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연봉 보장되던 컴퓨터 전공, 분위기 달라진 채용시장에 ‘위축’
근래까지 글로벌 채용 시장에서 인기가 가장 높았던 컴퓨터 공학 전공생들이 최근 취업 고민에 빠졌다. 컴퓨터 공학 전공은 기술공학(IT) 기업의 부상(浮上)과 인공지능(AI) 붐으로 기업들이 IT 인재들을 대거 채용하면서 얼마 전까지 대학생들 사이에서 최고로 인기가 높았다. 전공생들은 고급 인재들로 불리며 억대 연봉을 받았고, 기업에서 먼저 취업 제의를 해오거나 골라가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최근 달라진 기업 환경으로 소위 명문대로 불리는 컴퓨터 공학 전공 학생들마저도 취업에 대한 걱정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면 개발 직군으로 취업하게 되는데, 개발 직군 채용이 줄어들고 있으며 빅테크(거대 기술 기업)들 중에서는 반대로 개발 직군을 감원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러브콜 받던 컴퓨터 공학, 급증한 전공생들끼리 치이고 AI에 밀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컴퓨터 공학 전공은 여전히 미국에서 인기가 가장 높은 전공 과목이다. 하지만 컴퓨터를 전공하는 학생들은 더이상 학과 간판이 취업으로 이어지는 ‘골든 티켓’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입학 전에는 기업이 돈을 주고 모셔가는 장밋빛 미래를 꿈꿨으나 이들이 대학에 들어온 후 마주한 현실은 줄어든 채용 기회 및 과거와는 달라진 컴퓨터 전공생들의 위상이었다.
실제로 수년 전까지 취업시장에서 컴퓨터 전공생들의 인기는 굉장히 높았다. 우선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의 숫자가 적었고, 그 사이 AI이라는 새로운 테마가 산업을 덮치면서 수요가 급증했었던 탓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취업을 의식한 수많은 대학생들이 컴퓨터 공학을 전공으로 선택하기 시작했고, 컴퓨터 전공생들의 몸값을 높여주던 AI는 너무 똑똑해진 나머지 인간을 대신해 코드를 짤 수 있게 되면서 개발 직군을 대체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 컴퓨터 공학 및 정보과학을 전공하는 학생 수는 5년만에 40% 증가해, 지난해 기준 60만명 이상으로 대폭 늘었다. 미국 교육부에 따르면 해당 전공에서 수여되는 학사 학위수는 2021년에 이미 10만명을 넘어섰다. 10년 전과 대비하면 140% 증가한 수치다. 특히 2018년부터 2023년 사이에 컴퓨터 및 정보 과학을 전공하는 학생 수는 약 44만4000명에서 62만8000명으로 20만명 가까이 급증했다.
이 때문에 추수감사절을 맞이할 때쯤 취업을 고민하고 여름 인턴십을 준비하던 학생들은 이제 훨씬 더 빨리 취업을 준비하기 시작했으며 취업 직군도 컴퓨터 외로 넓히고 있다. 올해 미국 가톨릭대학교를 졸업한 컴퓨터 공학 전공자 벤 리셋(22)은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있다고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제가 굉장히 돈을 많이 벌 것이고 원하는 것은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얘기한다”며 “실상은 이제와 컴퓨터 공학에 뛰어든다면 취직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테크업계, 평균 연봉 높지만 연봉 인상률 미미하고 일자리 증가도 없어
미국 명문대학의 컴퓨터 공학 전공자들은 여전히 비교적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모두 구글과 메타 등 대기업에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미대학생정보연구센터(NACE)에 따르면 컴퓨터 공학 전공자들의 평균 연봉은 7만5000달러(약 1억원) 선으로, 다른 전공들과 비교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올해 컴퓨터 공학 전공 졸업생들의 급여는 지난해보다 단 2.7% 높아질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NACE가 검토한 8개 전공 분야 중 가장 적은 인상률이다.
더욱이,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8개월 동안 개발자를 포함한 소프트웨어 관련 직군의 일자리 증가율은 유의미한 움직임이 없는 정체된 수준이다. 미국의 대학생 취업 플랫폼인 핸드쉐이크에 게시된 IT 기업의 정규직 일자리 수는 전년 동기 대비 30% 감소했다. 평균 연봉 자체는 높지만 컴퓨터 공학 전공자들의 미래가 마냥 밝다고만 할 수 없는 이유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던 학생들은 막상 취업할 때가 되자 원하는 직군의 수요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자신의 전공과 무관한 선택을 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컴퓨터 공학과 경력 개발 책임자인 스테파니 존슨은 학과 학생들이 평균 150개 이상의 일자리에 지원하고 있는데, 답변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지 않아 결국 다른 직군으로 취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취업 상황이 어려워진 재학생들은 어떻게든 취업을 하기 위해 온라인이 아닌 서류로 직접 제출하는 등 정성을 어필하고 있으며, 해당 직군에서 일하고 있는 졸업생 동창들에게 구직 이메일을 보내기도 한다. 학교가 직접 학생들의 취업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버지니아 대학의 경우 컴퓨터 공학 전공 학생들의 취업을 돕기 위해 대규모 취업 박람회를 개최해 기업 관계자들을 초대하고 학생들과의 네트워킹을 알선하고 있다. IT 국제공인자격증인 콤프티아(CompTIA)의 팀 허버트 최고 연구 책임자는 “구직자들은 기대치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빅테크가 AI 관련 일자리를 채용하지만, 그 일자리는 갓 졸업한 학생들보다 경험이 더 풍부한 지원자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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