당시 홀로 남아 찬성표를 던지기도 했다.

관건은 현역 중 50여명에 달하는 22대 총선 낙천·낙선자 및 불출마자의 표다. 180석에 달하는 범야권이 찬성 입장인 만큼, 국민의힘에선 최소 17표 이상의 이탈 표가 나올 경우 법안이 통과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물론 당선자를 포함해 표면적으로 입장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채상병 특검법에 심정적으로 찬성하는 '샤이' 찬성 표심이 있을 수 있다. 거부권이 행사된 이날 유의동 의원은 라디오에서 "이 특검법을 받지 못해야 하는 이유가 뭔지 잘 모르겠다"며 "법리적으로 받았을 때 우리가 얻는 게 잃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 아닌가"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당내에선 재의결을 우려할 만큼 이들의 이탈 가능성이 높진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낙천·낙선자 및 불출마자들의 소신 투표가 이뤄질 경우 이탈 표가 늘어나 통과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이에 맞서 민주당의 재의결만큼은 마지막으로 막아야 한다는 인식도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초선 의원은 "현재 공수처와 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채상병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경과를 지켜본 뒤 다음 국회에서 처리해도 될 일"이라며 "21대 국회 임기 내내 야당에 끌려다녔는데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국회에서 법안 통과를 막는다고 하더라도 개원을 앞둔 22대 국회에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정부·여당의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민주당 등 야권은 22대 국회 제1호 법안으로 특검법 재추진을 벼르고 있다. 범야권이 192석을 확보한 22대에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국민의힘에서 이탈 8표만 나오면 재의결이 가능하다.

buen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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