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채상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10번째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이 법안에 따른 수사가 공정하다고 믿을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이같은 재가 소식을 전했다.
앞서 정부는 이날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은 의결 과정이나 특별검사 추천 방식 등 내용적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며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정 실장은 이번 거부권 행사의 첫 번째 취지로 헌법 정신을 언급하며 “국회는 지난 25년간 13회에 걸친 특검법들을 모두 예외 없이 여야 합의에 따라 처리해 왔다”며 “이는 단순히 여야 협치의 문제가 아닌 우리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을 지키기 위한 국호의 헌법적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삼권분립의 원칙상 특검에는 대통령 임명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며 “이번 법안은 특검 후보자 추천권을 야당에만 독점적으로 부여해 대통령의 특검 임명권을 원천적으로 박탈하고 있다. 이 또한 헌법의 삼권분립 원칙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헌법 제66조 제2항 ‘’을 언급했다.
두 번째 이유로 “이번 채 상병 특검법은 특검 제도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특검 제도는) 수사가 미진하거나 수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의심되는 때에만 보충적으로, 예외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제도”라며 “채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해서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계속 수사를 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공수처는 지난 정부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공수처에 대한 사실상의 상시 특검으로서 일방적으로 설치한 수사기관”이라며 “그런데 지금 ‘공수처의 수사를 믿지 못하겠다’며 특검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자신들이 만든 공수처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자기모순, 자기부정”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 실장은 “이번 특검법은 근본 취지인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담보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특검법에서는 먼저 대한변협회장이 후보 4명을 추천하면 야당에서 이 중 2명을 고르게 하고 대통령은 2중 1명을 무조건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며 “야당이 고발한 사건의 수사 검사를 야당이 고르겠다는 것은. 입맛에 맞는 결론이 나올 때까지 수사를 시키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법 시스템 어디에도 고발인이 자기 수사 검사 고를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법 시스템 기본에 관한 문제이자 상식에 관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특검법은) ‘사건의 대국민 보고’라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실시간 언론 브리핑을 하도록 하고 있다”며 “피의 사실과 수사 과정을 브리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피의사실 공표를 이 사건에만 허용하고 아예 제도화하는 잘못된 결과”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형사사건 공개를 금지 하자고 주장한 적 있다”며 “이선균 방지법이라며 피의사실 공표 금지를 거듭 주장해 왔는데 이번 특검법에서만 허용하는 것은 심각한 자기모순”이라고 했다. 이어 “사생활 침해와 명예훼손 등 인권침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회가 독소조항을 만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밖에도 “(특검법을 향해) 수사 대상에 대한 과도한 인력 투입으로 인한 과잉수사 가능성이 지적됐다”며 “야당의 일방적인 강행 처리는 국민과 민생을 위해 여야 협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경찰과 공수처의 수사를 지켜보고, 봐주기 의혹이 있거나 납득이 안 될 경우 본인이 먼저 특검을 하겠다고 뜻을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채 상병 사건의 실체적 진실 규명하고 국민적 진실 규명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채 상병의 안타까운 사망이 더 이상 정쟁의 소지가 되지 않길 바라며 국회에 정중한 재의를 요청한다”고 했다.
민주, 21대 마지막 본회의서 재의결 추진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민주당은 오는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재의결을 추진하며 대응할 계획이다. 다만 민주당 내부적으론 재의결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거부권 행사 법안을 재의결하려면 재석 의원 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한데, 범여권에서 17표의 이탈표가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민주당은 다른 대책으로 즉각 장외투쟁에 나서고 22대 국회 개원 직후 1호 법안으로 특검법을 재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 2일 민주당의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 도중 해병대 소속 채모 상병이 순직한 지 288일 만이었다. 당시 대통령실은 “채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을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예지 동아닷컴 기자 leeyj@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윤민수, 18년만에 이혼…“윤후 엄마 아빠로 최선 다할 것”
- 알고보니 친척…“재혼 남편 15년 전 결혼 사진에 내가”
- 낮엔 여행가이드, 밤엔 ‘복면여왕’…韓서 14억 챙긴 중국인들
- 지난달에만 한국인 관광객 85만명…동남아 1위 여행지는 ‘이곳’
- 소금 안 넣었는데 소금 팍팍 친 짠 맛…신개념 ‘전기 숟가락’ 출시
- 임신한 전처 찾아가 살해한 40대 심신미약 주장 “임신한 줄 몰랐다”
- ‘신종 폭탄주’, 美 대학가 넘어 고교생에도 인기…“위험천만”
- “빌린 전자제품 반값에 팔아”…‘렌탈깡’으로 26억 벌어들인 일당들
- 전기자전거, 건강에 도움될까?… 의외의 사실에 ‘깜놀’
- 고의?우연?…피식대학 논란의 ‘장원영 섬네일’ 교체 “의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