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 작아 출하 못 하는 양파가 ‘절반’…마늘 이어 이상기후 피해 ‘심각’
전남 무안·함평·신안서 생장불량 속출
농민들 “절반도 못 건져, 재해인정을”
전남에서 크기가 작아 수확하지 못하는 양파가 속출하고 있다. 농민들은 “절반 정도는 밭에 버려지고 있다”고 말한다. 마늘이 여러 개로 갈라지는 벌마늘에 이어 양파에서도 ‘생장불량’이 발생하면서 농산물 수급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전남도는 21일 “양파 생육장애를 재해로 인정해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전남도는 무안과 함평, 신안 등 양파 주산지를 중심으로 잎마름병과 무름병 등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재 확인된 피해 면적은 1370㏊로 전남 전체 양파 재배면적(6862㏊)의 20%에 달한다. 특히 줄기가 병에 걸려 양파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구비대 불량’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한 줄기에서 상품성이 없는 양파 2개가 동시에 자라는 현상도 나타났다.
양파는 지름이 6㎝ 이상 돼야 정상적으로 출하할 수 있다. 상품 등급 양파는 지름 7∼8㎝에 무게는 300∼400g 정도 나간다. 하지만 올해는 출하할 수 있는 양파가 절반도 안 된다는 게 농민들의 설명이다.
출하가 힘든 양파는 시장에 내놓더라도 가격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 상품 양파는 1㎏에 1000원 정도를 받지만 크기가 작은 양파는 1㎏ 200∼300원에 팔린다. 6월 상순부터 수확하는 중만생종 양파에서도 생장불량이 확인되고 있어 양파 공급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천중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전남지부장은 “예전에는 수확한 양파의 90% 정도를 출하했는데 올해는 밭에 버리는 게 더 많다”면서 “수확을 포기하고 싶지만 다른 작물을 파종해야 해서 어쩔 수 없이 캐내고 있다.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남은 ‘벌마늘’ 피해도 심각하다. 벌마늘은 2차 생장으로 인해 마늘쪽이 여러 개로 갈라지는 현상이다. 평년에는 전체 마늘의 2% 정도에서만 발생했다. 올해는 전남에서 확인된 피해 면적만 1867㏊로 전체(3443㏊)의 54%에 달한다.
농작물 생육장해가 발생한 것은 이상기후 때문이라는 게 전남도의 설명이다. 지난 1월∼4월까지 전남 평균기온은 7.9도로 평년(6.7도) 보다 1.3도 높았다. 이 기간 강수량은 470.5㎜로 평년(266.5㎜)보다 76%나 많았다. 반면 일조량은 346시간으로 평년(749시간)의 47%에 그쳤다.
김성준 전남도농업기술원 연구사는 “양파 생육불량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있지만 고온과 잦은 강우로 인해 병충해에 노출됐고 일조시간이 부족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면서 “앞으로 이상기후로 인한 농작물 생육장애가 더 잦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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